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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향 Sep 20. 2016

평생 남을 외국인 친구 사귀기 1

관계의 시작





호주에 있는 동안에도, 귀국해서도 사람들 만나서 종종 들었던 말.
"어떻게 그렇게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어?"

 10개월 워홀,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박장대소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면서 지난 간의 고민을 나눈 친구들이 꽤 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 몇 가지만 스스로 실천한다면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로 시간문제!


                                         



먼저 다가가는 용기


 어떤 일을 하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용기 있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그냥 지나치겠지만 아무에게나, 그것도 외국어로 무작정 말을 걸기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닐 테다. 하지만! 원하는 바가 있다면 쟁취하기 위해 움직이면 된다.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저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기만을 바라지 말자. 막연하게 '아주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시도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번 용기를 내다보면, "내가 말을 걸어보고 싶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하는 호기심에 다가가기 전부터 너무나 익사이팅할 것이다!

 무작정 다가가서 처음 만난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솔직히 정말. 아무 말이나 하면 된다. 요즘 현대인들은 다가가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무표정으로 자기 갈 길을 가고 자기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말을 걸면 그 표정이 매우 빠르게 바뀜과 동시에 당신의 말에 기꺼이 귀 기울여 줄 것이다. 처음 만나서 할 수 있는 말을 예로 들어보겠다.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네요.'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구리면 구린 대로. 날씨 이야기를 한 번 해주고, 본인 자기소개를 하고 '넌 이름이 모니?'하고 이름을 물어보는 게 가장 무난하다. 자기소개라고 해서 Let me introduce myself 이러지 말고 그냥 이름이 뭐고, 여기서 뭐 하는지만 얘기해줘도 상대방은 당신이 이상한 stranger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이 카페테리아에서 바나나를 먹는 외국인에게 "그거 바나나 맛있어요?"라고 말 걸었다가 친해져디너파티에 초대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 어쩌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대화가 일면식 없는 그 관계 아래 팽팽했던 긴장의 끈을 탁 풀어버리는 듯했다.


 워홀 초기에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비치인 본다이 비치를 자주 가곤 했었다. 수영 좀 하고 모래사장에 누워서 책을 보는데 바로 앞에 꿈에 그리던 Cool한 서퍼걸이 서핑을 마치고 앉아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 멋져 보이는 서퍼 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서퍼 걸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후회를 했다. 서핑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때라 그녀에게 궁금한 게 정말 많았다. '아, 그냥 말 걸어볼걸. 서핑은 언제부터 했는지, 오늘은 몇 시간 탔는지 등' 그날 밤 속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전무했던 서핑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서핑하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던 나로선 서퍼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게 동기부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최고의 방법일 텐데 말이다. 나도 처음부터 용기를 내기엔 쉽지 않았을 테다.
 그때 서퍼에게 말을 걸어봤었다면 서핑을 조금 더 빨리 접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쯤 숏 보드 정도는 타고 있지 않았을까? 서핑이 너무 재밌어서 단 1초라도 빨리 접하지 못한 것을 후회(?) 하고 있는 필자다.






낯선 사람은 물론 당신과 가까이 있는 친구들에게도 용기를 내야 그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도 당신은 그들이 친해지고픈 외국인 친구!


 낯선 사람이 가장 하드코어였다면, 가까이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같이 일하는 친구들,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셰어 메이트 등. 이들과 지속적이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할 것들은 매우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사소한 것들도 안 하면서 외국인 친구 사귀기 힘들다고 하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다. 이런 사소한 것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친구들과 마주치면 인사는 기본 중의 기본.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해외에 나갔을 때 가장 예의 바른 사람을 꼽으라 하면 한국인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친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무례한 한국인/아시안을 종종 봤다'라는 말을 들었다. 무슨 소린지 얘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이야기는 이랬다.

 한국인 K 군과 셰어하우스 생활을 같이 하는 이탈리아에서 온 J 군. 일을 마치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K 씨가 집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한국인은 J가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으면 본 척도 안 한다고. 눈을 마주쳐도 아무 말도 안 하고 제 할 일만 하니 자기를 무시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상했던 것은 자기가 말을 걸면 정말 살갑게 잘 대답해주지만, 그게 아닐 때면 정말 아예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해서 기분이 너무나 나빴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 나는 좀 안타까웠다. 그런 경험을 했다는 친구들이 한두 명이 아니길래 굳이 그 한국인을 대변했다. "너가 말을 걸었을 때 그 한국인이 너에게 무례하게 굴진 않았잖아?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은 그저 너에게 먼저 말 거는 게 두려웠을 거야. 많은 아시안들은 '언어장벽'이라는 걸 되게 크게 느껴. 초기에 그것을 극복하는 게 중요한데, 성격이 활발한 사람이 아닌 이상 쉽지 않지." 내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기본 중의 기본인 인사 Hi, How are you? 조차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우리나라 말로 하면 그냥 '안녕하세요' = 진짜 그냥 인사!!!!. 처음엔 어색할지라도 내뱉아야 한다. 

 비슷한 경험으로, 내가 살던 방을 계약기간 만료 전에 나가야 했던 적이 있었다. 나를 대신해서 그 방에 입주할 사람을 구해야 했고, 어쩌다가 한국인이 방을 보러 왔다. 룸메이트들은 한국인을 보고 인사를 건네며 나는 누구야~라고 살갑게 얘기하자 그 한국인 여자분은 뭐가 그렇게 부끄러우셨는지, 얼굴을 다 가리시고 손으로 입도 막으시고.. 그냥 귀엽게 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은 답답한 베시시한 미소만을 보여주고 떠나셨다. 내 룸메 중에 그렇게 핫한 남자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 여잔데 뭐가 그렇게 부끄러우셨을까? 우리, 제발 부끄러워하지 말자고요! 그 분이 가고 친구 중 한 명은 "그 여자는 사람 보고 안녕하세요 조차 안 하던데? 나 사실 저 사람 들어오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길래 또 흥분해서 한국의 주입식 영어교육시스템부터 해서 언어장벽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 




쉐어메이트들과. 



 한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하는 것과 동일하다. 안녕. 내 이름은 뭐고 나는 ~를 하고 있는 사람이야. 만나서 반가워. 내 경험상으론 이 말만 끝내면 그 이후론 우린 무조건 친구!!! 내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화차이 중 하나가 '친구' 문화라서 말이 길어지는데, 굳이 언급해야겠다. 호스텔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짐을 풀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린다. 같은 방을 배정받은 덴마크에서 온 J군은 자기 짐을 풀기도 전에 "안녕? 난 존이야. 만나서 반가워."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여행 중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 친구들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건넨다. 나중에는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먼저 그들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물론 인사를 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뚝뚝해보였던 그들에게도 인사를 하면 100프로다. 무관심하게만 보였던 그 '자기 할 일만 했던 사람'들도 이젠 나의 친구! 인사를 건넸다고 해서 꼭 그 친구와 말을 더 많이 해야 해, 어딘가 같이 여행을 해야 해, 밥을 먹어야 해 이러한 부담 갖지 말고, 오늘 하루 같은 방 쓰는 친구니까 인사 정도 하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자.

 외국인 친구를 가장 쉽게 사귈 수 있는 환경을 굳이 꼽자면 '여행' 중일 때다. 그들을 그냥 지나치기엔 서로 나눌 수 있는 꿀정보가 너무나 가득하기에. 먼저 인사도하고, 그들의 인사도 반갑게 맞아준다면 보다 더 풍요로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학교, 일터, 학원, 백팩커스 등에서 자주 보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들은 이미 당신의 친구! 가장 기본적인 인사부터 시작해 만날 때마다 조금씩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그들과의 지속 가능한(?) 관계 형성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친구와 인사하는 것이 편해졌다.
 그 친구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친구의 나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가족 관계도 알고, 그 친구의 취미가 뭔지도 알았다.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가 고민이라면 솔직히 특별한 방법은 없다. 처음에 말 걸었을 때처럼 그냥 아무 말이나 하면 된다. '오늘 뭐 했어? 오늘 하루 어땠어?'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면 된다. 이렇게 그 친구의 하루에 대해 물어봐 주면,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느낌을 전할 수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어렵지 않게 이어나갈 수 있다. 다니는 랭귀지 스쿨 친구들과 아직도 서먹서먹,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들과 아직도 어색어색하다면 먼저 물어보자! How was your day? How was your weekend? 너무 쉽다!!
                      


나의 베프들 너무나 보고싶숑                              




꿀 팁이라고 하면 꿀팁 - 먹을 것 나눠먹기



 너무 단순해서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최고의 방법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워홀 초창기를 떠올려보니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으로 날 유인했었다. 먹을거리로 친해진 친구들이 꽤 있어서 이후에는 내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에게 종종 써서 먹혔던 방법.

 팁이라고 하기에도 좀 웃기다. 식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단연 첫 번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도했을 때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하하. 조그만 쿠키 하나라도, 이거 먹을래? 같이 먹을래? 물어봐 주면 외국인들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ㅋ) 정말 좋아한다. 서양 문화권이 지극히 '개인주의'라고 생각했던 나는 먹을 것도 '니 것은 네 것 '내 것은 내 것'이라 생각하고 옆에 있는 친구들을 무시한 채 혼자서 맛나게 먹었는데, 그게 아니다. 이 친구들도 나눠 먹는 것 되게 좋아한다! 콩 한 쪽 나눠먹던 친구들이 심심하면 불러내 수다 떨 수 있는 술친구가 돼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별거 없죠?
그냥 들이 대면 됩니다. 별거 있나요. 그래도 타국에 가서 적응하느라 사소한 것들도 놓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싼 돈 주고 간 유학, 내 귀한 시간 투자한 워킹홀리데이, 여행 등 하면서 언제든 연락해서 안부도 묻고, 때로는 도움도 요청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 한 명쯤은 둬야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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