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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11. 2021

<너무 맛있어서 잠 못드는 세계 지리>

“감자, 설탕, 카카오의 흥미로운 이야기”

<너무 맛있어서 잠 못드는 세계 지리>
“감자, 설탕, 카카오의 흥미로운 이야기”

                                               해헌(海軒)

오늘은 음식과 지리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개리 풀러(Gary Fuller)교수는 하와이 대학 지리인구학 명예교수로서 35년간
지리학, 인구학을 가르쳐왔다고 합니다. 지칠 줄 모르는 지적 호기심으로 미국의 유명
TV퀴즈쇼 <제퍼디>에 참가하여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퀴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계 가이드>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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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학과 음식

현대에 이르러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은 인류가 서로 가까워
짐으로써 얻은 축복 가운데 하나다. 수천 년 동안 흩어져 살던 인류는 마침내 최후의
개척지인 뉴질랜드와 태평양 한가운데의 섬들까지 서구인들의 발길이 닿은 후 다시
만나 서로를 새롭게 알아가며 약 500년을 지내왔다.
우리는 이제 세계 여러 곳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지리학은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분석하는 한편,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고 생존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되었다.
음식, 특히 안정된 식량 공급은 지리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리학이 문화적인 요소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비중 있게 다루는
영역은 대부분 언어다. 언어만큼 사람들을 뭉치고 흩어지게 만드는 문화적 요소는 없다.

언어가 가장 오래 살아남는 문화 요소라면 두 번째로 끈질긴 요소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떠올릴 것이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라면, 나는 종교보다는 음식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음식은 추억을 불러온다. 나는 음식을 통해 의미 있고 특별한 추억들을 불러일으키는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볼리비아의 감자가 유럽을 지배하다

농업혁명은 인류가 이룩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 농업혁명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혁명이라기보다는
수천 년간 계속되고 지금도 진행 중인 하나의 과정이다.
농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야생 식물을 작물화하고 야생 동물을 가축화하게 된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에게 더욱 이롭게 동식물의 종을 개량시키는 선발
육종이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볼리비아는 감자의 원산지이다. 감자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구마나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얌과는 다르다. 볼리비아 원주민들은 수백 종의 감자를 개발했고 그중 일부는
칠레에서도 나는 품종이다. 현재 미국인들이 먹는 감자의 99%는 칠레산 품종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감자는 초기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에 들어왔지만 유럽 농부들은 18세기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감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땅속에서 자라기에 여러 질병으로부터 안전했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다.

감자를 주식으로 삼는 여러 민족들이 있지만 프랑스인들만큼 감자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흔히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르는 감자튀김이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메뉴에
딸려 나온다. 미국인들이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역시 감자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감자를 ‘칩’이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무엇이든
프랑스와 연관 짓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인 듯하다.
감자칩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다. 감자 칩의 연간 매출은 150억 달러가
넘는다.

★ 카리브의 눈물, 설탕

사탕수수와 같은 작물이 어떻게 최초의 원산지에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는지를
밝혀 지식 전반에 기여하는 것도 문화지리학의 기본 역할 중 하나다. 인간이 식물을
작물화하고 동물을 가축화한 하나하나의 과정은 모두 중요한 혁신의 사례들이다.
이러한 혁신들은 지리적으로 전파되는 동안 더욱 변화하면서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나갔다.

음식에 대한 논쟁거리는 끝이 없이 많지만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두 가지 백색
결정체, 즉 설탕과 소금이다. 희한하게도 둘 다 음식에 들어갈 뿐 음식이 아니고, 내가
아는 한 세상에 설탕과 소금을 금지하는 종교는 없다. 동네 슈퍼마켓 진열대를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소금과 설탕 대용품이 진짜 소금과 설탕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화학적으로 설탕이라고 정의되는 물질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설탕을 정제하고 농축시키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거의 모든 식물에는 설탕, 즉 당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가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포함하고 있는 식물은 아주 드물다. 그중 가장
흔한 식물이 바로 사탕수수다. 원산지는 뉴기니로 추정되며, 적어도 그곳에서 처음
작물화된 것은 확실하다.
사탕수수는 기원전 500년경 동남아시아에서도 재배되었고 인도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사탕수수를 적극 활용한 사람들은 아랍 상인들이었다. 8세기경에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회교도들이 독점적으로 관리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대서양의 섬 지역에서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했고 여기서
얻은 사탕수수를 새로 발견한 영토로 옮겼다. 카리브해 연안 지역은 세계 설탕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근대적인 플랜테이션 경영의 시초는 어쩌면 설탕 산업인지도 모른다.
사탕수수와 플랜테이션 경영은 식민지와 노예제도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새로운 영토에서 경영한 ‘설탕 식민지’는 유럽의 농장주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
지만, 대규모 노예 무역으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자유를 빼앗긴 채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가게 만든 원흉이었다.

과거 사탕수수 밭으로 뒤덮였던 카리브해 연안과 하와이에서의 설탕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지역의 인건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는 한편, 관광산업이 새롭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설탕 생산국은 브라질이고 2위는 인도다.

★ 신들의 열매, 카카오

동식물의 속명과 종명으로 분류하는 체계를 갖춘 린네는 카카오 나무에 테오브로마,
즉 신들의 음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원산지는 메소아메리카
지역이다. 유럽인들이 닥치기 전,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카카오를 재배했다. 당시
카카오에서 음료를 추출했는데 아마도 굉장히 쓴맛이었을 것이다. 향신료를 찾아 이곳에
도착한 콜럼버스는 네 번째 항해를 마치고 스페인으로 귀환할 때 카카오를 가지고 갔다.
스페인의 부자들은 카카오 음료에 푹 빠졌지만, 당시에는 카카오가 너무 귀하고(그래서
엄청 비쌌고) 맛이 너무 써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유럽인들은 카카오의 활용법을 더 개발시켰는데 특히 설탕을 첨가한 달콤한 초콜릿에
대한 수요는 거대 시장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카카오가 유럽과 미국의 초콜릿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점차 초콜릿 산지가 원래의 중앙아메리카가 아니라 아프리카로 옮겨
가면서 초콜릿은 돈이 되는 환금작물로서 재배되었다. 오늘날 세계 생산량의 70%가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

카카오가 열리는 나무는 포라스테로, 크리오요, 트리니타리오 이렇게 세 가지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카카오의 95%가 포라스테로 카카오다. 크리오요 카카오는 품질이
가장 뛰어나지만 질병에 취약해 기르기가 까다롭다. 베네수엘라가 크리오요의 주요
생산국이다. 트리니타리오는 두 가지의 교배종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초콜릿 공장은 풀턴의 네슬레 공장이다. 네슬레는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로 성장했고, 밀크 초콜릿은 네슬레의 후원을 얻어 다니엘 피터라는 사람이
발명했다. 허쉬는 미국 최대, 아마도 세계 최대의 초콜릿 제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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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리학과 음식에 관한 흥미로운 글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인간은 음식 없인
살 수가 없고 인간을 움직이는 동인 가운데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지요.
과거 한끼 한끼가 생존과 직결되었던 시절에는 음식을 취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멀리
떠났을 것입니다.  현대에도 방송을 보면 먹방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게
됩니다.

지리학중 문화지리학은 이러한 인간의 음식과 연관된 부분도 다루는데 오늘은 그중
감자, 설탕, 카카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감자를 보면, 볼리비아가 원산지인데 유럽으로 건너가 처음에는 독이 든 음식
으로 평가를 받아 인정받지 못하다가 결국은 유럽을 대표하는 작물이자 식량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너무 감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대적인 감자 질병이 돌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비극도 생겨났고, 이를 통해 이민도 일어났는데 아일랜드
인들의 대대적인 미국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두 번째는 설탕이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흰색 가루인 설탕과 소금만큼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드물다고 하지요.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과거 소금이 일한 댓가인 급여로 지급되기도 하였고, 설탕은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사탕수수가 당분을 많이 지녀 인간에게 설탕을 선사했지만 많은 노동
력이 필요했기에 인간 역사에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노예무역을 탄생시켰
다는 점에서 카리브의 눈물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인데,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기호식품 중 하나인 초콜릿의 원료
입니다.  메소아메리카에서 처음 인간이 음용할 때는 엄청나게 쓴 음료였지만
이후 설탕이 추가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요가 발생하게 됩니다.
처음의 원산지를 떠나 현재는 아프리카가 세계 최대의 생산지라고 하지요.

이처럼 음식은 원산지에서 주로 처음에는 애용되다가 글로벌화된 물류를 따라
국경이 없어진 지는 오래입니다.  인간은 지구 반대편의 음식도 손쉽게 구하게 되어
음식의 다양성은 커졌지만 이를 통해 카리브의 눈물처럼 인간을 도구화하여 비극이
발생하게 된 경우도 많습니다.

다음에 다른 내용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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