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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긍정 Jan 04. 2022

오늘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떴다

모닝 리추얼을 해보려고 합니다

꿈속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한 게 들렸는데, 대차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그 흐름을 박차고 일어났다. 6시 20분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재택근무를 하는 날인데 잘 못 일어났군' 싶어 바로 다시 잘 수 있겠다 싶어 살짝 기뻤다. 메시지가 와있길래 확인해보니, 주말에 만난 친구 보라에게 미라클 모닝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미라클 모닝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읽고 잠이 확 달아났다. 메시지는 1시간 전에 도착해 있었다.


요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내 시간을 활용해보고 싶어져 '미라클 모닝' 관련한 책을 몇 가지 읽었다. 그 유명하다는 <미라클 모닝>은 읽지 않았고, 습관에 관한 책인 미국 작가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나 일본인 작가의 <모닝 루틴>,이나 변호사로 활동하는 김유진 작가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이혜미 기자의 <자본주의 키즈의 자본주의적 분투기> 네 권을 읽는 중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자신의 루틴대로 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길어진 재택근무로 인해 아침의 여유가 조금씩 생겼지만, 그 여유를 제대로 활용한 적은 드물었다. 재택근무를 한해에 절반 정도 한 2021년, 8시 59분까지 잠들다가 출근 1분 전 일어나 허겁지겁 출근을 찍고 업무를 시작한 때가 많았을 만큼 내 시간에 관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활용할만한 시간이 길어지자 점차 침대에만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11시에 자고도, 오전 내내 침대에서 뒤척거릴 때가 많았는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러던 중 모닝 리추얼에 관한 인터뷰 글을 읽게 되었다.  <밑미>라는 리추얼 관련 클래스를 여는 곳에서 공유한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접했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요가를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작가 정재경 님의 이야기였다. 내가 닮고 싶은 삶의 태도와 건강한 생활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 글을 읽은 건 여름쯤이었던 것 같다.

 마침내 모닝 리추얼을 시도하게 된 건 2021년의 끝에 왔을 때였다. 움직이니 않으니 살이 쉽게 쪘고, 나만의 루틴이 없으니 하루가 무료하게 흘러갔다. 그때쯤 <파이낸셜 프리덤>을 읽었다. 10억을 모으고,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한 저자의 이야기인데, '젊었을 때의 시간은 노년의 시간과 다르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 등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면서 해이하게 지냈던 지난 일 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퇴근하고 나면 두 시간씩 예능 프로그램을 보던 날들, 비몽사몽 잠에서 깨 출근하느라 정신없는 아침을 보냈던 시간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별다른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일 년을 보냈던 것 같은데, 내년 이맘때쯤도 다르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루를 잘 보내려면 아침 시간에 자신만의 루틴에 맞춰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맘때쯤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지난주, 추가 백신을 맞는 날이었다. 회사에서 연차를 주어 아침부터 모닝 루틴을 시작했다. 8시쯤 일어나 창문을 열어 떠오른 해를 바라보고, 환기를 시켰다. 따뜻하게 막 내린 커피 한잔을 마시고, 명상을 시작했다. 뇌 주름 사이사이에 낀 찌든 마음과 피로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선 30분 동안 책을 읽고, 나머지 30분 동안 글을 썼다. 오전 시간을 내가 써보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한 번 써보니 에너지가 넘치고, 아침부터 뿌듯한 마음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를 채운 것만 같았다. 그렇게 같은 리추얼을 새해의 첫 월요일이었던 어제 6시 20분에 일어나 시작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지켜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바로 오늘 쓰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되새기면서 매일 아침 글을 쓰고 명상하는 리추얼을 계속 해보려고 한다.



Cover Photo by John-Mark Smi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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