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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un 17. 2021

<기후 변화와 전염병 ;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

“공간의 미래 中”

<기후 변화와 전염병 ;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

“공간의 미래 中”


                                                 해헌(海軒)


오늘은 건축가로서 또한 인문학자로서 방송과 책,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

하고 있는 유현준교수의 새로운 책, “공간의 미래”를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유현준(1969~)교수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과에 진학하였고 이후 MIT 대학원 건축설계과, 하버드 대학원 건축설계과를 나왔습니다.

tvN의 <알쓸신잡>2에서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어서 한번 더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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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블루와 공간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기차를 발명해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고, 전화기 발명으로 내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영역을 확장했다. 백 년 전

조선시대 사람은 평생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은 더 넓은 공간을

경험하며 산다.

현대인 한 명의 공간은 사는 집 외에도 이용하는 각종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미술관,

경기장, 공연장, 여행지 등으로 구성된다. 역사상 최대의 크기다. 그런데 이 같은 공간의

소비가 코로나로 인해서 없어지게 되었다. 카페에서 쉴 수도 없고, 퇴근 후 회식을 할

수도 없고, 해외여행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오로지 집 안에 갇혀서 살아야 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한 사람이 소비하던 공간은 5분의 1이상 줄어들었다.

나의 공간이 줄어드니 내 권력과 자산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 좁아진 공간에

갇혀 지내다 보니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공간의 중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돌자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결국 가장 안전한

공간은 ‘내 집, 내 차 안’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내 집이 아닌 집을 꾸며야 하니 그림을 사서 거는 소비가

늘어났다. 남의 집 벽지를 갈기보다는 언제든 떼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그림으로 인테리어

를 하는 것이다. 이사하면 가지고 갈 수 있는 가구를 바꾸는 데도 돈을 쓰기 시작했다.

리조트에 가고 호텔에 묵는 것도 안심할 수 없으니, 가장 안전하고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자동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이 유행하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든 잠을 자게 될 때 그

공간은 완전히 나의 공간이 된다. 사람이 많은 극장이나 경기장에 갈 수 없으니 가장

안전한 야외 공간에서 혼자 운동하는 등산도 젊은이들의 힙한 유행이 되었다.

전염병은 여러 가지로 우리 삶의 공간을 바꾼다. 바뀐 공간은 우리의 생각도 바꾼다.


★ 고래가 코끼리보다 큰 이유


코끼리는 체중이 몇 톤이지만 고래는 수십 톤에 달한다. 대체적으로 수중 포유류 동물은

육지 포유류 동물보다 훨씬 덩치가 크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차가운 바닷물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진대사가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몸집이 클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2배가 되면 면적은 4배가 되지만 체적은

8배가 된다. 덩치가 커질수록 차가운 바닷물과 닿는 표면적이 늘어남에 비해 체적이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바닷물과 닿지 않는 안쪽 세포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 유리해진다.

그래서 가장 큰 수중 포유류는 가장 큰 육지 포유류보다 체중이 25배 정도 무겁다.


크기가 커지면 뼈대의 단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또 다른 분야가 건축이다. 건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기둥의 단면이

견뎌야 하는 무게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과거 건축에서 목재를 주재로로

사용했다. 목재는 단위 면적당 견디는 힘의 강도가 낮기 때문에 건물을 높이 짓기 어렵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목구조로 지은 건축물은 5층 정도가 최대치인 것 같다. 그보다 높이

지으려면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속이 비어 있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황룡사지 탑은

사람이 들어가서 살지 않기 때문에 9층까지 지을 수 있었다. 5층보다 높은 건축을 하려면

단위 면적당 받아 낼 수 있는 무게가 목재보다 더 큰, 강한 재료를 써야 한다.

서양 전통 건축물이 동양 전통 건축물보다 높고 웅장한 이유는 나무보다 단단한 돌을

주재료로 사용해서 높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은 돔의

높이가 100미터나 된다. 하지만 그것도 속이 텅 빈 돔 건축이었으니 그렇게 높이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실내를 층층이 사용할 수 있는 빌딩은 단단한 돌을 사용해도 8층 높이가

최대였다.


더 높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했다. 철이나 콘크리트는 목재나

돌보다 단위 면적당 압축력을 받아내는 힘이 크다. 근대 건축에 접어들어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나오고 나서야 수십 층 높이의 건축물을 만들게 되었다.

이처럼 동물이나 건축물도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체 재료의 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사회를 받치는 뼈대가 튼튼해져야

한다. 수십 명의 원시 사회가 수백 명 규모의 사회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원시 종교의

역할이 컸다. 현재 거대한 인간 사회를 구조적으로 지탱하는 여러 가지 뼈대가 있다.

가족, 민족, 애국심, 국가, 교육, 연금제도 등이 그러한 뼈대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뼈대가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 기술 발달과 저출산의 시대


2019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0.88로 세계 최저치다. 인구학자들과 정부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19년에만 23조의 예산을 책정했다. 저출산이라는 현상이 생겨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집값은 비싸고

사회 계층 간의 이동도 어려운 척박한 상황이 저출산의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기 어려운 사회 제도 역시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일회성 지원금으로는 그런 상황을 바꿀 수 없다. 그리고 또한 기술발전 때문

이기도 하다. 인간을 속박하는 근본적인 제약은 시간적 제약과 공간적 제약이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자 수명이 120살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시간적 제약을 절반으로

줄었다. 공간적 제약도 없어졌다. 시공간의 제약에 수백 배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60세 인생이라면 30세 전에 자식을 낳아서 자신의 시간을 자식을 통해 연장해야 했겠

지만 120세 인생에서는 그럴 이유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30세에 결혼하고 30년을 같이

살았다면 지금은 60세에 결혼해도 60년이나 같이 산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의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 반면 수명이 늘어나자 오히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경험해 보아야

할 공간이 더 넓어졌다. 나를 위해서만 살기에도 벅찬 게 현대인의 삶이다. 이런 배경이

비혼과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인류사의 큰 변화나 갈등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시공간의 변화가 기존 사회와 충돌했을

때 발생한다. 전염병 역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시간 거리가 축소되고 공간이 압축

되면서 전파되고 문제를 발생시킨다. 14세기 말이라는 교통수단이 있어 몽고의 흑사병이

유럽까지 전파되어 문제를 일으켰다. 21세기에는 비행기라는 교통수단이 거미줄처럼

전 세계를 엮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단기간에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 새로운 뼈대가 필요한 시대


몸집이 너무 커져서 뼈가 부러지면 새로운 재료의 뼈대가 필요하다. 10층짜리 건물을

지으려면 목재가 아닌 철근 콘크리트 기둥을 써야 한다. 목재에서 철근 콘크리트로

바뀌는 정도의 ‘사고의 혁명’이 필요하다. 특히 철학적, 종교적 개념의 혁신이 필요하다.

존엄사 같은 민감한 사안들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백세 시대에 맞는 결혼과 출산의 새로운 제도와 정의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새로운 집, 새로운 업무 환경, 새로운 학교, 새로운 상업 시설, 새로운 도시

공간 구조가 필요해 보인다. 전염병에 강하면서도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를 줄이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 구조가 절실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축과 도시가 바뀌는 가장 큰 요소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이다.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해진 기후 변화는 인간을 강가로 모여들게 만들었고 전염병에 강한 건조

기후대에서 도시 형성과 함께 문명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도 똑같은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분명한 변화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사회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기 마련이고 가끔씩 어쩔 수

없는 재난에 의해서 변화가 오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시대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상식적인 행동들을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제약은 공간의 운영 체계를 바꾸게 된다.

공간의 운영 체계가 바뀌면 공간을 통해서 구축되던 권력 구조가 와해된다. 이럴 때가

새로운 것을 도입할 수 있는 기회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위기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미루어 오던 재택근무, 원력진료, 원격 수업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이 변화와 개혁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시기다.


★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될 새로운 공간


공간을 압축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사회가 발전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면서 서울과 부산 간의 시간 거리를 네 시간을 줄였고,

이를 통해서 1970-1980년대 경제 성장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 시절 고속 인터넷망 인프라를 구축하여 물리적 이동 없어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의 압축을 만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했고, 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부자가 만들어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복원될 수 있을까?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된다. 진정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부의 이동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는 가난하지만 내 자식은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그래야 아이도 낳는 것이다. 부의 이동이 쉽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려면 상업이 발달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술 혁명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새로운 부자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형성된다.


19세기 유럽 사회에서 하층민으로 천대받던 사람들은 범선으로 2주만에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갈 수 있게 되자 신대륙에서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미국을 만들고 유럽 전통 부호를 능가하는 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미국 동부에서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사회 하층민은 기차를 통해 서부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해서 실리콘 밸리를 만들고 엄청난 부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시골에서 지주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기회를 찾았다. 엘리베이터와 철근 콘크리트 기술로 아파트를

만들어 과거에는 쓸모없던 허공에 부동산 자산을 만들어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자 중산층이 생겨나고 근대 사회가 완성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 기성세대와 기존 재벌에 밀려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 젊은이들은 IT 기술로 인터넷 인프라 구축으로 온라인 공간이 만들어지자

네이버, 카카오, 다음,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은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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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현준 교수의 책 "공간의 미래"를 두 번째 소개를 합니다.

유교수의 말을 방송에서 듣거나 책에서 보게 되면 상당히 스마트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 내용에서도 여러모로 이러한 면이 드러납니다.


먼저 건축학자답게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의 확장 역사다라고 하지요.  기차나 비행기를 통해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엄청나게 확장이 되었고, 전화기, 인터넷을 통해서도 공간의 확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간은 반드시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큰 영향을 받는데, 빙하기 이후 따뜻해진

날씨가 사람들을 강가로 모았고, 전염병에 강한 건조기후대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

되었다고 하지요.   가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간의 활용이 떨어지고 내가 향유

하는 공간이 줄어드니 개인의 권력과 자산이 줄어들게 느껴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우울증이 늘어나게 됩니다.  요즘은 이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가 붐빈다고 하지요.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매년 20조 이상

의 예산을 투입해도 요지부동입니다.  과거 60-70년대생이 연간 100만명 가까이

태어났는데 이제 20만명대이니 우리의 미래 사회가 이를 어떻게 견뎌내야 할 지

걱정이 됩니다.  저자는 저출산의 원인도 시간과 공간의 확장으로 설명을 합니다.

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100세 시대를 맞고 있고 공간적 제약도 줄어드니

결혼과 출산에 대한 근본적 의식이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유교수는 미래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여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우리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가난하지만 내 자식은 부자가 될

수 있는 희망을 가져야 자녀를 낳는다고 합니다.  기술 혁명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공간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새로운 부자를 만들어왔습니다.

유럽의 하층민이 배를 타고 신대륙으로 가서 미국을 만들고 신흥부자가 되었으며

동부의 가난한 사람이 서부로 이동하여 새로운 부를 창출하였지요.  전통적 산업

에서의 후발 젊은이들은 인터넷, IT 가상 공간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거대한 새로운 개념의 기업이 등장하였습니다.


다음의 새로운 공간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신대륙, 새로운 가상공간을

찾아 떠나는 노마드, 현대판 유목민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류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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