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고 싶어요....
“아, 카페 가고 싶다” 이 말이 입에서 기침처럼 터져 나왔다.
벌써 한 달 넘도록 카페를 가지 못했던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코로나 19 이후, 여행을 가지 못하거나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생각지 못했던 큰 아쉬움은 카페를 갈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평소 커피 애호가도, 카페를 자주 들렸던 사람이 아니었지만 카페를 가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카페란 어떤 공간이었던가, 제3의 공간이 아녔던가.
집도 일터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
원룸에 사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거실이자 서재 같은 역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곳에는 여유라는 것이 있었다. 기분 좋은 커피 향이 온 공간에 존재했고, 사람들의 얼굴의 근육들은 이완되어있었다. 기분 좋은 잡음들이 편안한 음악소리와 함께 떠돌아다녔다.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도 있었고, 글을 쓰거나 개인작업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페를 가지 못하니 새로운 불편함이 생겼다.
퇴근 후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바로 귀가하는 건전하고 지루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큰 마음을 내지 않고서는 하지못하는 어려운 일이 되버렸다. 게다가 시간이 어중간하게 비었을 때는 시간을 소비할 대체 공간이 없어 애매했다. 보통 그런 시간에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핸드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었는데 그런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겨울에는 더 치명적이었다.
날씨는 영하 18도로 떨어져서 러시아 모스크바 날씨보다 추운데 몸을 녹일 공간이 없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는 말이다. 이게 참 불편했다.
물론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생존이 걸린 자영업자들이나, 의료진, 그리고 코로나 19 환자들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그러나 카페가 이렇게 삶에서 요긴한 장소였다는 것이 와닿았다.
카페가 문화처럼 퍼지기전에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소비하고 살았을까? 카페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은 있는 걸까? 길거리에 즐비하던 카페 존재의 이유를 여실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제3의 공간.
물론 영화관, 미술관 같은 즐기는 공간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열려있는 공간은 드물다. 보통의 공간들은 특정한 행위가 정해져있는 목적성 공간이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어야 하고, 백화점에서는 쇼핑을 한다. 할 수 있는 행위가 한정적이다.
그러나 카페는 어떤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공간이고, 나 자신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론 공원과 같은 다양한 가능성의 외부 공간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게다가 요즘 현대인에게 외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
카페와 공원은 같은 퍼블릭 공간이지만 역할이 다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세상이다. 2021년인 현재에도 구체적인 수치를 찾아보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1인 가구가 늘어날 거라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가까운 주위의 30대 친구들만 둘러봐도 1인 가구를 자처하는 사람, 그러니까 비혼을 결심하는 사람도 예전보다는 꽤 늘어났다.
그런 1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은 상대적으로 한정적일수 밖에 없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 1인당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카페와 같은 공간은 더 소중하다. 카페는 외부에 있는 거실이자, 서재 겸 작업실이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문화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 마켓 컬리, 배달의 민족, 오늘의 집 같은 회사가 바쁘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건, 커피 머신을 산 것이다. 집에서 커피를 마실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소비를 한다는 것. 그리고 홈트레이닝을 위해 질 좋은 운동매트를 산 것, 원래도 관심 많았지만 좀 더 인테리어에 세세하게 신경을 쓰게 된 것. 나부터가 이렇게 변화했다. 가장 큰 소비의 흐름은 나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인 것 같다. 온라인 사업이 잘 돼가고 있는 이유를 나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코로나 19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는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온라인으로 기울어져있던 추가 폭발적으로 오프라인으로 기울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 같다.
활성화된 비대면 문화 덕분에 집의 역할과 기능이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다.
헬스장 대신 홈트레이닝의 선택지가, 카페 대신 홈카페, 도서관 대신 서재라는 선택지가 추가 되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은 양극화되지 않을까.
물류센터처럼 가장 기능적인 공간이거나, 갈만한 '가치'가 있어 방문의 의미가 있는 곳.
공간을 방문해야지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재미가 있는 장소의 수요가 늘 것이다. 일반적인 쇼핑 매장보다는 플래그십 스토어나 복합몰이 그런 예시가 되지않을까.
또는 도시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자연과 함께하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공간 등 뾰족하고 기획력있는 공간이 인기를 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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