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다가왔고, 사회 전반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비대면 환경에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심도있는 고민이 거듭되고 있다. 출판산업과 직결된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공교육에서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진행했고, 요일별 교차 등교와 함께 원격 강의로 수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 환경의 변화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에듀테크(Edutech)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고 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것이다. 말 그대로 교육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과거 에듀테크는 핀테크(Fintech), 공유경제 등과 함께 미래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사업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방식을 이러닝(E-Learning)이라고 부르는데 기존 오프라인 강의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구현한 인터넷 강의를 의미한다. 반면에 에듀테크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의 기술을 통해 학습자가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에듀테크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서비스, 게임 기반 학습, 외국어 교육, 코딩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교육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의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로 2018년 2.6%에서 4.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에듀테크 산업은 연평균 12%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3,42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주로 미국, 중국, 영국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이 주류로 형성되어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원격수업이 실시되면서 공교육에서의 에듀테크 도입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에듀테크 산업 시장은 2018년 3조 8,450억 원에서 2019년 3조 9,515억 원으로 성장하면서 2.8%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교육 시장 성장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열, 뛰어난 기술 경쟁력 및 사업 추진 속도 등을 감안하면, 한국의 에듀테크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20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학교를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를 대체할 교육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교육과 청소년문학 등 관련 도서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우선 초등학습과 중고학습 분야의 판매가 전년대비 각각 31.0%, 24.2%로 신장했다. 아동 분야와 가정생활 분야 내 자녀교육서는 각각 6.4%와 11.4%로 증가해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가 아이들을 양육할 방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내 도서판매 흐름은 2021년 상반기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 공교육과 사교육 시장에 필수 요건으로 자리하고 있다.
각급 교육 과정과 학원 시장에서 교과서와 교재 등의 출판물은 필수 자원이며, 가장 효율적인 매체로 오랫동안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종이 포맷 중심에서 전자출판 제작 기술이 결합되면서 교육용 디지털 콘텐츠와 플랫폼 구축이 쉬워졌다. 각종 디지털 교과서와 교재를 통한 수업과 학습 평가 시스템은 정부의 디지털 교과서 추진 정책과 함께 에듀테크 기업들의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민관 협력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교육과 기술의 접목은 시대적 트렌드
최근 국내 교육 기업들의 에듀테크 사업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대면 학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녀들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각종 비대면 플랫폼 교육 상품과 프로그램에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내 교육 출판사와 학습지 회사들의 에듀테크 사업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천재교육은 2015년 업계 최초로 에듀테크센터를 세웠고, 30여 곳의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인공지능 기반 진단평가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밀크T’는 지난 3월 기준 14만 7,0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교원그룹은 올해 에듀테크에 33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으로, 연내 개인 맞춤형 학습 진단·관리 솔루션 ‘AI 튜터’의 출시를 통해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수업 진행 및 학습 관리 등 인공지능 기반의 학습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웅진씽크빅은 2019년 11월 출시한 태블릿PC 기반 종합 학습지 ‘스마트올’의 회원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1만 명을 돌파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학생의 학습 성과·이해도를 분석해서 학습 레벨과 진도를 매일 편성하고 최적화된 학습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대교그룹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내신관리가 가능한 AI 학습 브랜드 ‘써밋’을 통해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상교육은 자체 개발한 에듀테크 플랫폼 ‘올비아(AllviA)’에 초등 수학 콘텐츠를 결합한 ‘매스 얼라이브(Math Alive)’를 베트남 교육 기업에 공급했다. 청담러닝은 비주얼캠프와 함께 시선추적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화상교육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강사가 다수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관리하기 힘든 점을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에듀테크가 공교육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플랫폼 구축 기술과 운영 역량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들이 에듀테크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KT는 5월 아이스크림에듀와 공동 개발한 교육 전용 애플리케이션 ‘올레 tv 홈스쿨 X AI홈런’ 출시를 발표했다. 올레 tv 홈스쿨은 아이스크림에듀 초등생 대상 홈스쿨 서비스 AI홈런 핵심 콘텐츠와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AI 학습관리 서비스, 무선 키보드와 터치펜을 활용한 양방향 학습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5월 서울특별시교육청 등과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웨일 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whale space for education)’을 제공하기로 했다. 웨일 스페이스는 네이버에서 개발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선생님과 학생은 웨일 브라우저에 교육청 통합계정으로 접속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은 수업 목적에 맞춰 다양한 에듀테크 서비스를 연동하고, 학생은 선생님과 동일한 수업 환경에 접속해서 맞춤형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NHN은 2017년 국내 전체 학부모의 3분의 2가 사용하는 걸로 알려진 국민알림장 애플리케이션 ‘아이엠스쿨’을 인수했고, 올해 AI가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진단·평가하는 엔셋(NSAT)을 정식 런칭했다. 오는 7월에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감독관이 도입된 학력 경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월 영어회화 전문 에듀테크 기업 야나두를 카카오키즈와 합병하면서 성인 에듀테크 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다. ‘야나두 오디오 영어’ 프로그램은 랜선 해외여행, 패턴 말하기 영어, 스토리로 채우는 실제상황 영어, 원서읽기, AI 음성 트레이닝 기능을 통해 직접 말해보고 발음 교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에듀테크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기반이 확보되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플랫폼 코세라(Coursera)가 미국 나스닥(NASDAQ)에 데뷔했다. 코세라는 세계적 인공지능 학자이자 스탠포드대 교수였던 앤드루 응(Andrew NG)과 다프네 콜러(Daphne Koller)가 2012년 창업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두 사람이 스탠포드대에서 운영한 온라인 교육 과정이 회사 설립의 기반이 되었고,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들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유료 온라인 학위 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코세라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총 5억2000만 달러를 조달했고, 상장 당일 주가는 36%나 급상승하면서 총 43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코세라 상장은 에듀테크 기업들에 주요 이정표로 여겨진다. 코세라와 유사한 유데미(Udemy), 유다시티(Udacity) 등 온라인 교육 플랫폼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기업공개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듀테크와 출판계의 연결 방향
종합해보면, 에듀테크 시장과 연계해서 출판계가 고민해야 할 당면 과제는 디지털 교과서와 교재 개발, 플랫폼 구축과 운영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초등 사회·과학·수학 서책 및 디지털 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 체제로 전환하고,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을 위한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도 만들어진다. 더불어, 학습 동영상 활용,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을 이용한 현장 견학 등 디지털 교수·학습 콘텐츠를 활용한 교과수업과 자유학년, 고교 진로집중과정 등 체험 활동 중심의 수업을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실시한다.
디지털 출판 콘텐츠 분야를 대표하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업자들도 에듀테크와 협력 가능한 모델이 많다. 종이로 만든 교재의 제작과 유통 단계에 비해, 저렴하거나 실시간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과 텍스트와 오디오, 텍스트와 비디오의 융·복합을 통해 차별화된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교재가 포함된 에듀테크는 지역과 경제적 차이 등으로 인한 교육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해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수준에 맞는 도서 추천을 통해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시장은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된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천재교육이 초·중·고등학생과 학부모 3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오프라인 등교 관련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52.8%가 온라인 등교를 희망했다. 46.3%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교를 병행하길 원한다고 답했고, 온라인 등교만 희망한다는 응답은 6.5%였다. 오프라인 등교만 하고 싶다는 이들은 47.2%였다.
그러면, 교육 환경의 변화에 대한 출판계의 전략적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교육·학습분야의 중소형 출판사는 에듀테크에 최적화된 출판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면 신규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대형 출판사는 자체 또는 전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회원 기반의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서점은 에듀테크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회원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기존 출판계에도 에듀테크는 신성장 동력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올 사회의 디지털화를 이야기하면서 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화를 빼 놓을 수 없다. 교육 현장의 디지털화는 학생들이 사회 생활을 위한 디지털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를 위해 학교는 앞으로 학생들이 성인으로 살아가야 할 디지털화된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성인 대상의 각종 재교육 프로그램에도 디지털화와 기술 발전은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에듀테크에도 명암은 존재한다. 교육의 목적과 내용, 활용 관점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에듀테크의 장점은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수행해야 뜻하는 목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동기가 높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제대로 만들어진 학습 콘텐츠가 부족할 경우, 하드웨어 중심의 에듀테크의 효과는 단순히 호기심만 충족하는데 그칠 수도 있다. 자전거의 앞뒤 두 바퀴처럼 소프트웨어(콘텐츠)와 하드웨어(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구축되고, 이를 운영하는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체계적이며 상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교육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교육의 중심이 사람인 건 변함없다. 따라서, 에듀테크 지향점도 학습자가 비판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