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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가을하늘 아래 문화 산책

-사진 예술과 레트로 감성의 힐링

by 리즈






-사진 예술과 레트로 감성의 힐링

하늘이 높아졌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우리 곁에 가을이 왔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결이 풍요로운 계절을 예감하게 한다. 가을이 풍성한 이유는 가을꽃이 정취를 뿜어내고 다채로운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 감성의 활동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예술의 세계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가득 향유하고 있는 서울에 다양한 박물관과 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봄날에 또 다른 예술공간이 생겼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다양한 예술 장르 중에서 사진 매체의 기록성과 창조성을 위한 교류 활동과 소통하는 사진 특화 미술관이다.

언제부터인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이후 누구라도 사진 찍는 일이 어렵지 않은 게 되었다. 그로 인한 사진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너도나도 사진작가인 듯 사진 촬영의 수준도 높아졌다. 더구나 인터넷의 발달로 즉석에서 사진을 확인하고 주고받는 건 당연한 세상이다. 이제는 사진 전문 전시관도 생겨나 사진의 예술성과 깊이 있는 해석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서울의 도봉구 마들로(창동)에 자리 잡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찾아가기 좋다. 지하철 창동역 1번 출구로 나가면 전시관으로 이어지고 자동차로도 진입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술 작품에 다가가기 쉽도록 마련된 전시장에서 즐기는 하루를 만나보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앞에 서면 우선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건물 전면이 선으로 뒤덮인 디자인의 외관은 카메라 렌즈와 셔터가 여닫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국제 공모에서 선정된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라된 야드리치와 윤근주 한국 건축가의 협업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10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거쳐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 되었다. 일반적인 건축물에 비해 꽤 역동적인 느낌이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이처럼 멋진 건물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출입구를 통해 전시관에 발을 들이면 나타나는 로비에서 전시 관련 정보를 확인한다. 독특한 형태의 내부와 높은 천장이 시원하다. 기다란 로비를 따라가다 보면 우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화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예술적 감각이 물씬한 공간답게 자유로운 디자인의 설계에 볼거리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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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2개의 전시실과 영상실이 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스토리지 스토리(Storage Story)는 2025.05.29.~2025.10.12일까지 전시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건립을 기념하며 여는 개관 특별전이다. 전시 프로그램은 시일이 지나면 달라진다. 스토리지 스토리는 미술관이 있는 창동(倉洞)의 지명에서 시작한다. 그 옛날 곡식을 저장하던 ‘창고 창(倉)’의 의미가 작품을 저장하는 수장고의 기능으로 해석한다. 아울러 기억의 창고이자 기억의 생성으로 구성되는 장소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런 연관성으로 작품은 살아있는 서사를 풀어낸 셈이다. 낡은 풍경의 흑백사진 속에 담긴 오래전 기억 속의 모습들이 향수를 자아낸다. 시대별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간은 늘 아련하다. 알쏭달쏭하거나 해석이 필요한 난해한 작품들 앞에 서서 머리 아플 일은 없다. 기억의 저장고 속에 있던 이야기들이 사진으로 재사유 되어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이것이 사진이 주는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닐지 생각된다.



'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 전시가 진행되는 3층도 역시 사진예술의 범위에 포함된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국의 사진예술이 걸어온 여정을 살펴본다고 할 수 있다. 인화지 중심의 흑백 작업부터 다양한 작품들이 풍성하다. 한국인 정서의 작품이거나 추상적인 기법의 작품이 한국 한국적 정서와 어우러지는 사진 등이 차분히 이어진다. 까만 벽에 걸린 사진들이 시야에 쏙쏙 들어온다. 사진을 좋아하거나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전시장에 와서 또 다른 중요한 시간을 만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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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엔 사진 전문도서관인 포토 라이브러리에서 사진 전반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서와 자료를 제공하고 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각종 강좌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실과, 전문 미술관의 특징을 살린 암실도 있었다.



전시장에는 혼자 조용히 걸으며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연인이거나 부부 중심의 커플들이 관람하는 모습도 제법 눈에 띈다. 한낮에 사진예술에 심취한 사람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기분도 특별하다. 참고로 전시 유형별 도슨트 투어 진행도 있으니 공식 홈페이지 참고는 필수. 여유로운 관람 후에 잠시 쉴만한 조용한 카페가 1층에 있다. 사진 전시관 옆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있고 맞은 편으로는 씨드큐브도 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들러보면 좋을 듯하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주소 : 서울특별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창동)/(02) 2124-7600
♤운영시간/ (화~금요일) 10:00~20:00(입장 마감 19:00)
(주말·공휴일)
하절기 (3월~10월) 10:00~19:00(입장 마감 18:00)
동절기 (11월~2월) 10:00~18:00(입장 마감 17: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정기 휴관
♤관람료 : 무료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유료)




-녹슨 철길 위로 시간여행, 화랑대 폐역
옛 경춘선 노선 중에서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인 화랑대역이 노원구 공릉동에 소재한다. 1991년 태릉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나 훗날 육군사관학교에서 따온 화랑대가 정식 역명이 되었다. 서울과 춘천 간을 잇던 간이역이 폐역의 운명을 맞이하고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이제는 테마공원으로 거듭났다.



화랑대역에서 나와 육군사관학교 방향으로 옛 화랑대역과 철도 공원이 맞는다. 초반에 태릉 정류소였다가 육군사관학교가 바로 옆에 있다보니 화랑대역으로 변경되었다. 그 후 서울여대 캠퍼스가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오가는 통학 역이 되었다. 지금도 역사의 모양은 오래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이를 박공지붕이라고 한다. 비대칭의 삼각형 지붕 구조가 희소성을 지녔다는 평가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그 지붕 아래 화랑대역이라는 약간의 빛바랜 글씨가 보인다.

삼각형을 이루는 푸른빛을 내는 지붕 아래 화랑대역이라는 약간의 빛바랜 글씨가 보인다. 구화랑대 역사는 전시관으로 조성되어 있다. 전시관 안에서 구화랑대 역의 설명과 전시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화랑대역 박물관에 전시된 철도 유물들이 옛 생각을 불러오게 한다. 창구에 쓰인 말대로 '젊음의 열기와 낭만이 가득한 경춘선 시간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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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공원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레트로 감성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된다. 비록 폐선이 되었지만 선로는 그대로 남아있고 경춘선 숲길 공원은 산책하거나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으로 관리되어 있다. 화랑대역 철도 공원과 경춘선 숲길 공원을 동시에 이용할 뿐 아니라 기차와 같은 교통시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휴식 장소로도 더없이 좋을 듯하다. 대한제국 최초의 노면전차 모형도나 트램도서관, 카페 등으로 철도 공원에서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한다. 간이역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볼거리 놀거리를 좀 더 보완하는 식으로 시민들을 배려했다. 이제 한낮이 지나고 일몰 무렵이면 노원불빛정원으로 탈바꿈한다. 기차역이나 불빛 터널의 화려한 조명과 영상으로 마법과도 같은 세상을 만난다. 낮에는 철도 공원이고 밤에는 불빛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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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힐링, 초안산수국동산 산책
지난해 봄에 개장한 서울 노원구의 초안산수국동산은 어느덧 힐링 명소가 되었다. 초안산은 사적 440호 조선시대 분묘군이 있는 곳으로 내시 묘 등 다양한 계층의 무덤이 남아있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쓰레기와 불법 경작 등으로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말끔하게 단장되어 이 지역의 사계절 정원으로 변모했다.


공원 이름처럼 여름과 가을 사이의 수국이 아름다운 공원이다. 이제 수국은 이미 철이 지나 대부분 지고 더러 남아있는 수국이 군데군데 보인다. 공원은 꽃이 주는 힐링뿐 아니라 폭포와 생태연못을 돌아보는 동선을 비롯한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다. 숲속 힐링 피크닉장이나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야간의 조명 시설로 밤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산책과 황톳길 맨발 체험의 즐거움이 있어서 아이와 어른 모두 만족하는 공간이다. 도심 속 자연 속에서 감성 충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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