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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뮤지엄과 기후위기 전시

시즌 2 기후위기와 뮤지엄

뮤지엄과 기후위기 전시


 환경을 위한 뮤지엄의 행동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뮤지엄의 의도가 가장 적극적이고 강하게 나타나는 건 전시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은 테이트 이외 다른 뮤지엄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전시를 살펴볼 거예요.


 사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전시나, 사진전은 우리도 자주 본 적이 있죠. 하지만 바다에서 죽어가는 생물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설 자리가 사라진 북극곰의 사진은 뮤지엄이 그동안 가져온 사회적 역할, 교육적 역할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시간이 갈수록 뮤지엄은 기후변화에 대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그들의 역할을 확장해 나갔어요.


1️⃣ 에스토니아 타르투, 코고갤러리 《Bambi Project》, 2021

  디즈니의 유명캐릭터 아기사슴 밤비를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아기사슴 밤비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펠릭스 쉘튼(Felix Salten)의 1923년 소설 Bambi: A Life In The Woods가 원작이랍니다. 1923년에 쓰인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르는 무자비한 자연 파괴 행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현재의 우리보다 약 100년 앞서서 생태변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타르투의 코고갤러리는 이 책을 주제로 6명의 발트해 예술가들과 함께 1년 동안 북클럽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또한 예술가들은 함께 책을 읽고 소설의 내용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재고하고,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 지으며 작업을 했어요.

Eike Eplik, , 2021 ⓒArterritory

 그중에서도 아이크 에플릭(Eike Eplik)의 작품은 콘크리트와 극세철사로 만들어낸 숲을 통해 “사슴이 잠을 자는 섬세한 나뭇가지와 짓밟힌 건초의 덤불”을 표현했고, 거친 재료들을 통해 결국 결핍된 자연을 나타내고 있어요. 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자연이 관념만 있고,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해요. 또 리가 스푼데(Līga Spunde)는 유리 케이스에 담긴 사슴 목판화를 통해 자연을 재산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6명의 예술가는 밤비 프로젝트를 통해 동화 같은 분위기의 주제와는 달리 빠르게 고갈되는 생태계의 모습을 각자 자기만의 해석을 통해 표현해냈어요. 전체적으로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는 주원인이 인간임을 비판하면서도 아기사슴 밤비라는 소재를 꾸준히 언급하며 동화적인 분위기를 병치해 관람객이 밤비라는 주제를 인간 중심적인 관점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도 바라보고 비교할 수 있게 했어요.


2️⃣ 영국 맨체스터, 맨체스터 뮤지엄 《Climate Control》, 2016

Climate control Exhibition ⓒarchello

 2016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Climate Control》은 기후변화에 관한 몰입형 전시회예요. 맨체스터 뮤지엄은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데 집단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개개인의 행동을 장려하고자 했어요.

Climate control Exhibition ⓒarchello

 전시는 산업혁명 이후 기후변화로 회색으로 변해버린 후추나방 모형과 박제된 북극곰을 통해 위기의식을 일깨우며 시작해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상황은 사실 우리도 잘 알고 있기에 맨체스터 뮤지엄은 관람객이 전시를 보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랐어요. 맨체스터 뮤지엄은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우리가 기후변화의 비상사태를 맞이했지만 동시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리며 관람객 개개인의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했어요.

 맨체스터 뮤지엄은 관람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관람객들은 9m 길이의 벽에 적혀진 탄소발자국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스티커를 붙이며 자신이 기후위기에 주고 있는 영향, 그리고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도록 했어요.

 맨체스터 뮤지엄은 과거를 전시하는 뮤지엄이 오히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어 기후변화라는 소재를 좀 더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보았어요. 전시를 통해 뮤지엄은 관람객들의 사회적 인식을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이 전시에서 부여받은 개개인의 미션과 비전을 수행하며 현재와 미래, 그리고 지역적, 전 지구적 차원의 변화를 도모해 보자는 거죠.


3️⃣ 덴마크 코펜하겐, 《RETHINK — Contemporary Art & Climate Change》, 2009

ⓒRethinkclimate

영상보기 https://vimeo.com/7517657


 2009년 UN 기후변화회의 COP15에 맞추어 덴마크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현대미술가들이 전시를 진행했어요. RETHINK 전시의 핵심은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에 대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며, 기후위기와 우리 사이의 간극이 넓지 않다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것이에요.

 문화예술과 기후변화의 교차점에서 작업하는 26명의 예술가의 작품들이 국립미술관, Den Frie 현대 미술 센터, Nikolaj 현대 미술 센터, Moesgaard Museum 및 코펜하겐의 공공장소에서 4개의 섹션으로 구분 지어 전시되었는데요. RETHINK Relations(관계)-Implicit(암시)-Kakotopia(카코토피아)-Information(정보)으로 구분된 공간은 각각의 주제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RETHINK Relations(관계) 섹션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지구촌, 세계 공동체라는 단어 아래 세계가 함께 발전해 온 결과라고 이야기해요. 발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지만, 다시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기에, 우리는 이제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 섹션에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설치 작품을 통해 우리와 작품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드러내며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지에 대해 조명하고자 했고, 미국 예술가 알로라와 칼자디아(Allora & Calzadilla)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를 담은 비디오를 통해 글로벌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어요.

 RETHINK Implicit(암시) 섹션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거나 간과해왔던 기후에 대해 재조명하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에 주의를 환기합니다. 즉 공기, 물, 토양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죠. 따라서 이 섹션에서는 6명의 예술가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했어요.

Bright Ugochukwu Eke, Acid Rain ⓒYatcher

 브라이트 운고추군 에케(Bright Ugochukwun Eke)는 물과 탄소로 이루어진 물방울무늬의 설치 작품을 통해 나이지리아 석유생산지역에서 내리는 비를 은유하며 오염된 지역을 나타내고자 했어요.

 RETHINK Kakotopia(카코토피아) 섹션은 재앙적인 기후 변화와 함께 잠재적인 재난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요.

 카코토피아(Kakotopia)는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사회의 부정적인 상태, 즉 혼돈, 해체 및 인간의 고통을 특징으로 하는 반유토피아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해요.

 과거 재앙은 종교적 개념에서 존재했다면, 오늘날의 재앙은 기후변화로부터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더불어 현대의 기후 ‘재앙’을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RETHINK Information(정보) 섹션은 우리가 접하는 기후변화의 정보들은 전문적인 통계와 데이터에 묶여있어 관람객과 개개인이 궁극적으로 소외되어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언급하고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의 유형을 형성해야 하며, 다양한 형태의 정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요.

Jette Gejl Kristensen, , 2009 ⓒCreativecommons

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74dMrWUDfs


 관람객은 그린란드 기온 데이터 자료를 반영해 만든 제트 게일 크리스텐슨(Jette Gejl Kristensen)의 인터랙티브 작품 <Hyperkinetic Kayak>을 통해 가상 3D 바다에서 노를 저어볼 수 있어요. 가상현실로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지구온난화가 그린란드의 풍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관람객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했어요.

 RETHINK 전시는 오늘날 기후변화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관람객과 예술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어요. 


예술이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

 예술이 기후를 바꿀 수 있는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뮤지엄은 예술과 기후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자 노력하며 답을 찾고 있어요.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이전엔 미처 체감하지 못했던 기후변화를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어요. 뮤지엄은 이런 전시를 통해 당장 관람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죠. 즉, 예술과 기후가 만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뮤지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 전시로써 풀어내고 있답니다.





REFERENCES

https://echogonewrong.com/group-exhibition-the-bambi-project-at-the-kogo-gallery/

https://www.designweek.co.uk/issues/9-15-may-2016/new-immersive-exhibition-climate-control-asks-visitors-to-reflect-on-their-carbon-footprints/

https://www.designweek.co.uk/issues/9-15-may-2016/new-immersive-exhibition-climate-control-asks-visitors-to-reflect-on-their-carbon-footprints/

https://www.rethinkclimate.org/l_UK/

https://www.art-agenda.com/announcements/188700/rethink-contemporary-art-amp-climate-change-in-copenhagen-denmark

https://www.yatzer.com/RETHINK-Can-art-change-the-climate

https://cavi.au.dk/research/hyperkinetic-kay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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