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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l 22. 2024

고갯길 넘으면 좋은 소식 있으려나, 문경

- 문화유산 옛길 따라 걸으며 여름 나기



 


덥다고 한들 산과 바다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옛날 문경은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험준한 고개인 문경새재가 있었다. 문경새재는 영남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고 과거길의 선비들이 주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새들도 쉬어 넘기 힘든 고개' 조령(鳥嶺)이라고 불리는 문경새재다. 


지금도 남아있는 옛길 주변의 숲길과 낮은 온도의 폐역 터널 안이 하루쯤 더위를 잠시 식히며 마음을 가라앉혀볼 만하다. 한여름 더위 속을 다니려면 에어컨 빵빵한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행이 최적이다.

-쉬엄쉬엄 걷기 좋은 문경새재 옛길
걸어가는 양옆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터널 숲을 이루고 있다. 한쪽에선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이 풍부한 수량으로 청량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아름드리 나무의 풍성한 그늘이 시원하다. 맨발 걷기 코스도 있어서 한 번쯤 가뿐하게 신발 벗고 걸어보는 경험도 좋다. 작지만 인공호수와 쉼터와 벤치가 있어서 걷다가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면 된다.  
 

백두대간의 남쪽 끝을 이루는 소백산맥의 흐름에 있는 문경새재는 길 중의 길이다. 옛 모습을 떠올리면서 오늘을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움이 두 배다. 옛길을 따라 산길을 오르고 계곡의 시원함도 누린다. 곳곳에 유적과 함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서려 있다. 아이와 어른 누구라도 계절 상관없이 어렵지 않게 들러볼 수 있는 선비문화의 공간이다. 우리의 오래전 이야기가 전해지는 문경새재 옛길에서 여름을 만난다.




-산성길 따라 걸으며 여름 나기, 진남교반과 고모산성
진남교반에서 솔숲을 지나 문경오미자테마터널과 고모산성으로 가는 길이 곧바로 이어진다. 그뿐 아니라 옛길 1번지 답게 명승으로 지정된 토끼비리 옛길을 보게 된다. 한양 천리를 오가는 길손들을 위한 주막과 길 위의 안녕을 비는 서낭당도 그대로 남아있다. 
 
 

토끼비리 산길은 옛날에 왕건이 견훤과 일전을 앞두고 이곳에 왔다가 길을 잃었는데, 토끼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절벽을 따라 낸 벼랑길이다.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은 옛날 석탄을 실어 나르던 문경 철로를 활용한 터널공원이다. 


지역의 특산물관 오미자 술과 각종 오미자 제품, 그리고 빛을 주제로 한 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다. 터널 안의 평균온도가 15도 안팎이어서 서늘하다. 참고로 부근에 문경의 이름난 술도가 오미나라 와이너리도 있다.
 


터널을 나와 등산로를 따라 고모산성을 오르는 길은 10여 분 정도의 거리다. 오르는 길에 고모산성과 영남대로 옛길 방향 표지판이 안내한다. 곧바로 산속에 고모산성이 숨겨져 있듯 나타난다. 산길이 가파른 편은 아니지만 혹시 걷는 게 불편할 경우엔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고모산성을 검색하면 산성 뒷길 주차장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성 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늑하면서도 시원하다. 1.6km의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진남교반이 내려다보이고 저편으로는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일상의 피로와 더위를 날리는 순간이다. 산성의 시원한 바람을 쐬다가 토기비리 옛길로 이어서 걷기도 하는데 이제는 토끼보다는 다람쥐를 자주 볼 수 있다.  



-문경 구 불정역사 (聞慶 舊 佛井驛舍)

진남교반에서 3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는 불정폐역(佛井廢驛)이 고즈넉하다. 2007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한적하기만 하다. 1954년에 보통 역으로 영업을 개시했고 1990년대에 영업이 중단되었다.


40여 년간 석탄 수송과 여객 업무를 맡아왔었는데 폐역이 된 지금은 오가는 이 적고 자전거 라이더들의 인증센터로 이용 중이다. 


역사(驛舍) 외벽은 인근 영 강변의 강돌을 석재로 이용해서 독특하면서도 정감 어린 외관을 보여준다. 이따금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고도 한다. 벽면에 5월 날짜가 찍힌 문경 아라리오 인형극장 개관 7주년 기념 음악회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보니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듯하다.


지금은 시골 역의 낭만적인 정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사진 찍기와 철로길 주변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주변이 온통 하늘과 깊은 산과 계곡으로만 이루어진 자연 속에 푹 파묻힌 풍경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뒤뜰 선로 위엔 잡초가 수북하고 햇볕 아래 금계국이 노랗게 피어나 감성을 돋운다. 5분 거리에 폐역 피암터널이 있는데 레트로 느낌과 함께 자연 빛이 비칠 때면 신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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