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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방랑자 Mar 31. 2024

인플레이션과 공존해야 하는 삶

10년 후의 곰젤리는 얼마일까?

아주 어릴 적만 해도 100원 동전이 있으면 생각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500원이면 마음이 풍요로웠고, 1,000원이면 찐참레알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특히, 그 당시 1,000원의 의미는 슈퍼에 가서 엥간하 건 다 살 수 있는 수준이었고, 만원은 애초에 어른의 돈(...)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하지만,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지금, 10원, 100원은 커녕 500원도 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1,000원권 지폐도 복권 살때 아니면 보기 힘들다. 특히 10원은 공중전화까지 사라지면서 청동기 고대유물 수준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물론 신용카드와 간편결제의 활용도 큰 이유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000원 이하의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게 잘 없다는 게 크지 않을까 싶다. 


그 많던 동전들은 다 어디 있을까? (출처 : Pixabay)

이렇게 동전이 사라지니 저금의 문화 중에서도 "저금통"을 활용하는 문화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벙어리 저금통이 아이고 무거워
하하하하 우리는 착한 어린이 아껴쓰며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

한때 그러고 보면 이런 동요가 있었고, 사실 제법 오랜 기간 저금통으로 저축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건 어린이 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있었고, 저축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었다.

돼지저금통 못본 지 오래 되었는데...?

하지만, 동전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잘 보이지도 않다 보니 이젠 동전을 저금통에 넣어서 저축하는 문화도 보기 힘들었다. 당장 우리만 해도 저금통 문화는 사라지고 토스 10원 모으기(?)나 포인트 쌓기 같은거에 더더욱 열을 올리는 편이기에...



그때 그 시절 물가...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가장 체감하는 지표들로 외식물가도 있지만 생필품, 식품 등으로도 체감해볼 수 있다. 특히 본인의 경우는 젤리인데, 어릴때부터 젤리를 워낙에 좋아해서 슈퍼에서 200~300원 하던 꼬마곰젤리를 먹는게 나름 스몰 럭셔리(?)이자 Flex같은 활동이었다. 


지금은 워낙에 이 곰젤리도 올랐지만 대부분의 젤리가 1,200~1,500원까지 치솟았는데, 90년대~2000년 초반에 비하면 최소한 4~5배는 상승했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체감하는 나만의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정말 좋아하던 꼬마곰 젤리(!) (출처: 인사이트)


이 곰젤리 뿐 아니라 사실 수많은 제품이나 식품들의 가격이 대단히 많이 올랐다. 안성탕면은 300원 하던 시절에서 800~900원, 볼펜은 기본이 천원, 그리고 식품의 주요 지표인 자장면은 요즘 6000~7000원은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위의 상품들은 말그대로 공산품이기 때문에 재료만 풍족하다면 규모의 경제로 많이 찍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품목들은 10년이 지나도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기도 하고, 서민경제와 관련된 상품은 정부에서 가격을 제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위의 라면의 경우 지금은 그때의 두배긴 하지만 실제로 오르는 시간은 20년 이상 걸리긴 했다.


이들은 그리고 선택의 폭이 넓다보니 대체제가 자주 발생하고, 어느 정도 가격 조절이 되는 경향도 있다.


자 그럼 공산품(?) 같지만 공급이 쉽지 않은 아파트의 가격 변화를 본다면 어떨까?


한강을 낀 압구정 현대아파트 분양하던 시절 가격

대표적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에 분양한 아파트로, 거진 50년이 되어가는 아파트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분양가는 우리가 흔히 국평이라고 하는 30평대(82m²)가 865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압구정 현대(5차)의 저 평수는 40억으로, 그 당시와 지금으로 비교해보면 46배가 오른 셈이다. 평당가로 보면 그 당시 26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한 평에 1.2억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 안돼!!!! 저거 샀어야지!!!!! (난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압구정의 아파트는 2차원의 공간, 특히 강남이고 바로 강건너면 남산이 보이고 경부고속도로가 바로 옆에 있는 나름 천혜의 입지이지만, 이건 땅을 새로 파거나 공중도시를 건설해서 똑같은 입지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에 이런 가격상승이 일어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위의 꼬마곰부터 시작해서 보였던 화폐 가치의 하락은 이런 대체제가 명확치 않은 상품 가격을 더더욱 올려버리게 되는데, 소문을 따라 인기와 선호도가 더더욱 올라갈수록 그 속도는 올라갈 수 있다.




화폐 가치의 하락

이런 현상을 단순하게만 보면 그냥 물가가 올랐네~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물가 상승은 화폐량의 증가, 화폐 가치의 하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말 그대로 시중에서 돈을 많이 뿌리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런 화폐 가치 하락이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례는 많았는데, 오랜 역사 기간 동안 가장 유명했던 인플레이션은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독일 마르크화 폭락이 있었다. 


1923년, 독일은 배상금 폭탄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었고, 배상금을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은 부채를 짊어지게 되고, 이는 곧 엄청난 양의 화폐를 찍어내게 된다.


통화량은 1923년 4월에 8조6천100억 마르크까지 올라갔는데, 이 속도는 더더욱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 11월에는 4해 마르크라는 천문학 아니면 보기 힘든 단위까지 올라간다.


그 당시, 돈을 송금하기 위해서는 수수료가 필요했는데, 돈의 가치가 상상 이하로 내려가자, 송금 수수료보다 예금된 돈이 더 저렴해지는 위엄을 보였다. 심지어 머리 한번 깎거나, 물품 하나 사려면 수레에 돈을 실어서 가야 하는 수준이었다니...


초인플레이션의 현대 대표 사례로 꼽히는 짐바브웨 (출처 : 시사iN)

당장 현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는데,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 등이 있다. 둘다 비슷하긴 하지만, 아무리 자원이 많고 한때는 괜찮은 상황이었다가도, 경제와 무역 정책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정부는 국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빈곤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런 경우 부동산에 대입해보면 이것은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국민 한 명이 1년에 평균 100페이(가상의 화폐라고 치자)을 버는 나라가 원래 집 한채가 4,000페이였던 것이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5년 만에 40,000페이가 된다면 그 나라는 폭동+무정부 사태 등 난리가 날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국가에서 전월세 등의 정책이라도 해서 통제하지 못한다면 더더욱 심하지 않을까.




인플레이션은 남의 일이 아니다

브런치에서 부동산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부동산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노동시장, 재테크, 그리고 생활비 등등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엄청나게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실 얼핏 보면 물가가 오르지 않고 정해진 선에서 살아가면 모두가 행복한 거 아니야? 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우리 입장에서도 올해는 연봉 좀 많이 오르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정해진 상황이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 리는 없다.


미국 통화량(광의통화 M2) 지표 변화


실제로 미국의 통화량을 보면 2차 대전 이후 세계가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로 돈을 계속 찍어서 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 통용되는 것으로, 인간사,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는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있어야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IMF에서도 건강한 인플레이션의 수치2%를 용인하고 있다.


이런 지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곰젤리 가격이 얼마인지 다시 보게 되겠지만, 분명히 지금보다는 올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곰젤리의 가격만 보고 불평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슬프지만 곰젤리 한 봉지가 3,000원쯤 되는 날, 우리의 소득은 얼마일지,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집값(내가 집이 있다는 가정하에), 서울 경기도 평균 집값, 심지어 교통비가 얼마인지 다시 돌아보고 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도 인플레이션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혈액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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