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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Feb 27. 2024

겨울 끄트머리, 차분히 감성 충전의 하루

- 경기도 화성(華城)에서 당일치기 힐링의 시간






겨울의 끝자락이다. 언제까지 움츠리고 지낼 수 없다. 갑갑한 일상에서 잠깐씩 자신을 끄집어내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자동차를 달려 경기도 화성 쪽으로 냅다 달려보자. 우리가 어릴 적 뛰놀던 학교가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났고, 마음을 추스르거나 힐링이 필요할 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성지가 기다린다.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가 전통시장이나 로컬푸드점의 신선한 장보기도 즐겁다. 바닷가 옆으로 끝없이 이어진 방조제 길을 시원하게 달리고, 멋스러운 건축물과 어우러진 서해의 신비로운 일몰을 만날 수도 있다.  

-순수하고 따스한 울림, 창문아트센터

어릴 적 그렇게 넓어 보이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어른이 되어 찾아갔을 때 누구나 한 번씩 놀란다. 숨차게 뛰놀던 그 넓었던 운동장은 어디로 갔을까. 시간은 흘렀고 모든 게 달라졌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사람 사는 모습들도 변화무쌍하다. 무엇보다도 결혼이 늦춰지거나 저출산과 사회형태의 변화에 따른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학령인구의 감소와 폐교 문제로 이어졌다. 이제는 유년기의 추억이 담긴 학교가 사라지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폐교를 활용해서 다양하게 변신한 모습들을 본다.  

 

화성의 농촌마을 안에 자리 잡은 창문아트센터는 화성시 남양읍에 위치했다. 아주 오래전 창문초등학교였지만 이제는 폐교가 되어 학교 터를 활용한 창문아트센터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학교 정문을 향해 들어가는 길 양옆으로 논과 밭이 자연스럽다. 아직은 주변이 그다지 도시화된 편이 아니어서 그 옛날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따뜻했던 정경을 짐짓 떠올려 본다.     


교문 안으로 드니 의외로 운동장이 넓다. 오래전 초등학교라면 볼 수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반공 소년 이승복 어린이상, 책 읽는 소녀상이 추억을 소환한다. 고요한 운동장 저편으로 한두 명 사람이 오가는 것 빼고는 마치 방학을 맞은 듯 한적하다. 창문아트센터는 현재 교사와 건물을 이용해서 화가, 조각가, 설치작가 등의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 작업실로 이용하고 일부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농촌문화 체험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교실 안과 복도엔 작품들로 빼곡하다. 다채로운 작품 감상으로 즐거워진다. 작가들의 작품과 어린 예술가들의 체험작품들, 그리고 교실마다 각기 다른 교육공간들로 나뉘어 있다. 이곳에서 예술적 영혼을 풀어놓고 자유로운 감성을 펼치는 하루도 멋질 듯하다.   

     

교사 건물 동 옆으로는 Gallery Moon이라는 전시관이 따로 있다. 아담하고 아늑한 전시실 내부에 때마침 지역 작가들의 기획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꾸준히 전시되고 있어 아트센터를 방문하면 둘러볼 만한 공간이다. 



-차분한 사색으로 마음 챙김의 시간, 화성 요당리 성지

때로는 마음을 추스르고 힐링이 필요할 때가 있다. 화성 외곽으로 잠깐 나오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요당리 성지가 들판 멀리서도 보인다. 종교가 주는 힘인지 성지 안으로 다가가면서 금세 평온해진다. 기도의 광장 대형 십자가 아래 성인들의 묘지가 나란히 모셔져 있다. 성당을 배경으로 한  성모상이 온화하고 따뜻하다.  

  

요당리 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 시절에 형성된 교우촌이 있던 자리다. 기록에 따르면, 기해박해와 병인박해를 거치며 장주기(요셉) 성인, 장(토마스) 복자를 비롯한 이곳 출신의 신앙선조들이 하느님을 증거하며 순교했다. 교우촌과 신앙인들이 깊이 연계되어 활발하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파했다고 전하는데 서해바다의 뱃길이 열리던 지리적 특성이 잘 활용되었다고 추정한다.    


대성전은 규모가 크진 않아도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성전 앞 소나무 동산 옆으로 장주기 요셉 성인의 동상과 손 모양의 성전 봉헌 조형물이 보인다. 요당리 성지는 '장낙소' (張樂韶)로도 불리던 장주기 성인이 태어나 성장한 곳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한 신비로운 빛의 실내는 엄숙함이 느껴진다.   

 

기도의 광장 주변으로 길게 이어진 십자가의 길이 이곳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에 대한 묵상을 하며 걷는 길인데 반질반질하게 손길이 닿은 묵주가 올려진 길이 터널을 이루었다. 그 길에 쭈욱 이어진 조형물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고단한 여정을 보여준다. 한나절 요당리 성지에 머물며 신앙의 이해와 공부도 하는 유용한 시간이다. 차분히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된다. 



-3.1 운동 발상지 발안만세시장의 역사적 의미와 이국적인 즐거움

여행 중이라면 한 번쯤 지역의 시장도 들러보아야 제맛이다. 화성의 발안시장은 정확히 발안만세시장(發安萬歲市場)이라 불린다. 3.1 운동 발상지로 발안만세벽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역사적 전통적 의미를 지닌 발안만세시장이다. 5일과 10일에 오일장이 열리는 재래시장으로 자그마치 100여 년의 역사를 지녔다. 덕분에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화성발안만세시장에는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다.  

   

우선 바다가 가까이 있는 지역답게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비릿한 바다내음은 덤이다. 예로부터 들이 넓고 바다가 가까워 농산물과 수산물 모두 풍성하다. 특히 시장을 돌다 보면 외국인 상점들이 자주 보인다. 다문화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그들의 생필품이나 먹거리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발안시장이다. 시장통에 특이한 글자의 간판이 흔히 보이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오간다. 이제는 이곳을 화성의 이태원이라고도 한다니 이국적인 즐거움을 맛보려면 발안시장으로 가보란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듯하다. 봄이면 시장 옆의 발안천 벚꽃길이 눈부시다. 



-바다 위를 달리다. 화성방조제 

화성방조제(華城防潮堤)는 화성의 서신면과 우정읍 사이의 바닷길을 막아 방조제를 건설하고 담수호를 만들었다. 그 위로 길고 곧게 쭉 뻗은 도로가 펼쳐지는데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도로 양옆으로 화성호 호수와 서해안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이 구간으로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아서 자동차를 달리며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최적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도로 한쪽으로 자전거와 인라인 도로가 있어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씽씽 지나간다.    

 

달리는 길 중간의 몇 군데 공터에 차를 대고 바다와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겨우내 눈이 쌓이고 얼었던 호수는 녹아서 철새들이 유영 중이다. 습지 위를 무리 지어 헤엄치며 이동하다가 간간이 수십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훌쩍 떼 지어 나는 날갯짓을 바라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반대편 방조제 선착장엔 캠핑카들이 줄지어 있고 휴식을 누리는 이들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바다를 가로질러 뻗은 방조제의 한쪽 끝은 매향리이고 반대편 끝이 궁평리다. 



-궁평 해송군락지와 오솔(OSOL) 아트파빌리온의 노을

궁평항은 화성의 대표적인 명소다. 궁평낙조(宮坪落照)는 화성 8경 중 제4경으로 환상적인 노을을 보기 위해 주변 지역이나 수도권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궁평해변의 해송군락지는 총 700여 m의 거리로 숲과 바다를 둘러보며 걷기에 좋은 산책길이다. 해안가를 따라 1000여 그루 가득한 해송군락지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해안누리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솔숲을 천천히 걷다 보면 멋진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해안길을 따라 펼쳐진 해송군락지 사이에 궁평 오솔(OSOL) 아트파빌리온이라는 작품이다. 해송군락과 바다와 어우러진 궁평 오솔(OSOL)은 '2020 레드닷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환경디자인 본상과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한 작품이다. 안내판을 읽어보면, 궁평의 바다와 솔숲의 조화가 바람과 소나무 가지 사이로 속삭이는 사람과 자연의 대화를 연상시키며, 이 경관을 이루는 건축물이 평온, 영감 그리고 균형으로 가득한 시적인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고 전한다.

 

오솔 조형물과 솔숲과 바다가 함께 하는 일몰이 어우러지면서 온 누리가 신비함으로 가득 찬다. 조형물 지붕 위로 노을빛이 반사되고 바다는 순간 붉게 물든다. 노을과 멋스러운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붉은 기운이 또 다른 예술작품으로 나타난다. 오솔 아트파빌리온과 궁평항 해송군락지에 내린 장엄한 일몰의 벅찬 감동을 맛보는 순간이다. 




-밤이 내린 궁평항과 수산물직판장 

궁평 솔숲에 내린 노을을 보고 나와 밤을 맞은 궁평항을 돌아보자. 항구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이 노을 속에 고요히 잠겨있다. 건너편으로 궁평루 정자가 어둠 속에서 어렴풋하다. 항구 앞에는 왕새우튀김이나 어묵 등의 군것질거리를 파는 푸드트럭들의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수산물 직판장 안에서도 싱싱한 활어들과 수산물들을 사고팔고 여전히 바쁜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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