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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긍정 Apr 28. 2022

직장인인 내가 월급 외 소득을 만들 수 있을까?

경매를 통해 도시형생활주택을 낙찰 받았습니다.

얼마 전, 의정부 지방법원에 다녀왔다. 온라인으로 눈여겨보던 소형 아파트를 낙찰받기 위해서였다. 경매 같은 건 어른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유튜브를 통해 본 세상에는 나와 같거나 나보다 어린 나이에 경매 투자로 월세를 받는 건물주가 된 이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은 뒤 일하던 직장에서 퇴사했고, 자신이 이룬 작은 성공을 강의하는 강사가 되었거나 경제 소식을 공유하는 유튜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오래도록 에디터로서 성공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 성공의 의미는 회사 내에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연봉이 오르고 회사 안밖으로 유능한 에디터로서 유명해지는 삶을 의미했다. 내가 자라면서 읽은 책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다고 매년 장래 희망 칸에 적었기 때문에 직업으로 성공하는 일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굳게 믿었다.

생각처럼 회사에 다니면서 직업인으로서 성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재능을 가진 이들은 회사 내에 너무 많았고, 나는 일개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해가 지날수록 일은 손에 익었지만, 좋아서 일하는 날들보다 기계적으로 출근하는 날들이 많았다. 기계적으로 원고를 쓰고, 컨펌을 받고 컨텐츠를 발행하고 나면 뿌듯함보다는 대게 '이제 겨우 하나 처리했다'는 식이었다.

회사 내에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회사는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대체될 수 없다는 건 회사로서는 리스크이기 때문이었다. 업무는 주로 개인의 특색을 반영하기보다 누가 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일을 받았다. 쉽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은 불안감을 자극했다. 불안감은 회사에 있을 때도 계속돼 내 안에 자꾸만 질문을 만들었다. '계속 이렇게 회사를 다녀도 되는 걸까?'로 시작해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어'로 흘렀다.


그러던 중 그랜트 사바티어의 책 <파이낸셜 프리덤>을 읽었고, 빠른 시간 안에 벌 수 있는 최대치의 돈을 벌어 이른 나이에 은퇴한 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즉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파이어족의 삶에 눈을 떴다. 스스로 '내가 과연 월급 외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일단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 나니 일하는 직장인의 삶에 '공부'를 끼워 넣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빈 시간에 여러 권의 경매 책을 읽고, 돈을 쓰지 않으면 공부를 계속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재테크 관련한 온라인 강의까지 결제했다. 그리고 3월 초순,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남자친구와 함께 낙찰받았다. 지은 지 몇 년 안 된 신축 아파트에 소형 평수, 역 근처인 점을 생각하면 괜찮은 조건이었다. 계산에 빠른 엽이가 수익률을 따지고, 나는 공부를 맡아 이런저런 조건들을 확인한 뒤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당일 법원엔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사람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입찰에 참여한 4명 중 최고가를 쓴 우리가 최고가매수인으로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수익이 실현된 건 아니지만, 시세 대비 약 10~20% 가까이 싸게 아파트를 얻게 되었다. 한 달 남짓한 경매 공부 덕분이다.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하나 받아보면서 어떤 자신감이 생겼다. 회사 안에서는 상사의 눈에 띄지 못하면 무능력한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회사 밖에서 나름의 작은 성공을 거두니 스스로 유능한 사람이라고 입증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 일 외에 몰두할만한 일이 생겼다는 점도 좋았다. 회사 일이 안 풀릴 땐 문제의 원인을 자꾸 내 안에서만 찾고 파고들 때가 많았다. 이제는 퇴근하면 책을 읽거나 공부에 집중하니 스트레스도 줄었다. 

어릴 때는 패션 에디터가 되면 정말 행복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서른한 살의 패션 에디터가 되고 보니 마냥 행복하지는 못했다. 에디터의 업무 형태가 주어진 업무를 나누어 받는 수동적인 형태라는 것과 내가 생각보다 회사 생활을 잘하지 못한다는 건 몰랐으니까. 이제야 알게 된 건 나는 수동적으로 일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회사 밖에서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건 어린 나이의 내가 정한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장래 희망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방황 중이다.



*아래 책은 제가 경매 공부 중 도움을 받은 책 목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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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91187799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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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photo by Photo by Tierra Mallorc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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