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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an 25. 2024

느티나무 고을, 괴산의 청정 자연 속에서 겨울 여행하기

-100년 세월 전통 술 빚는 목도양조장과 괴산이야기





       

그곳에 들어서면 어딜 가나 느티나무가 맞는다. 충북 괴산의 옛 이름은 고구려와 신라, 조선시대를 이어오면서 괴양현에서 괴산(槐山)으로 불리어 왔다고 전한다. 괴산의 '槐(괴)' 자는 느티나무 또는 회화나무란 뜻이다. 느티나무가 무성한 땅이라는 괴산은 나무만으로도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오래된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는 충북 괴산의 겨울로 떠난다.      

        

괴산의 불정면 목도시장 쪽으로 가면 시장 옆으로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하는 목도양조장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다양한 술이 쉽게 회자되는 세상이다 보니 양조장 이야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100년 전통의 목도양조장은 현재 등록문화재이면서 지금껏 술을 빚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 양조장이 있지만 전통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은 이곳 괴산의 목도양조장과 진천 덕산 양조장, 강화의 금풍양조장이라고 한다.      


어릴 적의 마을 풍경처럼 시골 시장 사이로 양조장 건물이 소박하다. 나지막한 푸른 지붕의 양조장 건물과 자료홍보관이 길 양 옆으로 마주하고 있다. 1920년 일본인 스지모토준조가 최초의 공장을 창건, 그 후 괴산주조주식회사가 공장을 인수하고 목도공장을 중수하여 목도양조장으로 상호 변경한 후 현재 창업주 3세가 운영 중이다.             

목도양조장은 당시의 원형을 지금껏 유지하면서 양조장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술맛도 고유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는 자부심을 보여준다. 맛보라고 따라준 막걸리의 맛이 평소에 먹어본 막걸리의 맛과 어쩐지 다르다. 달지 않다.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그나마 막걸리의 달콤한 맛에 마시는데 살짝 맛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법하다. 막걸리 본연의 맛을 그대로를 유지하느라 감미의 추가가 없다는 말이다. 요즘 대부분의 막걸리가 단맛이 있는 편인데 목도양조장에서는 달지 않은 본래의 담백함과 쌉싸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막걸리 말고도 '느티'라는 괴산약주가 있었고 찹쌀동동주 또한 부드럽게 입안에 감긴다. 생각보다 맛이 강하지 않아서 한 모금씩 맛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목도양조장의 술이 입에 당긴다고 해서 종류별 권하는 대로 모두 시음해 보다가는 어느새 기분 좋게 취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전통주의 독특함을 한 모금씩 맛보는 재미를 도무지 피할 수 없기에 각오하고 맛볼 일이다. 참고로 전통주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발효가 진행되면 산미가 강해져서 냉장보관이 필수다.         


양조장 내부로 들어가 보면 술을 빚을 때 꼭 필요한 재료인 누룩을 배양하는 종국실이 있다. 옛 도구들을 볼 수 있는 민속실 옆으로 양조장의 가장 중요한 발효실의 옛 옹기 항아리에서는 특유의 깊은 향이 코끝을 스친다. 맞은편의 공간에서는 쌀을 씻어 고두밥을 찌고 식히는 중이었다. 식힘 장소답게 천정으로는 김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뚫려있다. 김이 풀풀 올라가면 마을 사람들은 술을 빚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뒤뜰로 나가니 생각보다 넓은 정원이 탁 트여 낮은 담 너머 바깥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양조장답게 일본식 정원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여러 채의 건물들 중의 한 채는 한때 직원 숙소로 쓰이던 건물로 10여 명의 직원들이 묵었다 하니 그 옛날 목도양조장의 영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정원 한 옆으로는 작은 텃밭과 술독이 마당을 채웠다. 저 혼자 흔들거리는 그네의자에서는 막걸리 한 잔 하면서 휴식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곳 마당에서 TV예능‘술꾼도시여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했다는 흔적이 보인다. 자료실 벽에는 불암양조장이라는 현판이 뉘어져 있는데 이 또한 드라마촬영 하면서 쓰이던 것으로 근래에 이제훈 배우 등이 드라마 수사반장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아마 봄쯤이면 방영된다는 귀띔이다.     

           

본채 맞은편의 창고 '느티'에서는 목도양조장의 변천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술 빚던 도구와 흔적들을 유물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남겨둔 낡은 방명록의 한 줄 글 또한 근대문화유산인 백 년 가게의 한 페이지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술이 익어가는 양조장 창 밖 저편으로 너울거리는 세월의 흐름을 본다. 살아 숨 쉬는 전통과 역사는 우리가 어떻게 보존하고 이어지는가에 따라 오늘의 모습이 된다. 그것을 양조장 구석의 한 줄 글이 말해준다. '세월의 흔적이 예술이 되다.'    

 

-목도양조장: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로 2길 10/목도리 302-1

-이용시간: 금, 토, 일요일 오전 9시~ 오후 6시까지         




■괴산 주변에 가 볼만한 곳

-산막이 옛길과 연하협구름다리

걷기 열풍 이후 청정한 산속 깊이 걸어 들어가는 옛 길이 관심을 얻고 있다. 옛사람들이 걷던 길 중에 괴산의 산막이 옛길은 천혜의 풍광이 함께 한다.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 마을에서 괴산호 서쪽을 따라 산막이 마을까지 이어진 약 10리 길이다. 산이 마치 장막처럼 둘러싸여 있다는 뜻으로 산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1957년 괴산댐 건설로 이 일대가 수몰되면서 계곡 주변의 산 중턱으로 복원된 옛길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산길을 걷고 또 걸어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 산을 넘어 배를 타고 나오는 코스가 인기다. 충청도 양반길을 따라 산과 구름다리, 소나무 동산의 삼림욕과 수변데크, 전망대, 시원하게 괴산댐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산막이 나루에 내리면 된다. 산막이 옛길을 걷다 보면 사과나무가 있고, 표고버섯 농장이 있고 그들의 푸근한 인심이 있다.    


선착장이 있는 연하협구름다리는 충청도 양반 길과 산막이 옛길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길이 167m의 현수교 형식의 출렁다리다. 다리 위에 서서 괴산호에 뿌려지는 햇살을 바라보아도 좋고 물거품 꼬리를 남기며 나아가는 유람선을 바라보는 망중한도 여유롭다. 흔들리는 다리 위의 스릴과 함께 손잡고 걷는 연인들도 이쁘고 괴산호를 둘러싼 산을 바라보며 계절의 정취를 누리는 상쾌함도 특별한 겨울이다.  


               


-청인약방과 돌탑정원 초원의 집

200년이 넘는 수령의 느티나무가 지켜주고 있는 칠성바위 솔밭거리의 청인약방은 괴산 사람들에게는 그리움 속 추억의 공간이다. 약방 옆으로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고인돌 군락지로 이어지는 시간여행의 장소다. 청인약방은 1958년 개업 이후 60년이 넘도록 운영되다가 약방보존의 소망으로 2020년 괴산군에 기부했고, 약방 주인이신 신종철 할아버지(92세)는 이 지역의 어르신이다. 약점-약포-약방의 변천사 속에서 주변 이웃과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와 근현대역사문화보존을 위한 마음으로 살아온 칠성면의 약방할아버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산막이 옛길에서 약 10분 거리의 마을 끄트머리 돌탑정원 초원의 집, 40여 년간 돌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쌓아서 만든 돌탑들이 정원을 이룬 곳. 넓은 정원에 이런 돌탑들이 제각각의 조형물이 되어 보여준다. 목조각을 하던 이재욱 선생은 돌이 주는 영원성의 매력에 끌려 모든 공간을 돌조형물로 채웠다. 미로처럼 돌숲을 따라가다 보면 무수한 돌탑은 물론이고 한반도 지도와 태극문양의 조형물이 기다린다. 정원 안쪽에선 독특한 공간인 기도와 휴식의 공간도 만난다. 입장료는 없다.     


     


-문광저수지와 소금랜드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가 온누리를 눈부시게 하던 문광저수지의 겨울이 한적하다. 잎을 떨군 은행나무 가로수의 긴 행렬과 고요한 저수지 위로 건너편 산이 반영을 이룬다. 낚시꾼들이 앉아있던 좌대도 비어있고 잔잔히 흔들리는 물 위로 겨울 볕이 내려앉았다.     

    

문광저수지와 함께 하는 바로 옆의 소금랜드와 소금문화관도 들러보자. 괴산은 일교차가 큰 지역적 특성으로 배추 자체가 맛있고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 덕분에 절임배추의 인기 또한 높다. 절임배추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염수를 재활용하는 염전체험장이 조성된 소금랜드는 이곳만의 특수한 환경으로 생겨났다. 소금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주변의 자연환경으로 가볼 만하다.



-괴산맛집

괴산에 가면 빠뜨릴 수 없는 올갱이국과 표고버섯 전이 있다. 올갱이국은 산막이 옛길 입구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괴산 시내의 할머니 맛식당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올갱이 해장국집이다. 그리고 괴산 대학 찰옥수수를 이용한 가성비 좋은 김우현 한정식도 괜찮다. 3일과 8일이 장날인 괴산전통시장의 줄 서는 집 ‘그냥치킨'도 누구나 들르는 맛집 중의 하나다. 







http://www.gnmirae.or.kr/board/boardview.gn?category=STORY&boardSq=675느티나무 고을 괴산의 정겨운 겨울 - 100년 전통 술 빚는 목도양조장과 그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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