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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데일리 Apr 15. 2019

아마존보다 술 잘 파는 스타트업이 있다?


"뭐든지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배송 받는 시대에, 왜 맥주는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질문일 것이다. 막 대학을 졸업한 젊은 청년이었던 닉 렐라스(Nick Rellas) 역시 이러한 의문을 품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가 2012년에 보스턴 대학교의 동창생이었던 저스틴 로빈슨(Justin Robinson)과 함께 창업한 드리즐리(Drizly)는 이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Drizly




술을 파는 기업이지만 술로 돈을 버는건 아니다?


드리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쿠팡,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셀러들이 자신의 상품을 마켓에 올리면 소비자들이 상품 리스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문하게 된다. 오픈마켓은 이들이 자유롭게 방문하여 거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어 주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인 것이다.


드리즐리도 이와 같은 오픈마켓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드리즐리는 맥주, 와인, 양주 등 수천 종에 달하는 술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드리즐리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은 대부분 소규모의 로컬 주류 판매점들이다. 드리즐리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싶지만, 자체적으로 사이트를 제작할 만한 역량이 없는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에게 전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즉, 드리즐리의 주 수익원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지불하는 이 소프트웨어 라이센싱 비용이다.


출처: 로아컨설팅




소매 기업이 아니라 테크 기업입니다!


가맹점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님이 술을 주문하면 POS 시스템과 연결된 드리즐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재고 수량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누군가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 내역은 자동으로 가맹점에 전달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재고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출처: Drizly


구매가 완료되면 해당 매장에서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한다. 기본적으로 1시간 내로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필요할 경우 다음날 배송이나 매장 픽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배달 옵션이 제공되기 때문에 배달 직원을 고용할 여건이 안되는 영세한 가게들도 드리즐리를 통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주류 시장


2017년 이미 17억 달러까지 성장한 온라인 주류 판매 시장은 2022년까지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드리즐리 외에도 Saucey, Thirstie, Minibar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홀푸드 인수 이후 프라임 나우를 통해 주류 배달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출처: 로아컨설팅


여러 경쟁자들 중에서 드리즐리를 돋보이게 하는 점은 드리즐리가 배송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철저히 소프트웨어 라이센싱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aucey의 경우, 2,000명 이상의 배달원에게 매번 배달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이 배송비 부담으로 서비스 지역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드리즐리는 빠르게 북미지역 100개 도시로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라이센싱 모델을 통해 드리즐리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하기보다는 상생하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었다. 드리즐리는 가맹점들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면서 가맹점들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드리즐리의 가맹점 수는 1,500개 이상으로 이는 미국의 주류 판매점 중 3%가 넘는 수치이다. 



"우리는 운영 및 마케팅 전문 인력을 제공하고, 파트너들의 도시에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마케팅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가맹점들과의) 관계에 투자하고 있다."

- 창업자 Nick Rellas, Marketing News, 2014년 11월호 




“문제는 바로 규제!”


드리즐리는 서비스 출시에 앞서 미국 50개 주의 주류 관련 규제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 동안의 서비스 경험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역별 규제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창업자들이 드리즐리 창업 이후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규제 검토를 위해 기업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었다.


드리즐리는 초기 투자자이기도 한 미국 최대의 주류 도매협회 WSWA(Wine & Spirits Wholesalers)와 독점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규제 해결을 위한 조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드리즐리는 아마존이 진출하더라도, 규제 문제로 인해 결코 자신들을 앞지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단언하고 있다.


"Amazon의 뒷마당(Amazon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조차 우리는 그들보다 많은 알코올을 판매하고 있다"

- Nick Rellas, PYMNTS, 2018.12.17



출처: Amazon




왜 한국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가? 


아직 이러한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전통주를 제외한 모든 술의 통신(전화,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주세법에 있다. 현재 당국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성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대면거래’를 원칙으로 함으로써 주류 판매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성인 인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 19세가 아닌 21세를 기준 연령으로 하고 있으며, 육안으로 봐서 30~40대를 훌쩍 지나간 사람들에게도 반드시 신분증을 요구한 후 주류를 판매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온라인 주류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반음식점 판매용과 가정용 등으로 구분되어 유통되는 체계와 세금 징수 체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비집고 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야식 박스를 정기 배달해 주는 스타트업 벨루가(Veluga)다. 2017년 맥주 정기배송 서비스를 야심차게 선보이며 주류 시장에 뛰어든 벨루가는 국세청의 주류 관련 규정이 변경되면서 서비스 출시 4개월 만에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바 있다.


출처: Veluga


이후 벨루가는 야식, 스낵, 수제맥주, 맥주도감 등을 포함한 야식 박스를 월 2회 배달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했다. 국내에서는  음식이 ‘주’가 되고 주류가 ‘부’가 되는 경우에는 주류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치맥’을 배달시켜서 먹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레스토랑과 제휴해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이츠도 음식과 함께 주문하는 경우에 한하여 주류를 배달해준다. 배달 식품을 받을 때 신분증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성인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제도 분명 필요하지만,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이러한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드리즐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규제는 사업 시작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인 동시에,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규제의 성벽에 영원히 갇혀있을 줄 알았던 주류 시장과 빛나는 아이디어를 통해 그 틈을 파고드는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소비자들에게는 과연 어떤 선택지가 주어지게될지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한국을 배달의 왕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언젠가는 치맥을 시키 듯, '여기 와인 한 병이요!'라고 어디에서나 외칠 수 있는 우리나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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