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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Sep 23. 2024

숲과 바다를 품은 힐링로드, 안면도

-가을을 기다리며 섬 여행





해안선을 따라 해수욕장을 품은 바다가 이어진다. 울창한 방풍림은 그늘을 주고 쉼을 만들어 준다. 한 겨울엔 세찬 바람을 걸러주고 무더운 여름엔 휴식을 위한 발걸음들이 몰려든다. 소나무 숲 깊은 곳에 들면 솔향 가득한 휴양림이 자리 잡았고 곳곳의 수목원은 계절마다 빛난다. 솔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섬, 언제 가보아도 북적거림 없이 여유롭다. 어느 지역에서 출발해도 그리 멀지 않은 편이어서 나서기도 쉽다. 뜨거운 여름 한철이 지나가는 즈음 느긋하게 안면도의 숲과 해변을 돌아본다.

-솔향 뿜어내는 안면도 수목원과 자연휴양림
푸르른 여름나무는 어딜 가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숲을 이룬 곳엔 짙은 그늘이 내려 서늘하고 푸른 잎 사이로 뚫고 쏟아지는 햇빛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안면도 수목원은 명품소나무 '안면송' 숲으로 유명하다. 고려 시대부터 특별 관리해 온 귀한 소나무 안면송은 목재의 질이 특출해서 조선시대 왕실의 건축이나 가구의 재료로 쓰여 왔다고 전한다. 


 바다가 둘러싼 안면도는 알고 보면 운치 있는 멋진 숲도 함께 한다. 안면도 수목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우선 알싸한 숲향기에 이끌린다. 탐방로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걷노라면 숲 속에 포옥 안긴 듯 파묻힌 느낌을 준다. 세상 어느 것도 거리낄 것 없이 오로지 숲 속에 잠겨버린다. 


꽃나무를 비롯해서 유실수와 단풍류의 나무들이 식재되어 계절마다 나무의 변화를 골고루 보게 된다. 봄날에는 흩날리는 꽃잎으로 꽃비를 경험하고 가을 단풍은 환상이다. 걷다 보면 숲길마다 테마별 즐거움도 준다. 한국전통정원, 상록수원, 안면에 자생하는 수목들로 꽉 찬 자생수원과 생태습지원 등으로 제각각 자연 속의 신비를 맛보게 된다.   



-안면도 수목원과 마주한 자연휴양림 

역시 소나무 숲으로 울창하다. 안면읍 방포마을 벌판을 지나 나타나는 송림 둔덕의 숲이다.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이다. 휴양림 숲 속에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래된 나무숲 아래 벤치에선 오로지 휴식을 위한 이들이 한없이 앉아서 쉼을 누린다. 기다란 데크에 들기 전에 산림전시관의 목재와 산림의 효용가치 등에 대한 전시를 둘러보면 좋다. 숲 속의 집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운영하는 산림휴양통합플랫폼 '숲나들e'에서 예약하면 된다.   

 
휴양림 일부 구간은 무장애 산책로가 조성되어 숲 속을 편안하게 걷는다. 하늘로 쭉쭉 뻗은 키 큰 소나무 허리춤의 높이로 조성된 스카이워크가 인상적이다. 전체구간을 걷는다면 걷기에 따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숲 속 가득한 소나무 사이의 산책로가 모든 이들에게 편리를 제공한다.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을 태운 휠체어나 어린아이가 탄 유모차도 지나간다. 누구나 함께 누리는 숲이다.    



-꽃지라는 예쁜 이름으로

크기가 각기 다른 두 개의 바위섬이 노을 속에 잠겨있는 풍광으로 많이 알려진 꽃지해변이다. 해안을 따라 해당화가 만발해 ‘꽃 피는 땅’이라는 뜻의 ‘화지(花地)’라 불렸다는 지금의 예쁜 이름, 꽃지는 일몰 포인트다. 


물이 빠지면 바닷길을 걸어서 할배바위와 할매바위를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이 또한 꽃지해변의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기지를 둔 안면도에 부부금슬이 좋았던 기지사령관이 출정에서 돌아오지 않자 바다만 바라보던 아내가 죽어서 할매바위가 되었고, 남편은 할배바위가 되어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으로 전설을 지닌 채 여전히 꽃지해변에 서 있다.  



-언덕배기 소나무 그림자, 운여해변

꽃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는 운여해변 역시 멋스러운 노을 속에 비췬 반영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특히 요즘 늘어나는 캠핑 마니아들이 소나무가 줄지어선 방파제를 바라보며 자리 잡고 있는 풍경 또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앞바다가 넓게 트여 파도가 높고,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포말이 장대하여 마치 구름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 운여(雲礖) 해변은 솔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언덕배기에 줄지어선 소나무가 모래밭에 물이 들어오면 바닷물에 어린 소나무 그림자가 마음까지 아릿하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태안 남부권의 新 랜드마크, 영목항
기왕 예까지 왔으니 영목항에도 들러볼 일이다. 바닷길 돌아 돌아 힐링로드를 달린다. 태안의 최남단인 고남리에 세워진 영목항 전망대는 지난해에 준공되어 웅장함을 드러냈다. 영목항 전망대는 51.26m 높이의 22층 전망타워를 비롯해 특산물 판매장과 휴게음식점 등의 시설을 갖추었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붉은색 곡선의 전망대는 태안 해안에서 자생하는 해당화 꽃잎을 형상화했다고 전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다. 360도 탁 트인 파노라마 전망의 푸른 하늘과 바다가 전부다. 영목항과 원산안면대교가 길게 이어지고 바다에 떠있는 섬들과 해안마을의 푸른 지붕들이 평화롭다. 전망대 아래 해안을 따라 산책길은 바닷바람 맞으며 마실 하기 참 좋다. 항구로 파도가 밀려오고 갈매기가 나는 영목항의 바다풍경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건 힐링을 불러온다.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전망대는 화려한 변신을 한다. 



-호젓한 환상의 섬 원산도와 해저터널
원산해수욕장은 숨겨진 듯 자리 잡고 있어서 다가가면서 금방 느껴지는 자연미에 마음을 빼앗긴다. 원산도는 보령시에 속한 섬인데 충남에서는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보령과 태안을 잇는 원산안면대교가 개통되면서 찾아가기 쉬워지긴 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예전과 다름없이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바다 쪽으로 걸어 방풍림 너머로 건너가면 한적한 바닷가를 거니는 이들의 유유자적함이 눈에 들어온다. 원산도는 구릉이 많고 산이 높으며 뫼 산(山) 자 모양을 닮아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안면도 영목항과는 4㎞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바다가 조용하고 아름다워 오랫동안 서성이게 된다. 


돌아올 때는 2021년 완공된 국내 최장의 보령해저터널을 통해서 달려보자. 소요시간도 단축되고 터널 천장의 바닷속 고래가 유영하고, 서해의 노을이 펼쳐지는 풍경을 담은 미디어 파사드 조명을 즐기는 시간이 된다. 



-제철수산물이 가득가득 안면도는 꽃지해변 인근의 꽃지해물칼국수를 비롯해서 안면도산 바지락을 이용한 깊고 시원한 맛의 해물칼국수집이 즐비하다. 안면도의 간장게장, 게국지, 붕장어볶음, 꽃게탕 등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맛집들이 기다린다. 특히 안면도 수산시장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들러서 제철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기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왕알새우튀김이나 미니 게 튀김도 먹는 재미가 있다. 즐거운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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