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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Sep 15. 2023

맛집 탐방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요즘 예능을 틀어도 멕시코에서 뭔가를 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사람에게 있어서 '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 접하는 멕시코의 음식은 한정되어 있다. 타코, 부리또, 퀘사디아, 과카몰레 정도에서 크게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멕시코를 온 이후에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음식들이 많으며 심지어 우리나라랑 매우 유사한 느낌의 음식들도 있었다. 관련된 내용은 추후에 정리가 되면 써 볼 예정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멕시코에 있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주재로 써볼까 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풍미가 센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맵부심이 있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흔한 음식점들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쪽 음식들이 많이 분포해 있는 편이다. 

아시아계로 넘어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자극적인 중국음식 점들이 일반적으로 매우 많이 보이는 편이다. 저렴하고, 뷔페 스타일의 음식점들이 많이 보이며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중국 음식 특유의 풍미와 기름짐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한국 음식의 경우에는 Main 1가지와 반찬들을 위주로 하는 흔한 말로 백반 스타일의 음식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면 전주에서 볼 듯한 12첩 반찬들이 주르르 나열되기 시작한다. 한류에 힘을 입어 작년에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한국식당들의 인기는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특히나 놀라운 사실은 한국인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멕시코의 일반적인 인기 요리는 미국이나 유럽 스타일의 음식인데 지금은 K-Barbeque를 외치며 여느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불판 앞에 모여 소맥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마지막은 일본식이다. 일본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로 고급 음식이라는 인식을 잘 퍼트리고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일식은 미국식 일식에 가깝다고 보인다. 다만 내가 얘기하는 부분은 정통 일식집을 기준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일본음식 자체는 간장 베이스이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 3국 중에서 미각적인 부분에서 심심하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멕시코 사람들의 입맛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에는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멕시코인들을 매우 과소 평가했었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멕시코에는 우리가 아는 살사가 한 종류가 아닌 수십만 가지가 있다. 각 집집마다 살사를 만드는 비법이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도리토스나 치토스와 같은 일반적인 과자에도 살사를 끼얹고 여러 가지 부재료를 넣어서 먹는 방법이 있을 정도이다. 

어찌 되었든 이 살사 조리법을 일식에도 적용을 했다. 일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연적인 재료 자체에 살짝 느껴지는 간장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멕시코에서 일식을 먹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자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멕시코에서 내가 경험한 일식 "Onomura (오노무라)"에 대해서 말이다.


오노무라는 멕시코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보통 일식집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한 듯한 곳들이 많다. 하지만 멕시코 일식집에서 그런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스탠딩 바 같은 분위기의 장소에서 일식을 제공하는 느낌이다. 음악도 매우 크게 트는 편이고 사람들도 많아서 흡사 클럽에서 테이블을 잡은 듯한 느낌이 크다. 분위기 상으로는 연인끼리나 사랑을 속삭이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은 곳이지만, 주변 환경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여러 개의 지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는데 방문했던 곳은 Santa Fe라는 지역에 있는 오노무라였다. 자동차 이름 Santa Fe가 맞다. 고급 백화점 안에 위치해 있으며 입구는 매우 일본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Onomura가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월마다 진행되는 참치 해체 쇼 때문이다. 이 날도 참치를 해체하는 날이었는데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침치 해체를 할 때 주방 쪽에 참치가 비치되어 있어서 일반 손님들은 쉽게 접근을 할 수 없도록 해놨다. 하지만 멕시코는 달랐다. 손님들이 참치 해체를 위해 준비된 일본도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예약은 7시에 했는데 기념사진을 찍고 하면서 한참을 기다렸다.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면 갑자기 모든 손님에게 스파클링 폭죽을 쥐어주며 해체쇼를 시작한다.

신기한 건, 그렇게 다들 사진 찍고 영상을 찍고 하더니, 막상 참치 해체쇼가 시작하니까 10분 정도 구경한 뒤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정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참치가 해체되는 동안 손님들은 계속 지루하게 기다린다. 인원이 많은 테이블들은 아주 매우 신나 했다. 시끄러운 장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는 약간 곤욕이었다. 그러다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표정이 별로 안 좋았을 것 같은데 목이 말라 보였는지 1시간 반 만에 웰컴 드링크를 가져다주었다. 

오이를 베이스로 해서 상콤하고 달달하고 약간 단맛 없는 시원한 수박주스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웰컴 드링크는 앉자마자 줬어야 하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칵테일을 이미 주문하고 한참 후에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내가 주문한 칵테일은 이름이 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렇게 맛있지 않았다. 색깔은 기가 막히게 잘 뽑는데 칵테일은 뭔가 고삼차에 꿀 넣고 오렌지 주스를 넣은 듯한 맛이었다. 반대로 웰컴 드링크는 정말 기갈나게 잘 만들었다. 저 칵테일 이후에도 웰컴 드링크는 계속해서 리필을 해줬다. 기억으로는 한 6잔 정도 마셨던 것 같다. 

이 와중에도 참치는 계속 해체를 당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해체되는 참치 부위를 그대로 주방으로 들고 갔는데, 들고 온 참치 부위를 가지고 즉석에서 조리해서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주방이 닫혀있어서 다른 참치를 꺼내서 한 것인지 아니면 냉동고에 넣은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첫 번째 요리는 참치 세비체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참치에서 적신 (붉은 살)을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신맛이 너무 강하고 비릿한 맛도 나기 때문에 참치 회를 먹으러 가도 한두 점 정도만 먹는다. 그래서 사실 첫 번째 요리로 적신으로 만든 참치 세비체가 나왔을 때 꽤나 실망했다. 그런데 배고 고프도 한 시간 반을 기다렸더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참치가 싱싱해서인지 참치 살에서 생선의 단내가 났다. 한입 먹어봤는데 유자소스를 베이스로 한 세비체여서 그런지 전혀 비린맛도 없고, 상콤, 달콤, 고소, 싱싱함이 입에서 바로 느껴졌다. 내 기억으로는 한 번 더 리필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 요리부터는 약간 멕시코 스타일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타코라고 하면 제일 흔한 내용물은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주를 이룬다. 해산물 중에서는 새우나 문어류 등을 실제로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생선을 중심으로 한 타코는 먹어본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참치 자체가 소고기와 비슷한 식감이 있고 붉은 생선이다 보니 살짝 기대를 하긴 했다. 참치 자체가 너무 오버쿡 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사진 상으로는 살사 소스가 많이 안 들어간 것처럼 작가가 잘 찍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반대로 멕시코 퓨전 음식이라 그런지 만약 그만한 양의 살사가 없었다면 사실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참치 자체가 비싼 생선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익혀 먹는 건 참치캔 밖에 없는데 생 참치를 익혀서 그것도 타코처럼 먹으니 뭔가 부자가 된 기분이 들긴 했다. 다름 메뉴를 위해서 타코는 저걸 끝으로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세 번째 요리는 크래커 위에 소스에 버무린 다진 참치를 올린 요리였다. 

양념은 약간 매콤한 맛이 있었고, 제일 위에 있는 고추도 하바네로여서 한국인의 입맛을 확 끌어 잡기에는 초반 승부수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참치를 믹서기에 간 것인지 식감이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매운 아기 이유식이 크래커 위에 올라간 듯한 식감이 조금은 불쾌하긴 했지만 매콤해서인지 뭔가 알 수 없는 계속 당기는 맛이었다. 가장 비슷한 느낌으로는 군대에서 많이 먹었던 참치 크래커가 떠올랐다. 다만 참치 크래커도 참치가 씹히는 맛이 있었는데 얘는 그거보다 훨씬 씹히는 맛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추가로 서빙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네 번째 요리는 세 번째 요리를 분리한 음식 같았다.

크레패라고 소개를 하면서 왔지만, 매운맛을 빼고는 딱히 3번 요리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 하겠다.


다섯 번째는 한국인의 사랑 회였다.

회를 딱 저만큼 밖에 주지 않았다. 물론 리필을 해서 먹을 수는 있지만, 적신만 계속해서 가져다주었다. 좀 짜증 났다. 나도 배꼽살 같은 거 먹을 줄 아는데 왜 자꾸 적신만 가져다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는 그렇다 치고 고추냉이는 왜 이렇게 맵지도 않은지... 그 알싸한 향이 코를 막 때려줘야 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추냉이 향이 느껴지지 않아 제일 많이 리필한 메뉴도 아마 고추냉이였을 것이다. 다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고추냉이가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서 간장에 먹으니 처음에는 그래도 먹을만했지만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입안에 짠맛이 가득해져서 더 이상 먹기가 힘들어졌다. 

다음번에 갈 때는 고추냉이나 초장을 몰래 싸가지고 가서 좀 많이 먹어야 할 필요가 있는 메뉴였다. 


여섯 번째 메뉴는 초밥이었다.

역시나 적신으로 만든 초밥이었고, 생선과 밥 사이에 고추냉이를 아예 넣지 않은 초밥이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매운 것을 잘 먹는다고 했는데 고추냉이 향은 싫어하나?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건 이쯤부터였다. 고추냉이를 초밥에서 덜어내서 먹는 사람은 봤어도 아예 밥 뭉치랑 생선만 올라가 있는 초밥은 듣도 보도 못했다. 그 어려운 것을 내가 또 확인하게 된 것 같아 약간 뿌듯하지만 맛은 없었다. 그리고 이쯤부터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배가 진짜 불러서 부른 느낌보다는 뭔가 허전한데 배가 부른 듯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초밥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2번 더 리필을 해서 먹긴 했다. 이 시점에 고추냉이는 4번째 리필을 받았던 상황이었다.


일곱 번째 메뉴는 쉽게 얘기하면 오픈 타코였다. 

튀긴 토르티야와, 익힌 참치살과 아까 느껴졌던 소스가 아래에 깔려있었다. 특별한 맛은 없었다. 그냥 오픈이냐 아니냐의 차이였고, 토르티야를 튀겼는데 아닌지 정도의 차이였다. 뭔가 씹히는 식감이나 재료 하나하나 따로 맛보고 싶다면 이 메뉴가 더 나았을 것이고, 타코 자체의 맛과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2번 메뉴가 더 적합할 것이다. 


여덟 번째 메뉴는, 그리고 아마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참치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였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외관적으로나 식감적으로나 참치의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촉촉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저 소스가 약간 내 스타일이었다. 녹인 치즈를 뭔가 가루와 섞은 느낌이었는데, 아랍 음식에서 많이 느껴볼 수 있는 그런 향이었다. 제일 아래에는 바싹 구운 빵이 있었는데, 딱딱하진 않았다. 빵과 패티와 치즈를 같이 먹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풍미가 입안으로 퍼졌다. 개인적으로 참치 집에서 익은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집에서 가장 BEST로 뽑을만한 메뉴는 이 메뉴였던 것은 확실하다. 


결론은 간단하다. 멕시코에서 타국 음식을 먹을 때에는 살사 소스의 양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부분과 너무 큰 기대를 가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냥 먹을만한 정도의 수준이면 사실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Onomura는 뭔가 더 기교 없는 순수 일본식 레스토랑의 느낌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교가 들어가 있었고 일본의 느낌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입구뿐이었다. 하지만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음악 등을 생각해 보면 한 번쯤 기념일에 데이트를 하러 가기 좋은 곳이라고는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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