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통역사 김윤정 Sep 21. 2021

[5180] 삶이 내 생각과 다르다는 축복

우연히 발견한 하늘


#5180프로젝트

#나에게달달한정

#달밤지기가달밤러에게보내는사랑노래

#오분이상보라방송

추석이라 동생 집에 엄마 보러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중요한 걸 잃어버려 되돌아가 엘리베이터에서 찾았습니다. 방송 30분 지각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낮에 백신 맞은 5일차 휴식을 취하다 좋은 걸 발견했어요. 이 집에 2년 넘게 살았는데 요즘에야 제방 창에서 보는 풍경이 제법 아니 상당히 멋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요즘처럼 하늘이 예쁠 땐 그 예쁜 하늘이 고스란히 창에 담깁니다. 이사 가는 집에 비 오는 날 집을 보러 가서 뷰가 어떨지는 사실 모릅니다... 만 왠지 이사 가면 이 집 창에서 보는 하늘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창에서 보이는 하늘이 예쁜 건 알았는데 제 침대에서 장롱과 침대가 만나는 구석(?) 자리에 기대어 앉으면 하늘이 정통으로 보인다는 건 오늘 우연히 발견했어요.

저는 구석자리를 좋아하거든요. 침대 구석자리에 기대어 앉아 오른쪽엔 까미가 제게 기대어 누워있고 침대 옆에 커피 한 잔을 두고 좋아하는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였습니다. 아이폰엔 다 담기지 않는 그 풍경을 오래오래 바라보다 제가 바라는 서재의 모습이 딱 이거구나 느꼈습니다.

큰 책상이나 편안한 의자도 있으면 좋겠지만 저는 지금처럼 큰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 잠이 오면 자다, 깨자마자 다시 책 보고 글 쓰고 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풍경은 해돋이보다 노을이 지면 금상첨화입니다.

지난 겨울에 제주에서 일주일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 여파로 항공권과 렌트 숙소 비용이 무척 저렴한 때라 제주 한화콘도에서 숙박을 했지요. 사람이 적어 뷰가 멋진 방을 배정받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침대에 누워 하늘과 산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 데도 안 나가고 침대에만 있었어요. (아침저녁으로 달리기는 할 때여서 매일 5km는 달렸습니다) 침대에서 눈뜨면 요가하고 사가지고 간 과일이랑 건강식도 먹고, 책 읽다가 잠들고 자다가 일어나서 줌으로 수업도 하고... 이런집에 살고싶다 생각했어요.

그 후 변산 숙소에서 본 일몰은 정말이지 감동이었습니다. 늦게 도착해서 일몰을 못 보겠구나 했는데 제가 배정된 숙소에 들어간 순간 해지는 광경이 창으로 오롯이 보여서 너무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저는 코로나19와 함께 집콕하는 일 년을 잘 보내고는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우울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슬퍼서인지 제 삶의 운이 다 했다 생각하며 좌절했습니다. 제주에서의 일주일과 변산 여행은 제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제는 하늘이 나에게 좋은 걸 주는 축복이 다 했다고 단정 지었을 때, 제 생각과 삶은 다르다는 걸 알려준 시간이었습니다. 삶이 제 생각과 다르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뒤돌아보니 그날의 감동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제 삶에는 더 좋은 것들이 계속 올 거라는 걸 하루하루 경험하며 살아가도록 그날의 제가 용기를 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도움을 청했거든요. 참 잘했다 싶어요.

기대하지 않은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제 짧은 생각과 다른 삶의 축복에 감사합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일몰을 매일 볼 수 있는 집으로 이사 가겠죠?


https://www.instagram.com/p/CUFhP5xpUpj/#생각 #일몰 #퀘렌시아 #나의이상적서재


매거진의 이전글 [5180] 삶의 기적을 헤아려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