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 인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Apr 03. 2021

<동서양 다른 문화유전자 – 알파벳과 한자>

“공간이 만든 공간”(Ⅲ)

<동서양 다른 문화유전자 – 알파벳과 한자>
“공간이 만든 공간”(Ⅲ)

                                               해헌(海軒)

오늘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한다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책을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유현준(1969~)교수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과 진학하였고 이후 MIT 대학원 건축설계과, 하버드 대학원 건축설계과를 나왔습니다.
tvN의 <알쓸신잡>2에서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

★ 동서양 문화 패러다임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의 인간 사고를 지배하는 인식 체계라 할 수 있다.
동서양 각 문화권의 패러다임은 기후가 만들어 낸 농사 방법과 건축 공간에 의해서
서서히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동서양의 다른 문화적 특징은 각 문화의 문자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서양 문화가
사용하는 알파벳 시스템의 기원은 이집트 문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이집트 문자 ->
시나이 문자 -> 페니키아 문자 -> 그리스식 알파벳 -> 라틴 알파벳 순으로 변천되어
내려왔다. 알파벳은 26개의 문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알파벳은 변화하지 않는다.
‘원자’를 뜻하는 영어 Atom은 고대그리스어 a-tomos에서 온 것으로, ‘부정’을 뜻하는
‘a’와 ‘쪼개다’는 뜻의 ‘tomos’가 합쳐진 말이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
이란 뜻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인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원자는 외부와 교류가 없는 독립된 단위로 생각했고, 이러한 원자가 모여
분자를 구성하고 분자가 모여서 우리가 보는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했다.

★ 서양의 알파벳

알파벳의 구성 역시 전통적인 원자 개념과 비슷하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26개의
알파벳이 일정한 순서대로 붙어서 단어를 구성하고, 단어가 붙어서 문장을 구성하는
체계다. 알파벳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식은 알파벳을 하나의 축을 따라서 가로로
배열하되 그 순서만 바꾸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D’, ‘E’, ‘N’ 이라는 세 개의 알파벳이 있다면 그 순서를 END로 하면 ‘끝’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DEN이 되면 ‘동물들이 쉬는 곳’이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런 알파벳 문자 체계를 사용했기에 서양에서 유전공학이 먼저 나오게 되었다고 생각
한다. 유전공학은 A,G,T,C 네 가지 염기의 서열을 바꾸어서 만들어진 유전자 정보가
생명체의 다양성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각각의 다른 모양의 생명은 네 개의 알파벳
으로 만들어진 다른 스토리의 소설책인 것이다.

★ 동양의 한자

중국 한자(漢字)의 경우에는 기존 몇 가지 글자들의 조합으로 새로운 의미의 글자가
계속 만들어진다. 그런데 서양의 알파벳 체계와는 다르게 글자들 간의 상대적 위치와
획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고 짧은 관계에 따라서 같은 글자 요소들로 다른 의미의
글자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하나라는 뜻의 ‘一(일)’자와 나무라는 뜻의 ‘木(목)’, 이 두 가지 글자가 서로의
위치 관계에 따라서 다른 의미가 된다. ‘木’자 아래쪽에 ‘一’을 붙이면 근본이라는
뜻의 ‘本(본)’이 만들어지고, ‘木’ 글자 위쪽에 ‘一’을 붙이면 아니라는 뜻의 ‘未(미)’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未’에서 위에 붙은 ‘一’자를 ‘木’자의 가로획보다 길게 쓰면 끝이라는
뜻의 ‘末(말)’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한자에서 글자의 뜻은 한 글자를 구성하는 기본
글자의 상호 관계에 따라서 변화된다.

그 외에도 한자의 또 다른 특징은 알파벳의 경우 모든 글자가 한 방향으로 나열되는
반면, 한자는 글자가 상하좌우 어느 쪽으로도 덧붙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향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한자는 자유로운 성장 패턴을 띠게 되는데, 이와 같은 성격은 동양의
건축 평면에서도 나타난다. 서양의 종교 건축이나 왕궁 등을 보면 좌우 대칭성을
가지고서 한 방향의 축을 따라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판테온’, ‘하기아소피아 성당’,
‘성베드로 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 모두 좌우대칭 가운데 축이 있다.
반면 동양에서는 많은 경우 주변 환경에 맞추어서 좌우 비대칭성을 가지고 자연 발생
적인 형태로 증식하듯이 평면이 구성된다. ‘경복궁’과 일본의 각종 고성들이 그렇다.

★ 서양의 수학적 조합, 동양의 관계적 집합

이렇듯 일방향성과 다방향성은 두 건축 문화가 각기 가지고 있는 다른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서양 문화는 세상을 절대자가 만든 ‘수학적 규칙의 조합’
으로 보고, 동양은 세상을 ‘관계의 집합’으로 보는 시각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이같은 관점의 차이는 체스와 바둑이라는 게임에서도 나타난다.

★ 체스와 바둑

게임은 문화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또 다른 매체다. 체스는 ‘차투랑가’라고 불리는
게임이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도를 기원지로 하는 차투랑가는 6세기경에 지금의
이란이 있는 지역인 페르시아로 건너가게 되고, 7세기경에는 아라비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이 유럽으로 들어가 스페인과 터키를 거치며 널리 퍼져서 서양 장기인
체스가 되었다. 체스는 격자형으로 구획된 정사각형 네모 칸 안쪽에서 여러 종류의
체스 말들이 정해진 위치에 놓인 상태에서 시작된다. 각자 16개의 말을 가지고
상대방의 말을 잡아먹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특징은 왕,
여왕, 기사, 비숍, 나이트, 룩, 폰 같은 신분 체계가 있다는 점과 각각의 말은 자신만
의 고유한 진행 경로 패턴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말은 항상
정해진 위계질서와 기하학적으로 정해진 경로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바둑은 논밭을 확장하고 경작하는 농경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만든 계임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모든 말이 가득 차 있는 체스와 반대로 바둑은 게임을 시작할 때
바둑판이 텅 비어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흰색 혹은 검정색 돌을 격자 선의 교차점
에 놓으면서 자기편의 영역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바둑의 법칙에서 중요한 점은
상대방 돌을 많이 가진 편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빈(보이드) 공간을 많이 만드는
편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계급 체계를 갖고 있는 체스와 달리
바둑의 돌은 검은색 흰색 두 종류의 편만 나뉘어 있을 뿐 같은 편 내에서는 돌들 간에
위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돌은 평등하되 상대적 위치 관계에
의해 결정 난다.

★ 체스와 바둑, 서양건축과 동양건축의 차이

(1) 체스, 서양건축
상대편 죽이기, 절대적 계급, 기하학적인 경로, 격자무늬 안에 위치하는 말
외부 공간 압도, 절대적 양식 체계, 기하학적인 공간, 벽의 건축

(2) 바둑, 동양건축
바둑돌로 빈 공간 만들기, 상대적 관계에 의한 계급 결정, 자유롭고 유기적인 성장패턴,
격자무늬의 교차점에 위치하는 말
건축물로 외부 공간 포용, 대지에 상대적으로 반응하는 건축 계획, 자유로운 성장패턴의
배치 계획, 기둥의 건축

===================================================================

오늘도 자신의 전공인 건축학을 넘어 전 학문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는 유교수의
동서양 문화에 대한 해박한 분석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 패러다임을 가지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먼저 알파벳과 한자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알파벳은 이집트 문자에서 비롯하여 현재 유럽의 여러 문자들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아톰이라는 단어, 원자라는 단어에서 이해하듯이 나누어지지 않는
기본 단위가 있음을 먼저 설정합니다.  그리고 한 축을 따라서 배열하는 순서에
의해 의미가 달라지는데, 이는 유전자 A,G,T,C 배열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리와
아주 유사합니다.

반면, 한자는 상하좌우로 구성이 달라질 수 있고 획의 길이에 따라서 같은 글자도
의미가 달라집니다. 즉 사방으로의 상호관계가 중요한 것이지요.
이는 건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판테온, 성베드로성당 등 서양의 건축물은 대칭성
을 아주 강조하고 그 가운데 축이 존재합니다.  반면 동양의 건축물은 자연의 환경에
건축물이 맞추어 들어가서 비대칭적이고 원래의 형태에 덧붙여지는 구조가 특징이
됩니다.
이를 서양은 '수학적 규칙의 조합', 동양은 '관계의 집합'이라는 말로 표현이 됩니다.

문자인 알파벳과 한자에서 뿐아니라, 게임인 체스와 바둑에서도 두 문화의 개성은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처음에 모든 말이 꽉 찬 채 위계에 의해서 자신의 가는 길이
정해진 규칙으로 움직이는게 체스라면, 처음 시작인 텅빈 공간에서 위계가 없는
평등한 바둑돌이 관계성에 의해서 룰이 정해지는 바둑은 양 문화를 극명하게
잘 나타내줍니다.

문화는 다를 뿐 우열이 존재하지 않지요. 그곳의 기후, 즉 강수량, 기온, 일사량 등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고, 땅의 형태, 바다나 강의 유무 등에 따라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현대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평안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