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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지 Apr 17. 2018

[영화] 몬타나

원제 Hostiles. 누구의 땅인가. 누구를 위한 자비인가. 

브런치 시사회에서 본 "몬타나(Hostiles)" 단상들.


네이티브 아메리칸 ('인디언') 과의 '관계'를 주소재로 한 '나의, 당신의 적은 누구인가' 를 이야기하고 있는 '전쟁' 영화. 원제 "Hostiles" 는 '적들' 이란 뜻.


영화는 무겁고 진지하다. 시종일관 가차없는 살육이 이어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된다. 주제와 소재 모두 나의 취향. 단, 좀 힘을 뺐으면 하는. 캐릭터 설정과 서사, 주연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탁월했다. 대사로 서사를 설명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늘 하던대로, (영어) 대사를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본다.


- Melancholia? There is no such thing.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서 우울을 느낀다는 건 사치스러운.


- Wretched savages. '인디언'들을 이렇게 부른다. wretch, wretched 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비참한 상황에 처한 자, 곤고한 자, '(스스로를 자조하며 일컫는) 쓰레기'의 뜻으로 쓰일 수 있다. savages 는 야만인. 가끔 내가 나를 돌아보며 하는 탄식. "I'm a wretched man."


- '전쟁', 증오심의 '전쟁' 이 사람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 영화는 묻고 있다. 1, 2차대전도 아니고, 월남전, 한국전도 아닌 곳에서. What it does to a man. 프랑스인 출신 이등병이 동료에게 묻는다. 아직 사람을 죽인 적이 없는데 어떤 기분이었냐고. How did you feel? 아주 오래 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잠시 침묵하던 동료는, 14살 때였다고. 남부군 한 명을 죽이게 되었고 그 이후 남자나 여자나 아이나 적군, 아군 (가리지 않고) '죽이게' 되었다고 말한다. 군인으로서 일을 해야 한다, 자꾸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실은 두려운 게 그거다, 익숙해질까봐. What have I (you) become? 도대체 내가 무엇이 된 거지. 모든 것은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다. 하다보면. (그런데 익숙해지지 않는 건 '사람'-대원들을 잃는 것. you don't get used to losing 'men'.) 전쟁의 발로는 증오심인가? 어떤 '이해관계' 라고 보는 편이 맞겠지만, 전쟁의 '성립'과정에는 의도적으로 또는 형체없이 고조된 증오심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듯하다.


- 영화는, 미국은 원래 누구의 땅이었는가,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조금 발전된, 메이저 영화에서는 조금 용기가 필요했던, 진보된 시각이다. 물론 아직 주류의 '그들' 안에서도 논란이 있다. 세상이 변했단 건데, 맙소사, 그럼 땅도 돌려주란 말인가, 라는 '그들'의 내심. 법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어도 일반인들의 세상에서는 그들만의 법이 건재하다. 대통령의 '특명'이 써 있는 문서를 보여준다해도 그건 단지 '힘도 없는 종이에 끄적거린' 것일 뿐.


- 자비 Mercy 에 대한 질문. 누구에게 던져줘야 하는 자비인가. 적에게? 명령을 어긴 아군에게? 무수한 아군을 죽였으나 지금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적에게? 나를 죽이려는 '억울한' 아군에게? 피아의 구분이란 것은?

- 신앙 코드. 주요 침묵의 순간에 등장인물이 읊는 구절들. 나는 연약한 자이옵니다. 주의 거친 서사는 (우리에게)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등.


- I lost my friends and so did you. 나는 많은 친구들을 잃었고 당신도 그러하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오는 거잖소. 되돌아보지 마시오. 좋은 데로 가시오. 나의 일부도 당신과 함께 죽소.

머지않아 내 몸은 땅에서 양분을 취할 것이오.


- Whatever may become, I want the best for you.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에게 (당신을 위한) 최상의 것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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