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요덩이 Mar 13. 2017

[제 32장]

[2017년 3월 13일 - Holi]

앞서 얘기했듯이, 인도라는 국가는 정말 휴일이 많은 국가이다. 지역별 축제나 휴가를 다 고려한다면 1년 365일도 부족할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MNC (Multinational Company)는 인도 정부에서 지정한 특정 휴일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15일은 기본이니 연차 15일까지 계산하면 실질적으로 30일의 휴가를 보장받는 곳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대체휴무로 지정되지 않는 이상, 그냥 운이 안 좋은 1년이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인도에서는 이상하게 휴일이 월요일 아니면 금요일로 지정이 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배후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홀리 축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앞서 인도에서 예상치 못했던 신기방기한 일들에 대한 썰을 먼저 풀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우리 집에 새로 고용한 청소부이다. 얼핏 들으면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사람이 노예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난 아직 한 번도 "사람"이라고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바로 LG의 로봇 청소기이다. LG에서 나에게 협찬을 해주거나 홍보를 해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이 청소기의 우수성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LG에서는 신경도 안 쓰겠지만) LG를 대신해 마케팅을 해주기로 했다. 사실 난 로봇 청소기에 대해 불신이 더 큰 사람이었다. 얼마나 잘 청소를 깨끗이 할 수 있을지, 장애물은 얼마나 잘 피할 수 있을지 등등 그리고 가격적인 측면에서 조금은 비싼 면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복귀를 하면 내 구매 목록 1호는 바로 이 로봇 청소기이다. 자세한 상품의 스펙은 읽어보지 않았기에 제품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청소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를 내렸기에 매우 객관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일단 청소 시작을 누르면 "지그재그 청소를 시작합니다"라는 청량한 로봇풍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노란색 솔이 빙빙 돌아간다. 그러면서 그냥 알아서 움직이고 다니면서 바닥을 쓸고 다닌다. 일반 청소기에 비해 소리는 현저히 작은 수준이다. 일반 청소기를 돌리면 솔직히 시끄럽고 대화를 할 때도 청소기를 끄고 얘기를 하거나 소리를 질러야 한다. 하지만 이 청소기는 일반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적다. 전면부에는 센서가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 3개의 센서가 달려 있어서 장애물을 감지하고 요리조리 잘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한다. 하지만 조금 어둡거나 장애물이 낮으면 걸리거나 부딪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소기의 기본적인 능력은 청소상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로봇 청소기의 청소상태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매우 우수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먼지도 빨아들여서 청소 통을 꺼내면 "더럽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중요한 건 인도에는 이 로봇 청소기를 판매하지 않는다. 로봇 청소기를 구매할 바에야, 일반 가정부를 고용하는 편이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말도 통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인도 시장에서도 상품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인도 가정집들은 바닥이 대리석이나 타일로 되어 있기에 분명 이 로봇 청소기의 가치는 충분하다.


인도에서는 라면이 국물이 있는 한국에서 흔히 보는 라면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라면의 조리법은 물을 넣은 후 수프를 넣고 끓으면 면을 넣어 면을 들었다 놨다 하여 쫄깃쫄깃하게 만든 후 취식을 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라면 조리법이다. 하지만 인도의 교과서적인 라면 조리법은 끓는 물에 면을 넣고 1분 후 수프를 넣는 것이다. 그 후 물이 졸 때까지 약 4분 정도 더 끓이면 되는 것이다.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전날 엄청난 양의 알코올로 몸을 소독했거나 감기 기운이 있어 국물이 생각날 때, 인도 라면은 뭔가 70% 부족한 라면이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다. 뭄바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찾은 "Fatty Bao"라는 일식+네팔(?) 음식점을 찾았는데, 여기서는 라면이 아니라 라멘을 판매한다. 국물의 농도나 맛이 한국의 어지간한 라멘 집보다 맛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오신 손님분들을 모시고 가도 정말 맛있다고 극찬(?)할 수준이다. 게다가 반숙된 달걀까지... 정말 인도에서는 보기 힘든 퀄리티의 라멘이다. 


알코올 얘기가 나와서 지난 금요일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지난 금요일 정리가 하나도 안되어 있던 창고를 정리하고 나니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집에 가도 어차피 늦은 시간이지 근처 맥주집에서 맥주 두어 잔을 하기 위해 "Irish House"를 방문하게 되었다. "Irish House"의 경우 앞선 일기에서 소고기 나쵸를 서빙하는 곳으로 언급되었던 적이 있는 곳이다. 여기를 계속 방문하는 이유는 소고기보다는 Happy Hour이라는 이벤트 때문에 방문하는 곳이다. Happy Hour에 주류를 주문하면 무조건 1+1으로 제공을 해준다. 그렇기에 맥주 2잔을 시키면 4잔을 주는 그런 곳인 것이다. 그렇게 일행들이랑 즐겁게 마시고 잠깐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일행들이 자리를 비웠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다시 맥주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문 앞에 있는 바운서가 밀면서 못 들어가게 막는 것이었다. 

바운서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 술을 판매하는 곳에서 고용되는 경비 인력으로 취객이 소란을 피우거나 싸움이 발생하면 제재를 가하기 위한 인력이다. 쉽게 얘기하면 문지기인 것이다. 왼쪽에 있는 사진은 대략적으로 인도의 바운서들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함이지 "Irish House"와는 무관함을 말씀드린다. 솔직히 나를 못 들어가게 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었고 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다. 생리현상으로 화장실을 잠시 다녀왔을 뿐이고, 일행이 떠났다는 얘기도 이때까지 듣지 못했다. 더군다나 내 생명과도 같은 나의 아이뻐6가 테이블 위에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를 터치했다는 점에서 1차 기분이 나빴고 무슨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부분에서 2차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며 내가 폰을 두고 나왔고, 만약 폰이 없어도 일행이 놓고 간 물건은 없는지 확인을 하겠다고 하는데 절대 안 들여보내 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You are drunk. Fu** Off."라고 누군가가 얘기를 했고 3차 기분이 나쁨과 동시에 문으로 돌진을 해서 바운서 4~5명을 업고 그대로 "Irish House"로 들어갔다. 그러자 남아있던 바운서가 내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렸고 4차로 기분이 나빴다. 여차저차 다시 문 밖으로 나를 몰아내는 데 성공한 이 바운서들은 언제 "I need back up"을 했는지, 숫자가 열댓 명으로 불어나 있었고 메니져 급으로 보이는 친구 나와서 "너 혼자 어쩔래? 우리 이렇게 쪽수가 많아"라고 했는데 솔직히 좀 많았다.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오자 싶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난 잘 못한 것이 없기에 당당했다. 이 친구들도 나를 밖으로 보내자마자 안에 손님이 있음에도 문을 잠갔다. 아마 힘으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갈 생각을 안 하자 갑자기 애들이 싸울 준비를 했고, 나도 굳이 피하고 싶지 않았기에 맞받을 준비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덩치가 산만한 놈들을 앞세워서 전진을 해오기 시작했고, 덩치 큰 애들만 제압을 하면 나머지 애들은 엄두를 못 낼 것을 그냥 알고 있었기에 앞서 오는 두 명의 펀치를 피하며 무릎을 한 대씩 손흥민에 빙의해 축구공 차듯이 차 줬다. 아니나 다를까 그 둘은 그 자리에서 못 일어났고 그제야 나머지 애들이 경찰 부르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인도의 모든 보디빌더, 바운서, 운동을 나름 했다고 자부하는 애들은 대부분 상체는 헐크이고 하체는 젓가락인 경우가 많다. 그걸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비록 10년이 넘은 세월이기는 하지만 나름 태권도 3단의 유단자이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지금 생각해보니 "올드보이"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경찰이 왔고, 자초지종을 듣더니 "Irish House"직원들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상냥하게 미안하다며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 몰 (Mall)의 총괄 매니저도 나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나중에는 "Irish House"직원들로부터 미안하다고 사과를 받았기에 결국은 나의 승 to the 리.


금요일 Happy Hour 덕택으로 술도 많이 마시고 와인+진+맥주 등이 섞이다 보니 다음 날 숙취가 생각보다 심했다. 머리가 아프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 속이 풀리지가 않았기에 "Fatty Bao" 라멘 한 그릇은 정말 보약이나 다름없었다. "Fatty Bao"의 경우 집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식사 후 걸어서 집으로 오던 중 특이한 곳을 몇 군데 발견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군고구마 장수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지만 고구마를 그냥 오른쪽 중간쯤에 보이는 숯 통에 넣고 굽는다. 한국에서도 군고구마를 잘 사 먹었던 기억은 없지만 보통 3개에 3천 원 뭐 이런 식으로 개수로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저울과 추를 이용하여 판매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계산 방식이 더 마음에 든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그냥 빠르게 계산을 하고 갈 수 있는 부분이 메리트인 것 같다. 하지만 인도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고구마를 다 그 자리에 까주고 한 입 크기로 썰어서 포장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보통 고구마를 즐겨 먹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 중 하나는 까먹기 귀찮아서이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기에 군고구마를 까주는 것을 봤을 때 거의 컬처쇼크 수준이었다. 만약 한국에서도 이렇게 해준다면 그냥 바로 집에 도착해서 신김치 촿~ 올리고 입에 넣어주면 끝이기 때문에 자주 사 먹었을 것 같다.

두 번째 신기방기 스토어는,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인도에 팥빙수가 있다. 이름하여 "Red Bean Snowflake". 게다가 가격은 약 3,500원 정도. 맛은 한국보다 맛있었다. 그냥 얼음일 줄 알았던 얼음은 연유였고, 인절미 가루도 생각보다 엄청 향도 짙고 맛도 매우 고소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섞여있는 저 찹쌀떡도 엄청 쫄깃하고... 하지만 양이 매우 적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팥빙수를 하나 시키면 적게는 2명이서 많게는 3명 이서도 수다 떨면서 약 1시간 정도는 먹어주는데 여기 팥빙수는 나오자마자 5분도 안돼서 다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끔 한국이 그립거나 할 경우에는 충분히 방문 가능한 메리트 있는 매장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홀리 축제에 대해서 설명을 간략하게 남기고자 한다. 홀리는 인도에서 봄을 알리는 축제로도 알려져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미망인의 축제, 사랑의 축제 등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봄에는 꽃이 피기 시작하고 세상에 다시 색이 등장하는 시기이기에 이 축제에는 물, 색소, 물감 등을 물총이나 물풍선 등에 넣고 상대에게 묻혀주는 것이 일반적인 행사이다. 나아가 "방"이라는 음료를 마신다고 하는데,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술은 아니라고 한다. 약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마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 비슷한 액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축제가 상대방이 모르는 사람이라도 던지거나 묻힌다는 점, 물이 아닌 노폐물을 사용한다는 점, 심지어 동물의 분변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 물총 축제나 머드 축제에 비교하면 매우... 더러운 축제로 볼 수 있다. 있다 헬스장에 가야 하는데 바운서한테 맞는 것보다 더 무섭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 31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