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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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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Nov 13. 2016

[제 28장]

[2016년 11월 13일 - 극약처방]

10월 23일 이후로 사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콜카타 출장, 손님들의 방문, WPC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서류 준비 등, 어떻게 벌써 11월 13일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불필요한 부분에서 문제가 많이 생기다 보니 신경 쓸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그렇다 보니 지금 신경성 장염으로 고생 중이기도 하다.

솔직히 매우 힘든 건 사실이다. 11월 중순이 다 되었는데 40도를 육박하는 날씨와, 카스트라는 제도가 뿌리 깊이 박혀 있고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재미가 있다. 


어쨌든 그간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인도에 와서 이곳의 교통이 얼마나 복잡하고 혼돈 그 자체인지는 여러 차례 언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방통행이지만 양쪽에서 차가 튀어나오고 중앙선 침범은 기본이고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길을 건널 때 항상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고는 피할 수 없는 곳이 인도다. 몇 주전 동료와 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플라스틱이 돌에 부딪히는 "뻑"하는 소리가 나서 나와 동료 둘 다 모두 깜짝 놀랐다. 바로 내 옆에서 들렸던 소리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플라스틱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백미러였고, 돌이라고 표현된 부분은 내 손이었다. 바로 내 옆에 들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히 손은 내 신체의 일부기 때문에 내 옆에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인지하지는 못했다. 약 5초가 지난 후 같이 길을 가던 동료가, "방금 차에 치인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봤고 그제야 "아.. 저 벤츠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 벤츠는 나를 치고 도망을 갔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뺑소니였다. 하지만 그 벤츠에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일단 통증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누가 지나가다 툭 친 그런 느낌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벤츠의 백미러가 부서진 거 같았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보니, 그 벤츠를 어떻게 찾아가서 배상을 요구하기가 참... 애매했다. 지금은 안전 운전하기를 바란다.

내 동료의 경우도 한차례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최근 집 근처에 헬스장을 등록해서 갈 수 있으면 매일 가고 있다.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다. 그런데 신호 대기 중이던 툭툭 (오토 릭샤라고도 불리며 동남아 지역 등에 있는 3발 이동 수단)이 5초를 기다리지 못해 차선 변경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내 왼쪽 옷자락을 살짝 스치고, 동료와는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었다. 동료에게 물어보니 사실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정신 차리고 운전하라는 의미에서 쳐다봤다고 한다. 우리나라였다면 벌써 팔 잡고 드러누웠을 상황인데, 여기는 법이나 보험 체계가 워낙 엉망이라, 큰 사고가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는 편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최근에 디왈리라는 엄청 큰 국가적인 행사가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을 약 일주일 정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쿠르타 파자마'라는 인도 전통 옷을 입고 '푸자'라는 일종의 제사를 지낸다. 이때 집안의 어르신이 100루피 화폐에 노란 뭔가를 발라서 주시는데, 쓰지 않고 잘 간직하면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일종의 부적이라고 한다. 뭐 처음 겪는 일이니 뭘 하던 모든 게 다 신기로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부분은 폭죽놀이다. 일단 인도에서 파는 폭죽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 찾을 수 없고, 찾더라고 매우 가격이 비싸다. 사실 폭죽 소리만 들었을 때는 예비군 사격장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동영상을 첨부해봤다. 두 번째 동영상은 실제 우리가 구매했던 폭죽을 터뜨리는 과정을 찍은 것이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매우 메리트가 있다. 저 당시 우리가 구매한 폭죽이 약 5종류에 30발 정도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을 하면 5만 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을 했었다. 디왈리 기간은 아니지만, 조만간 다시 구매해서 해볼 생각이다.


인도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짜증이 나는 점은, 외국인을 상대할 때 모를 거니까 거짓말을 해보자라는 심보이다. 일단은 거짓말을 하고 넘어가면 다른 거짓말을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너무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있었던 일을 언급하자면, 통관을 진행해주기로 했던 업체에서 실수로 우리 물품을 일주일 정도 지연시켰다. 그 과정에서 빨리 진행을 하기 위해 계속 전화를 하였는데, 할 때마다 미팅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 운전 중이라는 이유로 통화를 피했다. 하지만 덜미가 잡혔다. 요즘 스마트 폰의 경우 통화를 거부할 때 저장되어 있는 문구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이 문자의 경우, 삼성이건 아이폰이건 문구가 "Sorry, I can't talk right now."와 같이 매우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다. 그렇데 이 업체 직원이 보낸 문자에는 "..."도 들어가 있고 누가 봐도 인도식 영어로 "운전 중이니 나중에 전화할게..."라는 식으로 답변이 왔다.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걸까?

두 번째 사건은 사무실 에어컨 때문이었다. 사무실에 에어컨이 2개가 있는데 하나는 찬바람이 나오고 하나는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두 개를 동시에 키면 사무실이 점점 더워진다. 그렇다고 하나만 켜놓으면 그 에어컨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만 추워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더워서 죽을라고 한다. 그렇게 약 한 달을 기다려서 에어컨 수리기사'님'을 만나 뵀는데,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이 "에어컨이 나오는 쪽으로 자리를 정리해서 쓰세요"였다. 

당시 내 기분을 제일 잘 표현한 사진이라고 생각된다. 수류탄에서 안전핀을 뽑았을 때 기분이랄까?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참고 자리를 이동하는 것은 힘드니, 수리를 해달라고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원래 이 에어컨은 둘이 같이 쓰면 안 된다. 에어컨을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니까 너네들이 에어컨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런 거다라는 멍멍이 분변 같은 거짓말을 다시 늘어놓았다. 우리 사무실의 경우 두 개의 공간을 벽을 터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기에 에어컨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얘기인 것이다. 우리가 1046호만 사용하고 있으면 에어컨을 사용할 때 1047호에 가서 저희 에어컨 좀 쓰게 잠시만 꺼주세요라고 얘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디서 18색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것이 굴러들어 와서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저런 거짓말을 늘어놓는 건지 한 편으로는 참 불쌍했다. 어쨌든 그 수리기사는 나한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자리를 피하려다 30분간 분노한 내 설교를 서서 들어야만 했다. 반박을 하려고 했지만 내 주변에 있던 인도 직원들이 닭을 치고 들으라고 얘기를 해줘서 매번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듣기만 해야 했다. 아직도 에어컨은 수리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때 내 분노의 설교를 듣고 뭔가 에어컨을 뜯고 깨작깨작거린 후 찬바람이 나오는 거 같기는 하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주말이 지나면 다시 follow up을 해야 할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황당+당황한 사건은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나왔던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 비슷한 정책이다. 인도의 뇌물 관련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 모디 총리는 500루피 화폐와 1,000루피 화폐의 사용을 전면 중지시켰다. 만약 인출한 화폐에 대해서는 약 2 lac (2,00,000) 루피까지는 은행에 입금 시 새 화폐로 교환해주고 12월 30일까지 입금이 되지 않는 화폐는 말 그대로 종이? 아니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다. 인도의 현지 상황을 봤을 때 극약처방인 것이다. 여기서 내가 황당하고 당황했던 이유는 이 날 콜카타 지역으로 출장을 갔었는데, 사람들이 100루피 화폐를 ATM에서 모두 인출해가서 현금을 전혀 뽑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ATM을 가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심지어 몸싸움까지 하며 현금 인출에 목을 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골 변두리가 아닌 이상 카드 리더기가 구축이 되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인도는 아직 카드를 쓰지 않는 곳도 많고, 오로지 현금만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개인 통장이 없는 근로자도 허다하다. 운이 좋게도 이번 출장에서 나는 500루피 화폐를 다 소진했었다. 콜카타 지방 정부 관료가 당당하게 1,000루피를 뇌물로 요구하여 어쩔 수 없이 지불했었고, 운전기사 고용비로 또 나머지 500루피 화폐를 다 사용했었다. 그런데 이 날 바로 500루피, 1,000루피 화폐가 금지가 되었으니,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화폐를 바꾼다고 해서 비리가 없어질까에 대해서 나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지금 당장이야 그 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 하더라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들은 또 뇌물을 요구할 것이고 그럼 새 화폐로 뇌물을 받을 텐데, 이번 화폐 개혁(?)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관리를 할 거인가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연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약 4일 동안 ATM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도 돈이 충분한 ATM은 찾지 못하였다. 인도에 있는 신한 은행도 이번 건으로 관련하여 연말까지 주말 근무를 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현금이 없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는데, 인도에서는 현금이 없으니 맘이 불안하다. 빨리 안정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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