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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 Apr 07. 2020

#17. 신종 코로나를 바라보는 일본의 작은 회사

우리 회사가 이번 신종 코로나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설명해봅니다.


아쉬움


어느 순간 갑자기 그다지 즐겁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일본 TV에서는 끊임없이 신종 코로나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고 오늘 (2020년 4월 7일)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재고 따지던 긴급사태 선언이 오후 7시에 선언된다는 소식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일본의 7개 지역에 발효된다는 긴급사태는 제가 일하고 있는 도쿄와 살고 있는 치바 모두 포함이 되어 이래저래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는 일본의 모습이 어떻게 보도가 되고 있는지는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만, 실제로 느끼고 일본인 친구나 동료들과 이야기 한 느낌으로는 비교적 조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이나 주변 국가들이 한참 이슈가 되었던 2월, 3월 시점에서부터 일본의 도쿄 올림픽은 연기될 거라던가 (혹은 연기되는 것이 좋겠다던가), 일본도 곧 감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인식은 이미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긴급사태 선언의 뉴스에도 주변 지인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입니다.


다만, 재난을 많이 경험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이슈가 되면 사재기를 하는 경향이 많아 동네 슈퍼나 마트는 꽤나 시끄럽습니다.  특히 생필품 관련 「デマ」(가짜 뉴스, false rumor) 의해 휘둘리는 경향이 강한 편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본인 친구가 보내준 도쿄 마트 사진. (왜 표고버섯만 남아있을까..)



육류도 모두 매진.

티슈 관련 루머가 유행했던 2~3주 전만 해도 순식간에 팔려서 티슈를 살 수 없는 상황도 있었고, 도쿄에서 「외출 자제」 발령되었을 때도 도쿄의 대부분 마트에는 라면이나 캔 음식, 쌀이 매진되는 웃픈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곧 오늘 저녁 발효되는 긴급사태 이후에도 어떤 상품이 매진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가 라인으로 한마디 합니다.


도쿄는 이럴 때 진짜 약하단 말이야.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재미없는 세상에서 일본의 회사는 어떤 모습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STEP1. 선택적 재택근무 시작.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풀 플렉스 (full flex time : 자율 시간대 출근 자율 시간대 퇴근) 근무제이기 때문에 비교적 다른 회사에 비해 공포의 도쿄 출퇴근 지하철을 피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각 사원들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서 출퇴근하면서 강제적으로 혼잡한 장소에서 어쩔 수 없이 감염되는 상황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2월 초부터 이슈가 되었던 신형 코로나의 뉴스를 접하면서 불안감은 계속 늘어났으며, 사내에서도 좀 더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에는 재택근무에 대한 규칙이 없었으므로 기본적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각 개발팀을 비롯한 타 부서의 협조와 협의를 통해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3월 초 아래와 같은 공지가 올라옵니다.


사내 공지 채널을 통한 메시지
신종 코로나가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긴급 대응으로써 다음과 같이 운용함을 알립니다.
해당 운용은 3월 31일까지이며 상황에 따라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 있습니다.

- 출근에 관련하여 강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이전 공지했던 「몸이 좋지 않을 경우 출근을 삼간다.」와 마찬가지로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불안감」으로 인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출퇴근할 때, 부족한 근무 시간을 재택근무로 채우는 근무 방식을 포함합니다.
- 업무와 업무 사이의 이동시간이나 용무에 의해 중간에 빠진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AKASHI(근태 관리 서비스)에서 휴식시간으로 누계하여 처리해주세요.

   


당시 일본에서는 대기업 중심으로 3~4일간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경우나 감기 증상 같은 발열, 기침의 경우 재택근무를 실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단순 불안감을 느껴 재택근무를 한다거나 혼잡한 시간을 피해 근무한 뒤에 부족한 시간을 재택근무로 대체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일본 사회에서는 꽤나 의외의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혼잡한 시간을 피해 출퇴근한 후 나머지는 재택근무로 대체하는 방식은 제가 제안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꽤 놀랐었지요. 물론 설득이나 설명을 위해 많은 상담을 했었지만, 납득해주는 회사가 참 고마웠습니다. 


이후 저는 일주일 5일 중 월, 화는 재택근무. 수, 목, 금은 오전 11시 출근 오후 2~3시 퇴근의 패턴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STEP 2. 선택적 출근으로


3월 말 도쿄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외출 자제 권고가 시작될 무렵 우리 회사는 또 한 번 방침을 바꾸게 됩니다.


■基本方針
 ・これまで基本出社でテレワークをオプションにしておりましたが、
   これを逆転します。
 ・つまり、原則テレワークをベースとし、必要に応じ出社もしくは
   輪番制で時間短縮の上、出社する方針とします。
 ・原則、来週月曜日からとしますが、今週中の実施については、
   担当取締役まで相談願います。東郷に直接でも構いません。


■기본방침
 ・지금까지는 기본적으로 회사 출근으로 재택근무는 옵션이었습니다만 이것을 반대로 바꿉니다.
    ・즉, 원칙적으로 재택근무로 하며, 필요에 따라 회사 출근은 윤번제(돌아가며)로 시간 단축 후, 출근
       하는 것을 방침으로 합니다.
    ・원칙상 다음 주부터 적용되지만 이번 주 중 실시하는 것과 관련한 부분은 담당 이사에게 상담하세            요. 토고(대표)에게 직접 상담을 요청해도 상관없습니다.


희망자에 한해 선택적인 재택근무에서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해당 방침은 주변 상황이 좀 더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실시하는 방침이 아닌 앞으로 좀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회사 업무가 갑자기 락다운(lockdown : 회사 업무가 마비)되지 않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성격에 더 가깝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大きな状況の変化を受けて、当社としても、

緊急時の事業継続計画として、対策をとることに致しました。
당사로써도 커다란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긴급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계획으로써 대책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모든 사원이 기본적으로 재택을 하게 되었고, 출근이 필요한 경우에는 리더에게 허가를 받고 출근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Step 3. 사무실 폐쇄


어제 아베 총리가 어제 긴급사태 선언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회사는 또다시 새로운 공지가 올라옵니다.


- 実施期間  
   新型コロナウイルス対応のため、4月7日(火曜日)~4月24日(金曜日) の間は、オフィスを閉鎖します。
- 실시 기간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4월 7일부터 4월 24일까지 사무실을 폐쇄합니다.


어제 이후로 회사의 출근은 금지가 되었습니다.

당직을 위해 10:30부터 16:00까지 직원들이 돌아가며 2명씩 출근하기로 했으나 대부분의 팀들이 리더급 이상 임원들이 출근하기로 결정해 일반 직원은 해당 기간 동안은 강제 재택근무로 전환되었습니다.


 Smooth Context Switching


회사는 거부감없는 업무 환경 전환을 위해 위의 첫 공지를 내놓은 시점부터 다양한 사전 준비를 해왔습니다. 

재택근무라는 인식 자체는 비교적 자유롭다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가정이 있는 직원이라던가 개인공간이 부족한 집에서 살고 있는 직원에게는 갑작스런 재택근무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줄곧 필요할 때는 같은 사무실에서 찾아가 상담을 하거나 토론을 했던 패턴이 전화통화나 화상화면을 보면서 이야기 하는 패턴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적응이 필요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회사는 3월 초부터 아래와 같은 사전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1. 회의 환경


회의는 3월 초부터 전 직원이 모두 회사 내에 있더라도 웹을 통한 화상 회의로 진행하면서 원활한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대비해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환경에 따른 음성 전달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화면에 문서를 공유했을 때 정상적인 공유가 가능한지, 각자 소지하고 있는 컴퓨터의 마이크가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있는지를 서로 테스트해가면서 합을 맞추었습니다.


클라이언트와 회의도 화상회의로.
사내 전체 회의도 화상회의로.

제가 있는 회사에서는 외부 클라이언트와는 Zoom이라는 서비스를, 사내에서는 Microsoft Teams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진행합니다.



2. 업무 환경


서버 접속은 기본으로는 VPN으로 진행하며, VPN의 이상이 있다면 별도의 사내 후미다이 서버 (踏み台サーバ : 배스천 서버, bastion server)를 통해 사내 시스템 및 운영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장애 대비까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또한 데스크톱을 가지고 있는 사원들에 한해서는 원격 접속이 가능한 환경을 준비해 주거나, 노트북으로 변경해주었습니다.


3. 비상연락망


일본은 개인 전화번호를 업무로 사용하는 일은 드뭅니다. 덧붙여 동료와 친하게 지내도 전화번호보다는 라인 주소를 교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일본인 지인들과는 전화번호를 교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따라서 긴급시 연락을 위해서 회사에서 각 직원 핸드폰에 서브 번호(050)를 부여하여 해당 번호로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그로 인해 부가되는 요금을 위해 모든 직원들의 급여에 월별 3천 엔씩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4. 업무 보고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우리 회사의 모든 업무는 레드마인의 티켓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각자 재택근무를 하면서 각 멤버들이 어떤 업무를 현재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Microsoft Teams의 채널을 통해 분보(分報:times 또는 timeline)라고 하는 보고 방식을 시작했습니다.


분보란 한국어로 어떤 명칭으로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일 업무보고나 주별 업무보고에 해당하는 일본어 일보(日報), 주보(週報)와 비슷한 개념으로 분단위로 보고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미적으로는 분단위로 보고하는 방식을 나타내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타임라인 형태로 실시간으로 적는 것을 의미합니다. 


잡담도 가능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현재 자신의 상태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업무에 더 많은 코멘트가 필요하다면 해당 카드에 답글 형식으로 계속 덧붙여 가기도 하고, 다른 담당자와 함께 이야기할 때도 활용합니다.

해당 기록이 남아있다면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연락을 취할 때 공석인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 친구들은 워낙 트위터에 적응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트위터처럼 잡담도 남기기도 하고 사진도 남기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세상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방금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오늘 같은 일을 대비하거나 앞으로 혹시나 더 악화가 되어 락다운이 되는 (바라지는 않지만)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올해 1월 말부터 인프라 준비를 해왔습니다.


이는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닌 영업, 마케팅, 코퍼레이션을 비롯한 전사적인 업무 협조와 적당한 의견 수렴이 갖추어져야 이루어질 수 있는 꽤나 복잡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 회사 주력 제품이 BYOD(Bring Your Own Device)을 내걸고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업무가 지속되도록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일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현시점처럼 정상적인 출근이 불가능한 일을 대비해서 타 일본 회사와는 다르게 비교적 민감하게 오랜 시간 동안 준비기간을 갖춰갔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회사는 각 시점에 따라 즉시 다음 스탭으로 진행할 수 있었으며, 직원들은 3단계의 스탭을 거쳐 자연스럽게 업무 환경을 전환하여 큰 불만 없이 만족하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짜부 지하철이나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분명 좋지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교류를 하지 않은 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은 참 슬픈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비록 제가 집구석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하고 집 밖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항상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점점 더 상황이 좋아져서 평소처럼 음식도 사 먹고 술 한잔도 하면서, 가끔은 짜부가 되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불평도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은 아마 지금부터가 큰 산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시점에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소강상태로 줄어드는 듯한 반가운 뉴스를 간간히 접하긴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낙관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서 건강한 환경으로 돌아와서 각 나라에 거리낌 없이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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