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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Mar 08. 2024

나의 늙은 개, 행복이 이야기

행복이와의 이별을 준비합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뉴스가 있다. 반려견을 잃은 아픔을 견디기 어려웠던 한 반려인이 복제견을 만들었다는.


뉴스는 화제가 되었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더욱더. 대체적으로, '심정은 이해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 독서토론을 할 때, AI 로봇이 화두가 되었다. 그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의 늙은 개 행복이의 복제견이 있다면? 늙지도 죽지도 아프지도 않은 반려견이 있다면? 나의 대답은 명확하게 'NO'다. 나는 저 반려인의 행동을 공감하기 어렵다. 복제견을 내가 사랑했던 개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은 누군가(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랑을 이야기할 때,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함께 한 시간이다. 함께 한 시간과 사랑의 크기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함께 한 시간만큼 수많은 추억들이 쌓이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는 12년 전 세상에 태어난 지 불과 2개월밖에 안 된 어린 행복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행복이와 3,000번 이상의 산책을 함께 했으며, 매일 밥을 챙겼고, 매일 같이 잠이 들었다.


대중소 삼남매와 함께하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

내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고통스러울 때도, 그저 그런 날에도 언제나 우리는 함께였다. 행복이를 떠올리면 머리 위의 스크린이 켜지며 떠오르는 장면이 참 많다. 아픈 행복이를 돌봐야 했던 시간도, 행복이 때문에 배꼽을 잡았던 시간도, 울고 웃고 지지고 볶았던 그 시간들이 모두 다 소중하다. 그 소중한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았고, 어쩌면 그 시간들과 추억은 우리 둘 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 해도, 이 지구별 어딘가에 에너지로 남아 있을 것이다.


행복이는 이제 흰머리가 희끗한 늙은개가 되어 매일 잠만 잔다

어느덧 올해로 열두 살, 이제 명확하게 늙은 개가 된 행복이는, 예전과는(젊을 때와는) 확연히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근 들어, 예전처럼 식탐을 부리지도 않고, 화장실도 유난히 자주 가고, 맨날 잠만 자고, 때론 간식 앞에서도 심드렁하다. 조금씩 달라지는 행복이를 보며, 행복이와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한다. 대형견의 평균수명은 10~12살이다. 내년부터는 평균이상을 살게 되는 행복이에게 이 지구별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동갑인데 싸이는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건강하기만 합니다

한 때 내가 죽는 것보다, 행복이가 죽는 것이 더 두려웠던 적이 있다. 확률상으로, 행복이를 남겨두고 내가 떠나는 것보다, 행복이가 나를 두고 떠날 확률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두려워했던 시간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대상과 이별 앞에 초연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만, 난 오늘도 행복이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오늘 이 별것 아닌 일상이, 언젠가 행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에, 소중하게 떠올릴 추억이 될 것이므로.


그날이 그날같아도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지는 우리의 일상

나의 늙은 개, 행복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에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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