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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후위기와 뮤지엄

시즌 2 기후위기와 뮤지엄

기후위기와 뮤지엄


 ESG, 기후위기, 탄소중립,,, 요즘 어디선가 계속 들려오는 말이죠? 이전부터 계속된 주제이지만 전지구적 팬데믹이 길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는 말인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기후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먼뮤는 기후위기와 뮤지엄의 연결성을 되짚어보고 다양한 질문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다르게 바라보아야 할 때!

©Photo by Marc Schulte on Unsplash


 여러분은 기후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 에어컨이 만들어낸 프레온 가스? 다 맞는 말이지만 100점짜리 답변은 아니에요. 단순한 과학적 인과관계를 넘어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프랑스의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는 인간을 넘어 자연 및 사물과의 공존, 그리고 바람직한 결합을 통해 기후위기의 대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해요. 기후 변화의 원인도 자연 현상을 넘어 인간과 자연, 사물 등 기후 문제를 야기시킨 모든 행위자 간의 네트워크 속에서 찾을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인간 행위자에게 그 책임을 우선적으로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혹시 ‘인류세’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에 의해 2002년에 처음 등장한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 즉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의미해요. 인류세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Holocene)’에서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최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여러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류세 개념은 단순한 지질 시대 구분이자 환경 파괴로 인한 생태 위기에 대한 개념을 넘어,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둘러싼 거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죠.

 인류세에서는 인간을 예외적이고 특권적인 존재로 보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며, 인간이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환경 등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는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라투르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과 세계의 얽힘 속에서 기후 위기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왜 뮤지엄이 기후위기를 생각해야해?

©Photo by Walter Martin on Unsplash


 ‘기후위기를 위한 노력’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산업발전의 산물들이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되어감에 따라 이들이 발생시키는 오염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자주 들려오는 ESG 경영, 친환경소재 개발 등이 바로 그 일환이죠.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기술적 대안만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해요. 사람들은 금세 문제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기술이 주는 편안함에 안주해버리기 때문이에요. 지속적인 교육과 계몽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죠. 이에 에너지 및 산업 분야에 치우쳤던 기후 문제에 대한 논의는 문화예술과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있어요.

 뮤지엄은 예술과 문화, 연구, 교육을 촉진하고 대표적인 공공문화 및 연구기관이자 전문가부터 일반대중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에요. 오늘날 뮤지엄의 과제는 공동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담론을 발굴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뮤지엄과 동시대 예술이 기후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 아주 특별한 행보는 아니예요. 예술은 언제나 시대를 반영해왔거든요. 르네상스 시기 왕의 대관식만큼, 세계대전 시기 전쟁의 참혹함만큼 기후위기를 현 시대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이죠. 달라진 점이라면 기후위기를 주제 중 하나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변화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났으며, 작가를 넘어 뮤지엄 또한 그러한 흐름에 동조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시대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뮤지엄의 모습은 예술이 사회의 일부이자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해요. 이러한 움직임은 뮤지엄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더 크고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시도라는 점이 주목할 만해요. 나아가, 기후 위기를 위한 실천의 주체를 대중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죠!


뮤지엄이 무엇을 할 수 있길래?

©Photo by Hibiki Hosoi on Unsplash


 예술과 뮤지엄이 기후위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뮤지엄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이해하고 즐기는 방식을 제시하죠. 뮤지엄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 저마다의 실천을 시작하고 있어요. 환경관련 전시도 늘어나고 있으며 연계 교육, 연구도 이어지고 있죠. 이러한 흐름은 콘텐츠를 넘어 건축, 부대시설, 각종 서비스 등 뮤지엄의 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기후위기와 인류세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을 종합해보면 1️⃣인류세의 보이지 않는 문제를 시각화하여 문제의 가시성을 높이고 문제를 ‘체험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 2️⃣인간에서 환경적요소로 ‘바라봄’의 주체를 확장하고 환경문제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공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 3️⃣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의 세가지 방식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어요. 참고로 이러한 여러 시도들은 시즌 2 후반부에서 하나씩 소개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그렇다면 뮤지엄의 실천은 크게 문제 인식, 공감대 형성, 대안 제시로 축약할 수 있겠는데요, 이를 좀 더 살펴볼까요? 먼저, ‘문제 인식’은 뮤지엄이 가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위치를 활용하여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문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서 시작해요. 예술적 표현과 문화적 생산 활동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집단적 행동 및 지식 구축을 이끌며 새로운 맥락을 생성해내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쉽게 말해,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뮤지엄이 가진 특별한 힘은 대중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감정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에요. 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주는 반복된 피로감을 극복하고 사람들을 변화할 수 있게 자극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해요. 앞서 말했듯 지속가능성 또한 기술의 영역이 아닌 인식의 영역이죠. 이슈에 대한 초월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먼저 언어와 소통의 문제를 극복해야해요. 예술적 실천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실천은 이러한 복잡한 언어에 대한 요구사항을 초월할 수 있죠. 이 때 주목할 부분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구축된 합의의 의미예요. 여기서의 합의는 무조건적인 동의가 아닌 ‘다름’에 대한 존중을 의미해요. 다양한 세계, 다양한 사람, 다양한 환경은 곧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과 이에 대한 지속적인 변형이 필요함을 시사하죠.

 결국 좋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문화다양성과 비판적 관점을 수호하고 뮤지엄의 전문성과 강점을 통합해야 해요. 양가성과 다양한 견해를 허용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하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수많은 사유들을 함께 나누고 다듬으며 나아가는 일. 그것이 궁극적으로 뮤지엄이 할 수 있는, 해야하는 일이며,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요?


기후위기,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움직여요

©Photo by Hibiki Hosoi on Unsplash


 기후위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아는 사람은 없어요. 사실 그런 답은 존재하지도 않죠. 그렇기에 우리가 할 일은 하나의 해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질문을 찾고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해요. 먼데이 뮤지엄 시즌 2에서는 여러가지 질문과 이를 위한 수많은 시도를 전해드릴게요.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도 자신만의 질문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할게요.





REFERENCES

김환석(2019.09.10). 인간만이 사회를 구성하는가. 문화일보  

・이지은 (2020. 11. 21). 인류세의 관점에서 보는 판데믹시대의 미술: 야니카 이(Anicka Yi)를 중심으로 한 사례연구, 한국미술사학회, 제6회 미술사학대회

・유하영(2021) 협력적 거버넌스 관점에서 본 사립미술관 국제문화교류의 의미와 역할: 일민미술관의 ‘Dear Amazon: ANTHROPOCENE Korea X Brazil 2019-2021’를 중심으로. 국내석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대학원

・유현주(2021). ‘아트토크_에듀케이터’가 만드는 작은 변화의 씨앗. 2021 아르코미술관 전문인교육_아트토크 결과보고집

・최정은(2020).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적 기술. 문화돋보기 vol. 97. 한국문화관광연구원

・Nikiwe Solomon, Adrian Van Wyk(2022). Consensus building: The clash between governance and everyday life. Anthropocene curriculum

・THE ART NEWSPAPER(2021.11.04). Seven ways museums are responding to the climate crisis. THE ART NEWSPAPER

Nick Merriman(2021.11.01). Museums must take action on climate change now—before it’s too late. THE ART NEWS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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