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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Dec 27. 2016

[제 29장]

[2016년 12월 27일 - 휴가]

마지막 일기의 기록이 11월 13일이었다. 

12월 10일부터 12월 26일까지는 휴가기간이었기에 휴가 기간을 제외한다면 거의 한 달 동안 인도 일기를 적지 못했다. 전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세세하게 기억을 가다듬으며 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


11월부터 휴가를 가기 직전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11월의 시작은 Body Power Tour라는 일종의 헬스 전시회의 참가로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시회에 참가하였던 기억밖에는 없다. 인도에서의 헬스 전시회는 다른 국가에 비해 조금 다른 성격을 띠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많이 참가해본 것도 아니지만...). 일단 전시회 자체에서 보디빌딩 대회, 힘 겨루기, 팔씨름, 댄스 등의 이벤트를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여 매우 시끄럽지만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전시회를 진행한다. 더군다나 이런 전시회에 헬스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 등장을 해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것이다. 인도는 겉으로 보이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내면적으로 내가 얼마나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일지 몰라도,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아름답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이 투어에 앞전에 나와 미팅을 진행했던 전 보디빌더 출신인 상그람 쵸글레씨가 나를 찾았었다고 한다. 원래는 나도 이 전시회에 참여를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처리할 일들이 많았기에 다른 동료가 참가를 했다. 상그람 아저씨 옆에 계신 다른 분은, 우리 운전기사 분이시다. 지금까지 우리가 찍었던 어떤 사진보다 가장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이다.

두 번째는 비라 (Bira) 대전이다. 비라라는 맥주가 인도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전년대비 약 500%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기존의 생산량이 매출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허너버터칩과 같이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우리도 마지막으로 찾았던 비라가 약 8월 경이었었고, 세 달 동안 비라를 찾아 헤매던 고생 끝에!!! 드디어!!! 비라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고민 없이 두 박스를 결제했다. 내가 지금까지 태어나서 고민 없이 결제한 물건이 딱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애*워치가 출시되었을 때 매장에 2개가 남았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구매를 했고, 두 번째가 비라였다. 

우리나라에도 이태원에 있다는 풍문을 들었지만, 이미 대한민국에는 "플레이볼"이라는 엄청난 하이네켄 맥주를 파는 집을 알고 있기에 비라 따위를 찾으러 발품을 팔고 싶지 않았다. 비록 한국에서는 비라 따위지만, 인도에서는 비라느님~

모디 총리의 화폐정책 이후 여전히 인도에서는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사태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ATM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심지어는 새벽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그렇다 보니 인도 사람들도 아래 사진처럼 나름의 미책을 새운 듯하다.

줄이 별로 길어 보이지 않지만, 이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잘 사는 나라에서는 백화점 세일에 목숨 걸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여기서는 진짜 돈이 없어서 목숨 걸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휴가로 2주간 인도를 비웠는데, 지금도 휴가를 가기 전이랑 큰 차이는 없다. 여전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ATM에서 현금이 떨어지면 다른 ATM을 찾아서 떠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 돈을 넣으려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오히려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하려고만 한다. 그렇다 보니 시장도 약간은 얼어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덕분에 카드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으니 크게 나쁘지많은 않은 것 같다.

여하튼 Body Power Tour가 끝난 이후에 참여한 전시회는 인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말할 수 있는 FITEX였다. 지금까지 많은 헬스 관련 전시회를 참여하였지만, 실제로 이렇게 규모가 큰 전시회는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Kris Getin이라는 인도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의 참여로 수많은 인파를 끌어모았다. 나에게는 그냥 백인 아저씨였기에 더욱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행사장에서 진행한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었다.

1분 40초 정도 되는 영상인데, 약 1분이 지나는 시점부터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같이 추기 시작한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춤과 노래로 하나 되는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12월 첫째 주가 되어서는 고객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었다. 이틀 동안 약 천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5명이 쉴틈 없이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사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고, 어떻게 끝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 이후에 잠시 한국에 귀국하여 휴가를 즐겼다. 비록 우리나라가 국정농단으로 시끌시끌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가 제일 살기 좋은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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