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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14. 2021

<공간의 미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공간의 미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해헌(海軒)

오늘은 건축가로서 또한 인문학자로서 방송과 책,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
하고 있는 유현준교수의 새로운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유현준(1969~)교수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과에 진학하였고 이후 MIT 대학원 건축설계과, 하버드 대학원 건축설계과를 나왔습니다.
tvN의 <알쓸신잡>2에서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유교수의 책은 이미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었지요.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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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가장 어려운 운동은 골프라고 한다. 다른 운동에 비해 거의 모든 관절을 사용을 해서 그중
하나만 삐끗해도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다. 여러 요소 중
한 개만 잘못 예상해도 결과는 엉뚱하게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래학자라고 할 수 있는 앨빈 토플러의 ‘전자 오두막’예언일 것이다.

1980년 그는 저서 <제3의 물결>에서 미래는 정보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미래에 기술이 발달하면 사람들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도시를 떠나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기술은 완성되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상사들은 부하 직원이 집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발전해도 여전히 사무실로 출근했고 도시에 모여 살았다. 예측이 빗나간
이유는 인간의 권력 욕구라는 본능을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전하면 먼 나라의 모습도 TV나 컴퓨터 모니터로 볼 수
있으니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하지만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는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떠났다.
예상과는 반대로 수십 년간 해외여행객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다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변수가 생겨나자 재택근무가 시작됐고, 해외여행이
사라졌다. 권력 욕구보다 생존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능적인 요소의 힘들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작용할지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보통 과학자들이 미래가 12시 방향
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면 대부분 2시나 11시 방향으로 가게 된다.

★ 코로나 사태와 지구 온난화

전 국립생태원장 최재천 교수는 2020년의 코로나 사태를 지구 온난화에 의해서 만들
어진 하나의 현상으로 설명한다. 동물은 각 종마다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에 대응
한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 체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해
바이러스를 죽이려는 전략을 취한다. 반대로 여러 동물과 접촉하고 수많은 개체 수가
모여서 사는 박쥐의 경우에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박쥐는 몸 안에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품고 살아가게 된다.

이런 박쥐와 인간이 접촉하게 되면 인간은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된다. 그런데 다행히
인간은 주로 사계절이 명확한 온대 지방에 도시를 만들어 살고, 박쥐는 주로 기온이 높은
더운 지방에서 서식하고 있어서 둘의 서식지가 겹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열대 기후 지역에 살던 박쥐들이 기온이 오른 온대 지역, 즉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점점 이동해 오게 되면서 인간과 박쥐가 만날 가능성이 늘어났고,
그런 가운데 박쥐에 의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세계로 전파되었다는 것이 최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또 다른 전염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난화는
시베리아 동토를 녹이고 과거에 활동했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세상에 나올 가능성도
높인다. 동토에 얼어서 갇혀 있던 메탄가스도 대량으로 공기 중에 분출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마스크가 만드는 관계와 공간

45센티미터 이내에 들어오는 사람은 특별한 관계의 사람이다. 연인이나 부모 자식 정도만
그 거리 안에 들어온다. 그런데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에는 모르는 사람과도 45
센티미터 이내로 가까워진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처럼 관계는 사람간의 거리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람 간의 거리는 공간의 밀도를 결정
한다. 공간의 밀도는 그 공간 내 사회적 관계를 결정한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바꾸었다. 가까웠던 사람들도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극장, 야구장, 공연장에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람 간의 간격이 바뀌자
사람 간의 관계도 바뀌었고, 사람 간의 관계가 바뀌자 사회도 바뀌고 있다.

대인 관계의 가장 기본은 타인의 얼굴을 보고 나의 얼굴을 보여 주는 것이다. 더 가까운
사람과는 신체적 접촉인 악수를 한다. 코로나19는 이 둘 다 못하게 만든다.
인간의 눈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흰자위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이 사람이
멀리서도 다른 사람이 어디를 쳐다보는지 알 수 있도록 진화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
한다. 동물들은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기에 어디를 바라보는지 멀리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와 표정 등을 통해 집단
내에서 의사소통이 잘 됐고 따라서 집단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정이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고 표정의 대부분을 가린다.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미세한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그런데 온라인 강의나 화상회의로는 표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화를 진행해 나가니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화상회의 시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의 표정을 파악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쌓여 우리의 삶 자체를 바꾸고 있다.

★ 전염병, 인류, 도시

인류사에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5천년 인류사를 살펴보면, 전염병은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문명이 발생하려면 도시가 필요하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만들어지려면
전염병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같은
건조기후대에서 발생했다. 건조기후는 전염병의 전파가 최소화될 수 있는 조건
이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은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의 영향이 크다. 흑사병으로 인해 천 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교회의
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염병도 반복되는 역사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접근이 코로나 사태를 차분하게 대응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사회 변화 양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진행되어 오던 변화와 같은 방향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대면화, 개인화, 파편화, 디지털화를 말한다.
향후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 등의 비중이 늘면 산업
구조와 도시 공간 구조의 재구성이 촉진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온라인 관계가
늘어나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기회를 동시에 가질 때 관계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기회 역시 비대면 방식 하나보다는 비대면과 대면 두 가지 기회를
가진 업체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도시를 선호하는 사람은
항상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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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건축학자이자 통찰력 있는 인문학자이기도 한 저자의 새로운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유례없는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공간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좋은 내용이 가득하였습니다.

먼저 최고의 미래학자인 앨빈토플러의 예를 들어 아무리 뛰어난 미래학자라고 해도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데, 이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여 조금이라도 다른
팩터가 영향을 주면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보화 시대가 되면 재택근무가 늘고 해외여행이 줄어들거라 예측을 했지만 정반대
의 결과가 수십 년가 지속이 되다가 코로나 전염병의 영향으로 비로소 재택근무가
늘고 해외여행이 사라지는 현실이 되었다고 하지요.

전염병은 완전히 인간 관계와 사회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데, 코로나 이후로 타인과
의 거리 설정이 달라지니 인간 관계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써서
표정을 살필 수 없으니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었고, 줌 등을 통한 화상
회의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본능적으로 체크하다 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한다는 흥미로운 내용도 있었습니다.

통섭을 주창한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최재천교수의 지구 온난화와 팬데믹의
증가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고, 빙하가 녹으면서 과거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그리고 메탄가스의 증가는 우리 생태계를 충분히 뒤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팬데믹이 과거에도 여러 번 존재했고 이런 대유행을 통해
급격한 사회변동이 있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흑사병으로 인해 교회의 지배력이
약화되어 중세가 무너졌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런 대유행도 결국은 지나가게 될
것이고 인간은 결코 서로를 만나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비록 사람간의 간격이 늘어나고 공간의 밀도가 달라져 사회가 변화할 것임은
자명하지만 인간은 다른 인간을 만나야 하고 교류를 해야 생존하고 발전하였기에
새로운 질서와 패턴으로 재편되지만 서로의 만남이 결코 없어지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연이어 이야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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