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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 Aug 30. 2024

내가 쓰는 자서전

글쓰기 공부를 하다.

 남편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지자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있었다. 지금은 가게 관리만을 맡고 있다. 늘 어릴 줄만 알았던 두 딸도 대학을 마치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고 있다. 큰딸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삶에서 여유를 찾고 그동안 잠시 멀어졌던 취미를 되찾았다. 바로 글쓰기다. 지금은 글쓰기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오전 5시면 잠에서 깨어나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상태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 매일 6시부터 8시까지 치열하게 공부한다. 어릴 적 해야만 하는 학습은 지겨웠다. 아버지는 내게 성적이 떨어지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하시며 꾸중을 하셨다. 잔소리 때문에도 더욱 공부가 싫었었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언제 어디서든 머릿속엔 글쓰기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다.


 오전 5시 기상도 최근 이룬 뿌듯한 성과다. 여유로운 하루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기상 시간을 앞당기기 시작했다. 기상 시간을 앞당긴 이후부터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간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조하지 않고, 종종거리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생을 마칠 때까지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글쓰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나날이 반복되지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동서문학상을 준비하며 이전 수상작을 읽어봤다. 수상작들은 양미간이 찌푸려질 정도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글이었다. 그러나 난 일상적인 소재로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쉽게 읽히는 문장이 내 글의 성격이다. 그런 내가 내 스타일을 버리고 공모전의 성격을 따라가야 할까, 혼란이 시작됐다. 모든 걸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글을 쓸까 고민도 했다.

 쉽사리 답을 내기 어려워 편집장인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필의 수상작을 읽어보았는데 저와는 결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금상, 은상 작품들은 너무 어렵고, 눈의 미간을 곤두세우고 읽어 내려가야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글은 편안하게 술술 읽히고, 여운이 좀 징징 오는 거예요. 그래서 포기하기로 했어요.’

 내게 글쓰기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쏟아내는 창구다. 누군가에게 검사받거나 간섭받을 이유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글쓰기가 생업인 것도 아니다.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 중에는 자기만족이 가장 크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누군가에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 할까. 공모전의 성격에 따라 내 스타일을 바꿔가야 할까. 이 공모전을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깊은 고민만 이어지는 나날이다.


 현실은 언제나 먼 고향을 상상하는 것 같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양갈래 길은 형체도 태도도 모두 어리석고 불만이고 행복하지 않았다. 정여울 작가는 말한다. 나의 상처를 들어내고 나만을 소재로 하는 글쓰기는 안된다고 그런데 나는 경험한 일을 글감으로 써잭기니 내 구린내가 폴폴 나는 것만 같아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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