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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 Apr 25. 2024

그윽한 하루

복지관개관 15주년 기념행사

 복지관 개관 15주년 기념행사였다. 밤사이 내린 비는 아침까지 이어져 내리고 있었다. 서늘한 기운을 느꼈지만 마음은 봄바람이 스친다. 날씨 하고는 상관없이 콧노래를 부른다. 어제 객석을 바라보며 자리를 정하고 지휘자 선생님의 손끝을 따라 눈을 쫒았다. 피아노 반주에 귀를 세워 음을 잡으니 오감 속에 찾은 자연의 소리는 신이 주신 선물 같다. 하나같이 마음을 모아 연습하고 깔깔대었다.  

  "가사는 모두 외었지요? 세월의 무게만큼 염염함으로 무장한 큰 언니들의 씩씩함, 능청을 보탠 여유로움, 재치까지 나는 얼결에  은근슬쩍 목을 가다듬어 본다. 입만 벙긋 할 테니 막내가 힘 좀 써줘."

  사회자의 소개로 시작한 합창반원 모두는 천상의 하모니였다. 흰색의 블라우스와 검정치마는 각을 맞추고 강당의 열기는 환하게 날아올랐다. 누가 노인이라 말할 수 있는가? 86세의 거장은 20여 살의 나이도 친구가 쉽게 되었다. 목을 풀기 위해 준비해 온 쵸코렛의 달콤함을 나누고 서로에게 먹여준다.                         이미 풍성한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하다. 하하, 호호, 깔깔 저리도 좋을까  나도 모르게  웃는 소리를 보탠다. 한 음 또 한 소절 모두의 마음 되어 퍼져나간다. 모두가 보석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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