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n Mar 11. 2019

#13. 첫 작별인사 : 퇴사

그동안 소개드렸던 회사를 퇴사하게 됩니다.

역마살 : 驛馬煞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는 운명을 지칭하는 말.


요즘에는 내가 역마살을 갖고 태어난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전학(轉學)의 경험도 없었고, 사는 집도 오랫동안 살면서 이사의 경험도 거의 없는 저에게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이유는 10년을 훌쩍 넘어 이제는 20년을 향해가는 내 사회생활 경력에 이직의 경험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직에 대한 경험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전혀 부끄러운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생각해 왔던 것은 직장인으로서(특히 개발자로서는) 다양한 회사의 경험과 업무 경험은 이후에 편협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사회에 대한 관점을 좀 더 수평적으로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왔으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한국에 있었던 시절 나의 발전이나 좀 더 넓은 관점을 갖기 위해 이직을 했다기보다는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 질려버려 그만두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을 보면 현실과 이상은 역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면접 당시에는 자사 솔루션 개발이라고 온갖 설명을 다 해놓고선, 출근 당일부터 딱 1년만 SI 업무를 담당해달라고 부탁하더니 1년이 지나도 2차 3차 계약에 계속 투입시켰던 회사. (여전히 그 사장은 회사명만 바꾸고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고)


마찬가지로 자사 솔루션 개발이라고 시연까지 보여주더니, 출근 당일부터 파견회사로 보내 놓고 하루에 15시간씩 근무시켰던 회사. (역시 그때 영업부장은 회사명만 바꿔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고)

이때부터 저는 국내 SI개발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되고 되도록 피하려고 하기 시작합니다.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두 손 비비고 아부 떠는 모습을 실제로 구경할 수 있게 해 준 그 보안업체 차장은 아직도 잘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도 그때 개발자들을 피라미드를 짓기 위해 동원된 인부로 취급해준 그 공무원과 보안회사, 기타 협력업체들에 관련된 서비스가 보이면 바로 꺼버리게 됩니다.


덧붙여 국회의사당에 온 것 같은 정치판이 난무한 회사라던가, 좀 더 나은 개발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 워크숍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던 겉멋 든 스타트업 회사까지 퇴사 이후에도 좋은 기억보다는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 기억이 더 많았던 회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두 나쁜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겠지요. 

대부분 함께 같은 팀에 있었던 멤버들은 좋았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나 스스로 충분한 기준이 있다고 자부하고는 있지만, 사회 생리에 대해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역마살이 정말 있어서 계속 만족을 하지 못하고 이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해서 헤어지는 거야


연애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보면 저런 오그라드는 대사가 나오는 영상을 종종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많은 책을 읽고 다른 미디어 매체를 꽤 자주 접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랑해서 헤어지는 것]에 대한 말은 논리적, 감성적으로도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배불러서 짜장면 곱빼기를 먹는 거야. 랑 뭐가 다르지..?


저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글에 있던 이 회사를 참 좋아합니다.

퇴사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이 회사는 참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리운 기억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 회사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국내 회사들 사례처럼 대부분 정이 떨어지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퇴사를 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심정과는 아주 다른 느낌인데 공돌이 개발자로서는 그 표현을 찰지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네요.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할 것 같아.


요 문장 이상의 표현은 생각이 나질 않네요.


배부르지만 짜장면 곱빼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아.


좀 더 객관적으로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를 정리해봅니다.




일본에서의 첫 회사이며 일본으로 와서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적 이외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고 개발자로서 충분히 좋은 문화를 가지고 만족스럽게 지냈음에도 퇴사를 결정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저로써도 정리를 하고 싶어서 예전에 정리했던 항목을 나열해 봅니다.


1. 역시, JAVA로 개발을 하고 싶어.
2. 개발 롤이 너무 자주 바뀌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3. 갑자기 회사의 임원진이 비대해지는 거 같은 느낌.
4. 최근 일본향으로 전향한 회사 방침에 따른 미묘한 사내 문화 변화
5. 통장에 잔고가 왜 자꾸 줄지?


JAVA로의 전향


가장 큰 이유였던 부분은, 역시 개발 언어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현재 국내도 그런 경향이 많았다고 생각을 하지만,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JAVA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젊은 일본 개발자들이 꽤 많습니다.

큰 기업(대용량 트래픽을 다뤄야 하는)들이나 기존 레거시 인프라 때문에 JAVA를 쓰는 경우도 많지만, 일본은 위탁개발(국내의 SI처럼)이 대부분이어서, 거기서 다루는 개발 언어가 대부분 JAVA를 이용합니다. 

이에 대한 흐름의 반발감을 갖는 젊은 일본 개발자들도 많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JAVA의 장황한 표현 문법에 거부감을 갖는 개발자들이 많아서 의외로 일본의 스타트업이나 자사 개발회사에는 JAVA 외의 언어(경험상으로는 ruby, python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실제로 이 회사의 CTO도 그렇고 면접 당시 들었던 개발자들의 말에도 

저는 JAVA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을 매우 많이 들었습니다.


이 회사의 주력 언어 또한 golang 기반에 분석 언어로 scala를 이용하며,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로는 python을 사용합니다. 저 역서 golang과 scala로 개발을 해왔고, 그 언어의 장점들에 대해 충분히 만끽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JAVA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 지속되었고, 타 언어의 장단점을 경험해보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자꾸 대체안으로 JAVA 코드를 떠올리는 버릇을 떨쳐내지 못해 결국은 JAVA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가기로 결심을 합니다.


개발 언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네요. 저는 JAVA라는 언어가 참 매력적입니다.


잦은 롤 변경에 따른 개발자로서의 방향 고민


지난 글 중에 개발 문화로써 개발자들의 롤을 3개월 주기로 변경하는 제도에 대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seonology/5


멤버들의 편협된 사고방식이나 롤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팀을 3개월간 로테이션하는 제도는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 변경 방식에 대한 고정적인 룰(Rule)이나 기준이 있다면 3개월마다 변경되는 방식에 대해 당사자도 충분히 납득을 하고 변화에 대해 바로 적응할 준비를 하게 되겠지만, 아쉽게도 그 부분까지는 정착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을 했습니다.


3개월마다 변경될 때 그 과정과 결과는 C레벨 임원진 이외에는 당일까지 아무도 알지 못하게 됩니다. 그 팀의 리더 조차도 알지 못하게 돼서 변경되는 전날, 담당자와 업무를 협의해서 분배까지 했는데 다음날 팀이 변경되어 그 협의가 의미가 없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팀 변경 기준에 대한 기준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왜 내가 전 팀에서 제외가 되고 새로운 팀에 배치가 되어 이 업무를 담당하는지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아래와 같이 로테이션되어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1. Spark에 활용되는 Scala 분석 모듈 개발 2개월

2. AWS 인프라 모니터링 시스템 (Golang) 3개월

3. 안드로이드 개발 2개월

4. 회사 서비스 백엔드 개발 (Golang) 3개월

5. 회사 서비스 크롤러 백엔드 개발 (Golang) 3개월

6. AWS/GCP 인프라 과금 모니터링 시스템 (Java) 2개월 


식으로 전혀 연계되지 않는 업무들을 사전 통보 없이 바로 스위칭하는 업무로 진행이 되었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경험과 편협되지 않는 관점에 대해서는 좋은 영향을 받았지만, 반대로 뭔가 심도 있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리펙토링이나 개선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점에 그대로 놔두고 전혀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변경되는 멤버의 대부분은 리더급이나 5년 이상된 멤버보다는 입사가 얼마 되지 않은 멤버나, 기간제 인턴, 외국인 멤버가 주로 변경이 되는 경우가 많아 애초에 로테이션을 하려 하는 동기와 결과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계속 담당하는 멤버들은 계속 그들이 담당하게 되고 새롭게 시도되는 부분들만 계속 로테이션되어 사업을 시작하거나 접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부분에만 로테이션되는 이상한 상황을 겪게 되는 겁니다.


비대해지는 임원진


입사 초까지 줄곧 4인으로 유지하고 있던 회사의 임원진은 제가 퇴사할 때 즈음엔 8명으로 증가합니다.

더욱이 스타트업 회사임에도 같이 일했던 멤버가 임원진으로 올라가는 형태가 아닌 외부에서 영입되는 인사이거나 임원진들의 지인이 영입되는 형태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답지 않는 이질감이 퇴사의 동기를 부여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임원진이 늘어나 운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균형을 같이 일했던 멤버가 아닌 외부의 자금을 통한 인사 영입이라던가, 그들의 지인(과거 동창이라던가 이전 회사 동기라던가)을 영입하는 방식은 같은 회사 멤버로서 저는 큰 신뢰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항상 업무 중 리소스 부족으로 새로운 멤버를 기대하는 팀으로써는 사원 수는 그대로인 채 임원진만 늘어나는 것은 저로써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사원수는 그대로인데 임원진은 12명으로 늘어나 있네요.



위에 정리한 내용 중 다른 부분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했으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자칫 언급에 대해 조심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 생략하고자 합니다. 글이 많이 길어지는 부분도 신경 쓰이기도 해서 나머지 자세한 부분은 이후 글에 첨가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결국은 회사의 사업 방침이 글로벌에서 로컬로 전향함으로써 미묘하게 흐름이 바뀐 사내 문화라던가 생각보다 일본 체류에 있어서 드는 비용에 비해 높지 않았던 연봉에 대한 부담감도 한몫을 하게 되어 회사에 퇴사에 대한 의사를 리더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물론 연봉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금액에 대한 불만보다는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연봉 갱신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불만이 더 컸습니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퇴사에 대한 의사 전달은 회사로써도 저로써도 썩 기쁘지 않은 일입니다.

2018년 1월쯤 의사를 전달했고, 대표를 제외한 모든 임원진들과 면담이나 술 한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했고, 줄 서서 기다리듯 차례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1개월 동안 총 12회에 걸쳐 면담과 술자리를 통해 퇴사에 대한 의견 교환을 가지면서 회사 측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모색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시도해주었고, 저 역시 퇴사라는 결과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좀 더 개선된 점이 있다면 충분히 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그들은 저와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 주었고, 심지어 그 당시 워크숍으로 니가타를 갔었을 당시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무려 5시간 동안) 임원진들 모두 모여서 함께 고심을 할 정도로 최선을 다 해주셨습니다.


위에 설명한 문제들을 정리해서 전달을 했고, 회사 측은 대체적인 답변을 정리해주었습니다.


JAVA에 대한 미련에 대한 부분은 그냥 개인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리더나 CTO에게는 그냥 넋두리 식으로 이야기만 한 정도였습니다.


1. 잦은 롤 변경 ->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다만 최대한 의사 반영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2. 잦은 롤 변경 추가 -> 네가 JAVA를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알고 있으니, 추후 계획에 있는 홋카이도 지사에 네가 가서 자유롭게 개발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단, 그 지사가 언제 열릴지는 아직 미확정이다.)

3. 비대해지는 임원진 -> 사업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한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멤버 추가 확충에 대해서는 아직 50명으로 한정할 예정이다.

4. 미묘한 사내 문화 변화 -> 요새 바빠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인지하고 있다. 개선하겠다.

5. 연봉 관련 -> (이 부분은 연봉 금액에 대한 어필보다는 왜 1년이 지나도 연봉 협상에 대한 언급이 없는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계약서대로 1년마다 연봉 갱신을 위한 면담을 하는 것이 맞다. 이 부분은 놓쳤다. 미안하다. 면담 대신 일단 조금이지만 다음 달부터 오른 연봉으로 지급하겠다.


저는 최대한 객관적이기로 했습니다.

결국 답변의 내용은 개선하겠다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많았고, 최근 회사의 방향에 대해 놓치는 부분에 대해 사과와 함께 개선의 의지를 전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충분히 좋은 메너를 통해 계속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부담감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은 없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퇴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웃으며 안녕.


구체적인 개선을 원했습니다.

높은 연봉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되게 회사의 개발 언어를 바꿔달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현재 그 회사스러운 훌륭한 문화나 정책을 잃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한 이상적인 대안만 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 회사의 멤버였기 때문에 그들의 사정도 이해가 충분히 되었지만, 앞서 근황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더 나이가 들기 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원했고, 좀 더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었기에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응원해 주었고, 우리는 웃으면서 2018년 3월 30일 웃으면서 작별을 합니다.


팀 단위로 마지막으로 회식도 하고
마지막 출근날 점심을 함께 해준 멤버들


마지막 회식도 만들어줬는데 사진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일본의 회식은 본인의 의지로 참가하는 건데 정말 많은 멤버들이 함께해줘서 많이 놀랐습니다.


(내 퇴사가 그리 기쁜 건가...)


생각만큼 친화적인 성격이 아님에도 그들은 나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기억해 주었고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기만 했네요.


마지막 출근날 점심을 먹고 기념사진도 찍은 뒤에 뜻밖의 굿바이 선물도 마련해줍니다.


건강한 프로그래머를 위한 책과 직접 만든 사진첩, CFO의 자신 캐릭터 스티커(이건.. 도대체 왜...)


내 나이 때문에 굳이 이 책을 준건 아닌 거지..?


그리고 사진첩에는...


오키나와에서 찍었던 단체사진이 첫 장에..
디자이너 친구는 그림으로
맨날 놀리는 친구도, 같이 철야했던 개발자 친구도


마지막 장은 이렇게.


정말 많은 친구들이 손으로 편지를 써서 사진과 함께 붙여주었습니다. 

길이만 아니었다면 모든 내용을 다 올리고 싶지만..


마지막 장의 기간은 지금 봐도 너무 아쉽네요.

좀 더 일찍 입사했다면, 좀 더 오랫동안 함께 했을 거란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소년 같았던 회사


처음 입사할 땐 일본에서 떠날 때까지 줄곧 이곳에 있을 거란 생각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일본에 와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던 회사였습니다.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개발에 대한 문화에도 많은 반성과 배움을 주었던 회사였기에 아마도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회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80년대 티비에 나왔던 열혈 로봇 액션 만화에 나오던 등장인물들처럼 열정이 많았던 멤버들로 구성된 회사였고, 소년들처럼 실수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굳이 변명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은 그런 회사입니다.

젊지만 그 젊음 못지않게 웬만한 어른들 못지않은 무게와 신중함도 잃지 않는 신중한 회사였습니다.


어쩌면 나이 든 꼰대가 소년 같은 파아란 회사에 잿빛 현실에 맞춘 기준을 섞어버리려 했던 건 아니었나 돌이켜봅니다. 


퇴사해도 함께하는 BBQ


퇴사 이후에도 따로 술자리를 한다던가 개인집에 초대받아 바비큐 파티도 하면서 인연은 끊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회사가 질려서 퇴사를 했다던가 능력이 없어 해고가 된 것이 아닌 정말 서로를 위해 좋은 모습으로 퇴사를 했던 어쩌면.. 저에게는 첫 회사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인연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아쉽게도 이 회사의 이야기가 계속되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케이스로서 아마 자주 회자될 거라 생각을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 (2019년 3월 11일)에 저는 다음 달(2019년 4월 1일)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동안 약 1년간의 기간 동안 지나갔던 회사의 이야기와 일본에서 취업을 하면서 느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번에 입사하는 회사는 엄밀히 말하면 스타트업은 아닙니다. 

창립한 지 15년이 지난 오래된 기업이지만 오랫동안 40명의 규모로 인원수를 늘이지도 줄이지도 않은 채 B2B 사업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순수 일본 회사입니다. 


글의 카테고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입사하게 될 회사도 계속 문화에 대해 고민하면서 진화하고 있는 회사여서 일반 일본 기업들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계속해서 본 카테고리에 글을 이어갈까 합니다. 


정기적이지 못한 글과 좋은 필력이 아님에도 시간을 내서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기분 좋은 날들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APPENDIX. 짧은 근황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