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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추나한의원 Dec 26. 2018

황제의 보약 공진단, 어느 왕이 먹었을까?

망원동한의원에서 알려드립니다.

"황제의 보약, 공진단" 바로 공진단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광고 문구입니다. 귀한 약재들로 만들어진 공진단은 일반 평민이 먹기에는 너무나 비싼 약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옛날 공진단은 황제에게 진상되던 귀한 보약이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공진단은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약 중에서 가장 값비싼 약 중 하나입니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약은 아니지만, 공진단은 비싼 만큼 좋은 약입니다. 효과가 뛰어난 공진단은 조선시대 기록상으로 주로 왕들이 복용하던 귀한 약이었습니다.


'공진단 매거진' 제4화에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조선시대 왕들의 질환과 그에 따른 공진단 복용 기록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장희빈의 아들 경종

공진단을 가장 사랑한 왕은 바로 경종입니다. 경종은 공진단을 수시로 처방받아서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희빈의 아들로 잘 알고 있는 왕, 경종은 4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재위 기간을 가졌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장희빈을 잃은 경종은 복잡한 정쟁의 중심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32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와 선천적 허약함이 더해져서 몸이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록을 살펴보면 경종의 병에 대해서 알 수 있는데, 여러 가지의 정황을 설명을 하고 그 질병을 '이상한 병'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한 병을 치료하고자 사용했던 처방 구성을 살펴보면 경종은 전광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전광증은 현대의학적 용어로 풀어서 설명하면 정신착란이나 정신분열증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전광증에 걸리면 갑작스러운 간질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경종은 정신, 신경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소변을 자주 보러 다니는(頻尿) 등 방광과 신장이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었고 정력 역시 크게 떨어져 즉위년에 이르기까지 자식이 없었습니다. 어의는 하초의 원기가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특단의 대책으로 경종의 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처방하였는데 그 약이 바로 공진단이었습니다. 경종의 떨어진 원기를 보충하기 위하여 공진단을 가장 많이 처방했다는 사실을 보고 우리는 깨어진 몸의 균형을 제대로 세우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특효의 처방이 바로 공진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개혁정치를 실천한 성군 정조

공진단을 처방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두 번째 임금은 바로 정조입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유명한 분들은 공진단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역린', 드라마 '이산'을 통해 잘 알려진 정조 임금은 어린 시절 사도세자가 죽는 모습을 본 충격으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병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공진단은 원기회복뿐 아니라 화병에도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나중에 공진단의 효능을 설명할 때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정조는 다혈질 성격으로 두통, 소화불량도 달고 살았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증상들로 인해 조선시대 어의가 공진단을 처방했다고 합니다.


정조 재위 6년째 나라 전체의 가뭄으로 인해 기우제를 준비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행사를 하게 되면 주체가 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정조 또한 국가행사를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치료를 위해 어의가 임금에 대한 처방한 것이 공진단이었습니다.



안동 김 씨의 60년 세도정치가 시작되다, 순조

공진단을 처방받은 것으로 유명한 세 번째 임금은 바로 순조 임금입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였죠. 순조 임금은 신하들의 권력투쟁에 매우 괴로워했습니다. 안동 김 씨 가문의 세도정치로 호흡곤란이 찾아올 정도로 심한 화병과 소화불량에 시달렸습니다. 부왕이었던 정조와 마찬가지로 권문세족의 폭정을 견제하며 정치 안정을 위해 노력했죠. 정조 임금과 아들인 순조 임금 둘 다 공진단 복용의 이유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벌 정치에 희생된 비운의 왕, 철종

33세에 승하한 철종 임금도 정력 향상을 위해 공진단을 복용했다고 합니다. 철종 또한 정신적 압박과 세도 정치로 인한 스트레스로 평생 소화불량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자주 복용한 것은 강장 처방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공진단 또한 그러한 목적으로 복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혈통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왕가의 슬픈 이면이기도 합니다.



간략히 요약을 하자면, 정조/순조 임금은 스트레스, 경종/철종 임금은 정력 강화를 위하여 공진단을 처방받았습니다.


공진단을 수시로 복용하였지만, 경종과 철종은 각각 37세, 33세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권력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돌아보지 못해 스트레스로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제야 사향이 들어간 공진단 같은 약재를 복용해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몸의 균형이 한 번 무너지면 건강할 땐 아무것도 아닌 음식도 독이 됩니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 "서제(筮臍)"라고도 하죠. 


서제(筮臍)란, 사람에게 잡히면 자신의 사향을 물어뜯는 사향노루의 습성에서 유래된 말로써,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원인이 자신의 귀한 사향 때문임을 뒤늦게 알고 물어뜯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에 유래된 말입니다.


이번 주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건강에 항상 관심을 갖고,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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