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회사 근처 지하철역 앞에서 곽티슈 + 물티슈를 나눠주면서 "모델하우스 한번 와 보세요."라고 하며 나를 꼬시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청약은 통장만 있을 뿐 쓰는 방법도 모르고 뭔가 내집마련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목표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뭔가 해본 것은 없었다.
마침 그 당시만 해도 회사 사람들 중에 아파트 분양을 받으셨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모델하우스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다만 막상 가본 모델하우스는 북새통(!)이었다.
줄이 정말 농담 안하고 100미터는 가볍게 씹고 들어갈 정도로 긴 수준!! 그리고 없는 호재도 저 몇 킬로 밖에서 영혼까지 끌어와서 도배를 해놓은 장면을 보고 갸우뚱 해졌지만, 정작 2010년대 말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인테리어, 구조는 우와~ 라는 탄식을 하게 할 정도로 공간활용이나 깔끔함의 백미를 보여주었다.
그 당시 방문했던 모델하우스.
결국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 아파트는 성황리에 1순위 마감으로 끝났고, 그 아파트에 이은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분양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엄청 고조되기 시작했다. 전 국민이 청약에 목숨을 걸기 시작하고,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집값 뿐 아니라 모든 자산이 오르면서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근데, 2024년이 된 오늘 생각해보면 아파트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파트 분양 열풍은 사그러들고, 미분양이 폭발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보인다. 좀 줄어드나 싶더니 결국 다시 늘어나고, 계속 그 상황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23년 미분양 주택 추이 (출처: 연합뉴스)
그럼에도 인기 좋은 지역의 청약 줍줍(과거 분양 미계약분 추첨)은 전혀 다른 세상 같다. 심지어 최근 계약취소분 3가구가 나온 어느 아파트 단지는 신청자가 100만(!)이라는 진기록을 보여줄 정도니... 아무리 꺾였다고 해도 부동산에 열광하는 상황은 여전히 이어지는 듯 하다.
부동산은 왜 이리 핫해진 걸까?
지금은 대부분 퉁쳐서 "부동산"이라고 하지만, 이건 경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산과 움직이지 않고 고정적인 부동산을 구분해놓은 것이고 실제로는 토지와 그것을 이용한 자산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토지와 그 건축물에 대한 믿음은 인류가 이 지구라는 곳에 존재하게 되는 순간, 인류는 이런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전쟁의 역사는 결국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되었고, 자본주의의 목표인 인류의 생존과 풍요를 목표로 한 경제적인 수요를 통해 그곳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모르도르에 사우론이 올린 고층 빌딩(?)
중세부터 봉건제(feudal system)라는 시스템부터만 봐도 이런 부동산에 대한 의미는 힘과 재력을 과시하는 시스템이었고, 여러 전쟁을 주제로 한 소설에서까지 이런 영역 싸움에 대한 주제는 핵심이 되어 있었다.
비유적으로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비유해봤을 때, 이 작중 최악의 빌런인 사우론조차 모르도르를 차지하자 고층 빌딩을 올리고 그 위에 반짝반짝 빛나는 광고판까지 올리는 목표를 달성(!)한다.
비유는 비유로 받아들이자
사실 이런 부동산이 이렇게 오르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2차원적인 공간(토지)에 3차원적인 수요(경영의 3요소)가 겹쳐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2차원의 토지가 조건이 모두 똑같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지구 위의 땅은 그렇지 않고, 기후, 그리고 이웃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땅은 적고, 이 적은 공급의 땅에 그 많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이 정착해서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특정 지역에 변수(Variable)가 적용되는데, 일반적으로는 특정 장소에 사람이 몰리는 경우가 가장 크고, 그 이유로는 길을 어디에 놓는지, 기차역이 어디에 생기는 지 등 여러가지 영향에 따라 변수가 결정된다.
이 변수는 특히 인간의 경제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백화점, 관공서, 학교 등이 생기는 등 변수가 있는 지역에 수요가 폭발하거나, 아니면 공장 폐업 등과 같은 영향으로 확 줄어들기도 한다. 이렇게 수요가 올라간 지역 대비 빠지는 지역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역을 중심으로 다 함께 오르는 등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또한, 인간은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부동산의 영속성(Persistence, 지속되거나 지속될 수 있는 특성이나 상태)에 초점을 가지다 보니 필수재를 넘어 사치재까지의 영역까지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수단이었지만, 이런 반영구적(?)이라는 특성 덕분에 확고한 투자의 수단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투자의 수단이 되면 기본적인 수요를 넘어 투자 수요가 더해지니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고, 양극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만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수요와 공급만으로 하기엔 모든 곳이 다 올라버리는 상황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2019~2021년의 3년간의 기간이 대표적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가뜩이나 눌려있던 주요 인기지역 시세가 오른 시점에 정부에서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해 버리게 된다.
조정대상지역 확대는 결국 풍선효과로 돌아왔는데, 기존의 저금리 덕분에 통화량은 워낙에 많이 풀려 있었기 때문에, 규제로 찍어누른 지역의 거래가 더뎌지자 대한민국의 모든 아파트는 극단적인 케이스가 아니면 입지와 상관없이 모두 올라버리는 위엄(!)을 보여준다.
게다가 2020년의 코로나19는 미국이 돈을 미친듯이 풀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도 비슷한 정책을 시전하게 만들어서 가뜩이나 높았던 통화량을 더더욱 많이 늘려버리게 된다. 결국 이 넘치는 통화량은 주식, 부동산을 막론하고 모든 자산의 가격을 폭등시켜 버린다.
2023년까지의 M2 통화량
실제 M2(광의통화)를 보면 시장에 돈이 풀린 상황을 볼 수 있는데, 2016년부터 오르던 게 2019년엔 점점 가파르게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금리를 내린다는 건 시장에 돈을 풀어서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지만, 항상 부작용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M2그래프는 의외로 완만한 편인데, 미국의 20~22년 통화량 그래프는 스키점프대(...)급의 날카로움을 보여주기에 또 다른 국가와도 영향은 있지만 다른 시야로 바라봐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이고, 제조업으로 경쟁국가들과 힘들게 치고박는 중이니 언제나 미국의 통화정책까지 들여다봐야 할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의 재산을 요만하게 만들어보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젠 우린 언제나 부동산이던 주식이던 재테크를 하려면 한국의 금리나 정책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금리를 함께 봐야하는 귀찮음까지 가지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FED의장은 거의 CCTV를 달아서 감시받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난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 저금리를 탈피해서 상대적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도 매물은 많지 않지만 거래도 되지 않아서 가격도 보합 and 하락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오른 인건비와 자재값 덕분에 건설 인허가 물량도 적다 보니 이 다음 스텝이 어떻게 될지 모두가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 그 와중에 서울에서는 신고가가 나오는 기현상까지 발생하는 중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동산은 그래도 오른다 vs 부동산 상승은 이제 끝났다"로 나뉘어져서 여전히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어쩌면 미래를 알 수 없는 진정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의 시작, 주식처럼 반응이 바로 나오지도 않다보니 부동산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많이 눈과 귀를 열고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