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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Feb 10. 2022

딸과의 동침

한 이불 덮는 사이

이사 오기 전 집에서 아내와 나 딸 이렇게 세 식구는 안방에서 함께 잤다. 우리 부부는 한 침대에서 그 옆에 딸아이 침대를 붙여서 셋이 잤다. 그러다 작년 9월 새 집으로 이사 온 뒤 딸아이의 방을 만들어줬다. 장난감장이며 책장이며 책상, 침대를 모두 넣어 아기자기한 자기 방을 갖게 되었다. 딸아이는 기뻐했다. 


문제는 이사 첫날부터였다. 혼자서 자기 방을 만끽하다가 밤에 홀로 잠을 청하려니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쪼르르 안방으로 달려와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누웠다. 이사 온 집이 전보다 좁아서 안방에 딸아이 침대를 넣을 수 없었다. 한동안 좁디좁은 안방에 딱 한 명 누울 정도 공간에 이불을 깔고 잤다. 침대는 딸과 아내 차지였다. 멀쩡히 자기 방에 이쁜 공주 침대는 무쓸모였다.


결국 내가 딸아이 방에 이불을 펴고 딸아이는 자기 침대에서 자는 동침 시대가 열렸다. 아내는 지금 아니면 딸아이가 아빠를 찾지도 않을 거라며 사랑받는 것을 즐기라며 다독였다. 2인용 넓은 침대에서 아내는 편안히 주무신다. 참고로 임신 중이시다.


가끔 내가 새벽부터 촬영을 나가야 하는 날이면 전날 밤에 미리 딸에게 귀띔한다. 


"아빠 내일 아침 일찍 촬영 가니까 일어나서 아빠 없으면 놀라지 말고 엄마한테 가서 자"


촬영 다녀온 날은 딸아이의 아빠 집착(?)이 커져서 자기 침대를 두고 내가 자는 바닥에서 같이 자겠다고 한다. 한 이불을 덮고! 아이와 함께 자는 일이 별일 아닌 거 같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어른이 잘못 몸을 돌리면 어린아이 팔이 깔려 다칠 수도 있다. 잠결에 딸아이가 내쪽으로 팔을 뻗으면 나는 옆으로 누워 새우잠을 자야 하는 일이 펼쳐진다.


사건은 엊그제였다. 역시나 그날 아침 촬영을 다녀와 딸아이는 나랑 바닥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겠다고 한다. 새벽까지 두어 번을 깨며 불편하게 자던 나는 화장실을 다녀왔고 딸아이도 잠결에 자기도 볼일을 보겠다며 깼다. 이때다 싶었다.


"다윤이는 다윤이 이불 덮고, 아빠는 아빠 이불 덮고 자자!"


이불을 따로 덮으면 팔을 뻗어서 내 쪽으로 오기도 힘들고 영역이 나눠지기 때문에 나로선 편히 자기 위한 방책이었다. 다윤이는 알았다고 마지못해 말하더니 옆으로 돌아누웠다.


잠시 후...


"킁... 킁... "


코를 훌쩍 거리는 소리가 났다.


'설마 우는 건가?! 이게 울 일인가?'


다윤이에게 물었다.


"다윤아~ 아빠가 이불 따로 덮자고 해서 화났어?"


"응..."


세상에나! 이렇게까지 감수성이 예민한 8살이라니! 


"알았어~ 아빠 이불 같이 덮자!" 


다윤이 이불을 침대로 휙 걷어내 버렸다.


미안한 마음에 팔 베개도 해주고 달래주었다. 


"아빠가 추워서 그랬어. 이렇게 한 이불 덮고 자자!"


"킁... 흙.... 응...."


팔베개를 해주고 딸내미를 달래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곧 둘째가 태어나는데, 첫째가 아빠를 이렇게 좋아하면 분명 둘째 아이에게 질투를 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주변에 다둥이 아빠들에게 물어보면 어쩔 수 없다고 결국 질투하게 되어있고 시간이 지나면 첫째가 둘째를 받아들이고 이뻐하게 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다행히 나이 차이가 7살이나 나서 연년생이나 두세 살 터울보다는 나을 거라고들 하는데 그래도 걱정이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첫째 딸과 아빠.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 딸. 아빠 몸은 하난데 사랑해야 할 딸이 둘이다. 엄마와 역할 분담을 아주 잘 짜야할 거 같다. 복에 겨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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