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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Aug 06. 2018

삿포로에서 만난 Hotel x Cafe

콜라보레이션의 시대


출장이 잡히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항공권 구매와 숙소 예약이다. 항공권 구매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항공권 분석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나 네이버 항공권 조회 혹은 직접 항공사에 개별적으로 들어가서 가격 확인을 한 후, 최저가를 구매하면 된다.

그러나 숙소를 예약하는 것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간다.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고 나면 생각보다 원하는 숙소를 잡기가 힘들다. 가격, 위치, 서비스, 매력 등 모든 조건을 갖춘 숙소를 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좋은 서비스와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안에서 적절한 숙소를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삿포로 출장이 잡혔을 때, 삿포로에서 어떤 숙소를 예약할지 고민하다가 찾은 숙소는 hotel potmum stay & coffee 였다. 호텔 로비가 카페이자 인포데스크인 이 공간은 투숙객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등 누구나에게 자유롭게 개방되어있다. 요즘에는 에이스 호텔을 비롯하여 투숙객만을 위한 호텔보다는 자유롭게 외부인에게 개방되는 호텔도 생기는 추세이기 때문에 특별하진 않았지만, 투숙객이 아닌 외부인이 이용 가능하다는 점은 자유로운 분위기일 것이라 예상했기에 해외를 갈 때마다 현지인에게 정보를 얻는 나는 이 호텔을 예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도심에서 살짝 떨어져 있었기에 가격대가 합리적이었기도 했다.



방문 후 알게 된 사실은 이 호텔은 MORIHICO Coffee & Something이라는 카페와 포트멈이라는 부동산 회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호텔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호텔 포트멈은 두 회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점이다. 호텔 1층은 모리히코 커피가 운영하는 반면, 호텔은 포트멈이 운영한다.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운영하면서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시너지를 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부동산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다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쉐어하면서 브랜드를 구축해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이번 출장에서 나는 호텔 포트멈에서 새로운 일본인 친구를 사귀었다. 모리히코 커피의 바리스타인데, 한국을 좋아해서 명동의 한 공연회사에서 파트타임 잡을 가지기도 했고, 한국에 있는 유명한 카페를 투어 하는 것이 취미였다고 한다. 그 친구 덕분에 이번 출장에서 새로운 로컬 브랜드를 알게 되기도 하고, 삿포로돔에서 하는 공예페어 정보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모리히코 커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MORIHICO Coffee & Something의 매력 포인트는 1996년에 만들어진 역사가있는 카페가 고전적인 카페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장했다는 점이었다. 그게 호텔과 결합하든, 서점과 결합하든 말이다. 그래서 모리히코 커피에 something 이 붙었는지도 모른다. 커피 그리고 어떤 것.

호텔 포트멈 로비에서 모리히코 커피를 마시며 이 스토리를 알게 된 보스와 나는 모리히코 커피 본점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모리히코 본점은 삿포로의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조용한 동네의 골목길 어귀에 있는 곳이었다. 구글 내비게이션으로 가까스로 찾아간 그곳은 아주 오래된 작은 목조 민가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그런데도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몇몇의 사람들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도 차례를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역시 매력적인 곳은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사진 한 장에 홀려서 단 한 장면을 보기 위해 멀리까지 가곤 하니까 말이다. 


내부는 오래된 목조건물이 가지는 시간의 흔적이 보였다. 과거에 이곳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상상하게 되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공간은 생각보다 협소했다. 아주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1층의 카운터이자 키친이 바로 아래에서 보였다.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의 모습이 이 카페의 차분한 분위기를 더했다. 단정한 차림, 정갈하고 진지한 자세, 조용조용한 목소리와 오모테나시(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태도) 정신이 느껴졌다. 일본 특유의 정수가 느껴지는 카페였다. 보스와 나는 말차 파운드와 커피를 시켰다. 많이 달지는 않아서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맛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세속적인 시간과 동 떨어진채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모리히코 카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무언가와 끊임없이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영역을 확장시켜나간다. 자신이 가진 자산을 지렛대 삼아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것이다. 단순히 카페 1호점,2호점으로 영토확장이 아닌 다양한 곳에서 모리히코 커피를 마시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요즘은 콜라보레이션의 시대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도 하고, 주목을 받기도 하고,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트멈과 모리히코 커피의 콜라보레이션은 적절한 파트너였던 것 같다.





@marble_rocket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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