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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방랑자 Sep 02. 2016

#3. 동서양이 만나는 곳, 이스탄불

느리게 찍는 사진가의 포토에세이

세계를 주름잡은 유명한 제국들의 수도이자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고대의 도시. 묘하게도 가톨릭 문명 위에 이슬람이 덧입혀진, 특이한 도시이다. 수많은 국가들이 이 곳을 도읍으로 삼고자 했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위치와 환경이라는 의미였으리라.


최근 들어 쿠데타와 함께 과격단체의 크고 작은 테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매력적인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이스탄불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12월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결코 춥지만은 않았던 이스탄불의 거리를 다시 한번 추억해 본다.






이스탄불의 거리는 매우 깨끗하다. 아침부터 청소를 하고 가판대를 운영하는 아저씨는 이른 아침부터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의 이스탄불은 부지런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름 아침부터 청소를 하고, 손님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가게들. 그리고 잠시 후 깨끗해지는 도시는 예상했던 모습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술탄 아흐멧 모스크, 흔히들 블루 모스크라고 하는 이 모스크는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큰 위엄을 자랑한다.


아침이 오자마자 사진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술탄 아흐멧 광장.


이른 아침의 모습은 흡사 서유럽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시크하게 담배를 태우고 계신 어느 아저씨, 저 이후에 가볍게 씨익 웃어주신 게 포인트.
술탄 아흐멧 모스크 내 광장에서 찍은 모습. 무려 1616년에 지어진 모스크이지만, 상당히 관리가 잘 된 모습이다.


블루 모스크는 무려 1616년에 지어졌지만, 사실 성 소피아 성당(아야소피아라고도 함)에 비해서는 매우 늦은 편이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성 소피아 성당보다는 조금 낮은 평가를 받는데, 지어진 시기를 떠나 완성도 면에서만 봐도 역사적으로 둘다 뛰어난 건축물에 틀림이 없다.


오른쪽이 성 소피아 성당, 왼쪽이 블루 모스크의 내부이다. 비슷한 모습이지만 오른쪽의 성 소피아는 일부 위치에 회칠이 칠해져 있다. 나중에 이 회칠을 걷어내고 나니 다행히 각종 성화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터키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은 사람친화적이다 보니 옆에 사람이 있어도 제 할일을 열심히 한다.

아름다운 금각만을 더 아름답게 보여주는 갈라타 다리. 갈라타 타워가 말끔하게 보인다.


해가 질 때의 갈라타 지역은 매우 아름답다. 톱카프 궁전 쪽에서 바라본 모습.


갈라타 다리는 낚시(?)로도 유명하지만, 경치가 좋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터키의 노천 카페에서는 이렇게 한가로이 카페에서 신문을 읽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탁심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이스티그랄 거리의 빨간색 노스텔지아 트램을 만날 수 있다.


터키의 탁심 광장을 떠나, 다시 갈라타 성 쪽을 향해 내려오면 이스탄불의 명동이라고 볼 수 있는 이스티그랄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술탄 아흐멧 광장 근처와는 또 다른 현대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볼거리이다.


우리가 흔히 케밥이라고 알고 있는 그 케밥, 되네르 케밥이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정보일수도 있지만, 터키의 음식 문화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세계 3대 요리로도 알려져 있는 터키 요리는 케밥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이 있어 여행자들의 미각을 돋구기도 한다.


이스티그랄 거리는 뭔가 유럽의 번화가나 한국의 명동 같은 느낌도 나는데, 길거리 여기저기서 거리의 악사들이 버스킹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갈라타 타워에 올라가면 반대편 구역(Faith)을 볼 수 있다. 저 멀리 모스크들이 보인다.


힘들게 걸어서 갈라타 타워까지 도착 후,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본 이스탄불의 광경은 생각보다 흐린 모습이긴 했다. 원래 겨울의 유럽이 대부분 우기라는 건 감안해야 할 사실.






메블라비 세마 공연은 터키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이스탄불의 시르케지 역에서도 볼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볼려면 내륙의 콘야(Konya)를 가는 게 좋겠지만.
이집션 바자르는 중동, 터키스러운 상품들이 항상 늘어서 있다. 특히 향신료는 더더욱 유명.
가게 홍보좀 해달라고 기념 촬영도 해드렸다. 로쿰 한두개씩 서비스로 더 주신 건 덤.
터키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바클라바(baklava). 일종의 꿀에 절인 파이라고 볼 수 있는데, 먹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달콤함이 온 몸을 지배하는 느낌이다.
이스탄불의 두가지 바자르 중에 좀 더 터키스러운 모습을 원한다면 이집션 바자르를 추천한다.
시르케지를 지나가 예니 자미(Yeni Cami) 앞 광장에서는 종종 이런 시위가 벌어진다. 터키는 이슬람이 국교지만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예니 자미 앞의 광장에서는 이집션 바자르로 진입하는 사람, 쇼핑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갈라타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까지 해서 상당히 붐비는 편이다. 정부에 대한 쓴소리는 내는 시위대도 종종 있고, 관광객들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조금 옆의 선착장에 가면 우리가 흔히 아는 고등어 케밥(에크멕)을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은 팁.


뭔가 비둘기가 상징같지만 그냥 광장이 넓다보니 사람 뿐 아니라 비둘기까지 항상 모인다.
밤이 드디어 왔다. 성 소피아 성당 앞에는 형형색상의 빛을 내는 분수들이 물을 뿜어내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광경을 만끽한다.

이스탄불의 밤은 아름답다. 뉴욕, 런던과 같은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다른 재미가 있다면 종종 행사가 있고 관광지 근처에는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맛볼 수도 있다. 또한 유적지에는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분출되는 분수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세마 세레모니를 준비하는 세마젠들.


밤이 되자 메블라비 세마 세레모니를 보기 위해 시르케지 역으로 향했다. 가격은 약간 비싼 편이지만 나름 그 나라의 전통 문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 대략 이해가 갔다.


이스탄불 시르케지 역에서 볼 수 있는 메블라비 세마 세레모니, 한 30~1시간 정도이지만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메블라나 종파에서 유래된 세마 춤은 음악이 시작되면 순차적으로 한명씩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도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방에서는 이 종단의 구성원들을 ‘선회(旋回)하는 데르비쉬(탁발승)들’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들이 정신적 깨달음을 얻는 방법의 일부는 춤추는 것인데 이 춤은 피리와 북 소리에 맞춰 일라히스(Ilāhīs, 터키어로 된 쑤피 노래)라는 찬송을 부르는 것이다.


메블라나 종파의 발원지이기도 한 아나톨리아 내륙의 콘야(Konya)에 가면 더 큰 규모의 세레모니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혹시라도 궁금한 사람은 콘야를 방문해봐도 나쁘지 않다.




터키인으로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은, 이스탄불에서 살면서 많은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영감의 배경이 된 이스탄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이스탄불을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완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나도 이스탄불만 두번을 방문했지만, 늘 갈때마다 낯익은 듯 낯선 느낌이 드는 곳이고, 유럽 같지만 중동에 와있는 느낌인, 여러모로 중성적인 느낌을 얻곤 한다.


어쩌면, 동서양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복잡하고 폐허가 되었기 때문에 오르한 파묵 못지 않게 나도 이런 면에서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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