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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Nov 28. 2023

블로그 정체성? 그게 뭔데!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실험하기

속초 청초호 



나로 살아가는 글쓰기


"블로그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


블로그 '정체성'이란 말, 여기저기서 많이 들으시죠?  세상 어려운 말이 '정체성' 아닐까 싶습니다. 블로그 정체성을 만들어서 퍼서널 브랜딩 하라는 말! 저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요! 도대체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일까요? 저는 살아오면서 '정체성 혼란'으로 청년기 때부터 오랜 세월 동안 방황했습니다.  


도대체 '나란 인간?'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사람이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는 건 아니더군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


사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것도  '정체성 혼란'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뭐라도' 쓰면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시작했죠.  지금 읽어보면 당시에 쓴 글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 알 수 없는 우주방언 같습니다.  


쓴 사람도 이해 못 하는 글을 굳이 브런치에 남겨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 또한 저의 모습이기에 '영구히' 박제하기로 결심했었죠. 


브런치에 100일간 매일 글을 썼습니다.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나'를 변화시킬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썼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답답했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은데, 제 손을 떠난 글은 저 조차 읽기 싫은 이상한 글이 되어버렸죠. 



" 왜 난 '남들처럼' 재미있는 글을 쓰지 못할까요?  왜 글 쓰는 것이 힘들까요? "

" 보세요. 짧은 글 속에 벌써 두 번이나 '남들처럼'이란 표현을 쓰셨잖아요? 어쩌면 '남들'을 너무 의식하고 계신 건 아닐까요? "


그렇습니다.  글을 통해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네요.  '남들처럼' 파워 블로그가 되고 싶었고, '남들처럼'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어디 가서 "나, 네이버가 인정해 준 인플루언서야!"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만약 '남들처럼'  쓴 글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면, 저는 만족했을까요?  


저는 '나로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제 마음속에 엄청 단단하게 '나로서' 살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심리상담' 공부하며 알았습니다.  


브런치에 글 쓰고, 네이버, 구글 블로그까지 여러 플랫폼에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를 하며 제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중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을 관찰합니다. 




다양한 플랫폼 실험하기


각개 플랫폼에 글을 쓰며 제 마음속에 희미하게 자리 잡고 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합니다.  만약 저처럼 블로그 글쓰기가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 경험한 것을 읽어보시고  여러분에게 맞도록 적용해보셨으면 합니다. 



1. 브런치 글쓰기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어 응모했는데 작가신청이 받아들여져 글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신청할 때는 '오사카 여행'에 관한 글로 신청했지만, 브런치에는 '심리'에 관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정보를 올리는 것은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죠.  


2018년 8월. 복잡한 제 마음을 알고 싶어서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제 성향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심리상담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3분의 내담자 분을 모시고 상담실습까지 마쳤습니다. 


아쉽게도 최종면접에서 떨어져서 심리상담 자격증 없이 '상담실습 전문가 과정' 수료까지만 했습니다.  (제 마음을 탐색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브런치에 글쓰기 하는 게 편하지 않았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자꾸 '작가 코스프레' 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작가도 아닌데? 작가인척! 자꾸 있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꾸물꾸물 올라오면서 글 쓰는 게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2021년쯤, 코로나 시기에 슬쩍 브런치를 떠나 네이버 블로그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몇 년 동안 잠자던 네이버 블로그를 깨우기 시작한 거죠.



2. 네이버 블로그 


'틀'을 깨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 마음대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남들처럼' 글 쓰지 않기 위해서 내 마음대로 글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포스팅이 3,300개 정도라서 많이 쓴 줄 알았는데, 이 시기에 한 줄짜리 포스팅을 500개 넘게 썼더군요. 정말 성의 없는 메모처럼 끄적거린 글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별 의미 없다고 판단되어 포스팅 500개를 삭제했습니다. (급작스런 포스팅 삭제는 네이버 알고리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거란 생각도 살짝 들었지만, 신경 끄고 삭제했습니다.)


2년간 매일 1일 1 포스팅을 하기도 했고, 100일간 100권의 책을 매일 읽고 책리뷰를 쓰기도 했습니다.  


2년 동안 책을 읽고 책리뷰를 쓰면서 '도서 블로거'라는 정체성을 저 자신에게 입히려고 꽤 노력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이것저것 온갖 것들을 다 기록하고 썼습니다.  자연스럽게 '잡블로거'가 되었죠.  


제 성향상 사실 '잡블로거'로 살아가는 게 좋습니다.  괜히 의도적으로 어떤 일관된 흐름을 만든다는 것이 꽤 불편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검색엔진 알고리즘은 일관된 흐름을 좋아합니다.  사람들도 일관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합니다.   자기 혼자만 아는 이야기를 '우주방언'처럼 떠들어 대는 것을 듣는 것은 고역이니까요. 


네이버 블로그에 2년 동안 책리뷰를 중점적으로 쓰며 500권 이상 책을 읽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책 한 권 읽고 책리뷰 쓰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  책리뷰 쓰며 도서 인플루언서가 나에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책리뷰를 매일 하려면 몇 시간 만에 읽고 요약할 수 있는  '자기 계발서' 또는 '에세이' 쪽이 좋습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옷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핏감 있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말입니다. 자기 계발서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하기에 저는 공감이 잘 되지 않아서 읽지 않는 편입니다. 개인적 취향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대신 '에세이'는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기에 타인의 생각을 탐색하고 싶어서 주로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2년 정도 책을 읽으니 점점 네이버에서 책리뷰 쓰기는 것이 과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는 블로거들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 책 내용을 요약하고 짧게 자신의 감정을 첨가합니다.  제 생각에는 음식점 리뷰 쓰는 맛집 블로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저는 레뷰에서 음식점 리뷰를 한 20번 정도 해봤는데, 몇 번을 제외하고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 생각과 너무 다른 음식을 먹은 후, 레뷰에서 제시한 가이드에 따라 좋은 평을 써야 할 때 현타가 왔습니다.  '아, 리뷰 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  제 성향과 부딪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당신은 네이버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요? "


최근에 여행을 다니며 제가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거듭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장소, 신기한 것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어쩌면 고사해 버린 여행세포가 다시 돋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저는 잘 못합니다.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호기심이 생겨서 신기하게 느꼈던 것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만약 여행지에 가지 않았다면 절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들을 현지에서 발견하게 되면, 깊숙이 파고듭니다. 


여행정보를 잘 정리해서 구독자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은 어렵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도 알 수 없던 사실을 발견하고 찾아내서 새로운 방식의 정보로 가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제가 꽂힌 것에만 밀도 있게 파고 들어갑니다.  현장에서 느낀 제 생각을 토대로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이런 여행을 '심리여행'이라 칭하고, 스스로 '심리여행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습니다.  지난 2년간 도서 블로거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다시 정리해 보면 저는 어느 쪽 카테고리에도 들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도서 블로거도 아니고, 여행블로거도 아닌, 저는 심리여행 블로거입니다!  


문학, 책 카테고리에서 국내여행 카테고리를 바꿀까 살짝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책 쪽이 심리여행에 더 밀접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도서 블로거라는 정체성에서는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제 저에게도 자유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제 너 마음대로 써도 돼! "



3. 티스토리 애드센스


네이버 블로그에서 한 가지 주제 (책리뷰)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2년 동안, 저의 잡블로그 성향을 어디에겐 발산하고 싶어서 티스토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냥 저 혼자만 글을 쓰고 보는 일기장 용도로 사용하려고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티스토리에 애드센스를 붙일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구글 애드센스 신청을 했습니다. 몇 번 떨어지면서 애드센스 승인을 받았습니다.  최초 승인은 1년이 걸렸습니다.  


애드센스는 네이버와 달리 광고수익이 꽤 높다는 말을 듣고 티스토리에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0.01 밖에 안되더군요.  하루 13원 밖에 벌지 못하지만 언젠가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1년간 글을 썼습니다.  


그 사이에 티스토리에서 별별 일을 다 당합니다. 무효클릭으로 한 달간 정지, 다음 검색엔진 저품질을 10번 넘게 당하는 경험, 그 과정에서 몇 푼 안 되는 광고수익이 뚝 떨어져서 정말 할 맛을 잃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티스토리에 글을 씁니다.  광고수익이 떨어지거나 말거나 계속 글을 쓰면서 글쓰기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4. 워드프레스 애드센스


마지막 관문입니다.  반년 전에 다음 티스토리 자체광고 이슈 이후 워드프레스를 개설했습니다.  서버를 이것저것 실험 삼아 사용했다가 고생만 죽어라 했습니다.  1년 500원짜리 저렴한 호스팅부터 외국 서버 몇 개를 거쳐가며 현재는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안정적인 서버에 올인했습니다.  


아직도 애드센스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언제 돈이 될지도 모르는데 계속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습니다. 2,000자에서 4,000자 되는 정보성 글을 쓰려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저는 베껴서 쓰는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가 호기심이 생기지 않으면 몰입이 안돼서 쓰지 못합니다.  억지로 호기심이 생기지 않더군요.  




매일 일상을 쌓아가는 글쓰기


수많은 글을 쓰며 찾아낸 방법은 제가 직접 경험하면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만 죽어라 해봐야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경험하기 위해서 뛰어듭니다. 실수가 발생하지만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 실수가 콘텐츠가 되니까요. 하하!  제가 가진 편견과 팩트가 부딪치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낍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생각 정리가 됩니다. 


그 과정을 워드프레스에 계속 쌓아가는 중입니다.  워드프레스에 긴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며 정보성 글과 문학적 글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계가 저에게는 사실 모호하기는 하지만, 구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양한 플랫폼에 글을 쓰면서 저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연습 중입니다.  여전히 제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지금 바로 딱 한 줄 글을 쓰세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써야 할까요? "


이 질문을 보고 저도 요즘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라는 말을 저는 못 합니다.  저에게 통하는 방법이 누군가에게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방법은 누구도 알려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저는 다양한 블로그에 기록하는 중입니다.  


글을 쓰며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남들한테 인정받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 스스로 만족하는 글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흉보지는 않을까?  등등 별별 생각을 다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사실 다른 사람 이야기에 별 관심 없습니다.  다들 각자 살아가기 바쁘잖아요.  사회생활 잘하려면 남 얘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인정받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남 얘기를 보고 듣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나눠주는 일이라 힘이 듭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쓰면 된다는 겁니다.  말이 쉽지 어렵죠. 자신이 쌓아 놓은 '틀'을 깨야하니까요.  


일단 여기까지 제 글을 다 읽으셨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딱 한 줄 글을 쓰세요.  일기장에 혼자만 보는 글 말고, 남들에게 공개되는 블로그에 딱 한 줄 글을 써보세요.  처음이 어려울 뿐입니다.  


계속 글을 쓰면서 자신이 쌓아 놓은 벽을 두들겨야 합니다.  그 벽이 의미 없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깨질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쓰는 겁니다.  계속!


지난 2년간 블로그 글쓰기를 저도 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계속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쓸 것이고, 글 쓰며 심리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얼마 전 속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겨울바다를 보며 '정체성'에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마침 네이버 블로그에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댓글이 달려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도 여전히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계속 씁니다.  글 쓰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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