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지속
여행을 더 풍요롭게, 해외 생활을 더 재밌게 보내기 위해
먼저 다가가셨나요?
어떻게 말을 걸지는 이제 알겠는데, 부족한 회화 실력이 신경 쓰이나요?
친구를 만드는 데에 언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본인만 포기하지 않는다면요!
스피킹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 친구와 의사소통하려는 '끈기'다. 물론 영어가 유창하다면 친구를 사귀기 훨씬 수월하겠지만, 영어 때문에 외국인 친구 못 사귄다에는 동의할 수 없다. 쉐어하우스 생활을 하면서 같이 지낸 프랑스인 룸메 마농 이야기를 해야겠다. 마농은 프랑스에서 영어공부를 좀 하고 왔다고 했지만, 사실 영어를 정말 못 했다. 일자리는 구하고 있었지만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항상 웃는 얼굴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했다. 모르면 아이폰을 투닥거리며 단어를 찾아냈다. 영어를 하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불어를 부끄러워하면서도 항상 다시 영어로 말하려고 했다. 그녀는 친구가 많았다. 영어는 안 되지만 오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항상 인사하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도움을 청했다. 주위 친구들은 영어는 잘 못하지만 열심히 하려는 마농을 보고 더 도와주려고 하면 도와주려고 했지, 그녀의 영어를 절대 답답해하지 않았다. 최근엔 남자친구도 생긴 마농^^ (부럽)
한국인들의 외국어 스피킹에 대한 가장 큰 문제점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연습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소통을 하기 위해 언어를 배운다. 실수한다고 아무것도 입 밖으로 뱉지 않으면 정말 거기서 끝이다. 당연히 소통도 없다. 그들은 당신을 그냥 꿀 먹은 벙어리로 볼 뿐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손짓, 발짓을 동원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은 '소통'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본인이 지금은 더듬더듬, 느리고 답답하게 느낄지라도 꾸준히 친구들에게 말 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일상회화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 대화하는 게 어느덧 익숙해진 워홀 중반기 때 일이다. 펍에서 뮌헨 출신의 영어를 더듬더듬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를 한참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 친구와 소통하던 그때의 나를 떠올려봤다. 난 그 친구가 실수를 하든 말든 영어가 부족한 그 친구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잘 들으려 귀 기울이고 있었고, 느릿느릿한 그 친구의 말을 잘 기다려주고 있었다.
위의 두 일화는 당신의 영어실력 때문에 진심으로 답답해하거나 속 터지기 일보 직전인 친구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어실력이 차이가 나면 차이가 나는 대로 당신의 친구는 당신을 배려해 줄 것이다.
'영어가 그다지 유창하지 않으니 이해해달라.' 이 한마디만 먼저 해주면 대화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호주 특유의 억양에 당황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 내가 다시 물어보면 저 사람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날 바보로 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같은 Native speaker끼리도 못 알아 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하는 경우(미 동부/서부, 스코틀랜드/영국 등)도 종종 있으니 우리는 당연히 다시 말해달라고 백 번(?)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당당히 다시 말해달라고 얘기하자!
"Pardon?"
"Could u say again?"
"Sorry?"
회화에서 굉장히 많이 쓰이는 'easy-going'이라는 단어. 대인 관계에 있어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성격 관련 단어이다. 비슷한 뜻으로 낙천적인, 까탈스럽지 않은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이용해 외국인과 소통하려면 우리는 먼저 easy-going이 되야 하고 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지easy!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뭐든 좀 쉽게 쉽게 가자는 것이다. 유교사상이 제아무리 오래된 전통이라지만 우리는 아직도 예의를 좀 차리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우리가 참 까탈시럽고(?) 깐깐한 사람들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연 easy going할까?
외국인과 제2/ 3 /4 언어로 소통하게 되는 우리는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신도, 당신의 외국인 친구도 지금까지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평생을 자라왔음을. 그러니 평소보다 마음을 조금 더 열고 그들을 마주하자.
놀 땐 좀 놀자구요~!
별생각 없이 내뱉을 수 있는 hate, must 같은 강한 의미를 내포한 동사를 부정적인 의미로 너무 자주 쓰면 대화가 불편해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그랬다. 초면에 의견을 전달할 때는 hate->don't like must->need 등으로 순화해서 쓰는 게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에 한반도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코리안이라고 하면 노쓰에서 왔는지 사우쓰코리안인지 묻는 사람이 60%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북한 얘기를 하다 간혹 '정치' 이야기로 넘어가는 한국 분들을 많이 봤다. 이 주제는 잘 알아듣게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국가의 정치판이 개판인 건 거기서 거기니까, 그 친구와 같이 정치학 팀플과제 할 것 아니면 정치 이야기.. 되도록 꺼내지 말자. 하고 싶다면 일화를 들어서 제대로 설명해주면 상관없지만 알아가는 단계의 외국인 친구에게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이해시키려다 분위기가 조금은 심오하게 흘러가고 있다면 그 친구는 분명 피로함을 느낄 것이다. 일반적인 대화에서의 Taboo(금기된 주제) 중 하나인 '정치'를 언급해봤다.
이 친구들은 참 특성이 그런지 몰라도 먼저 무언가 제안을 많이 한다. 비치발리볼을 하러가자라던지, 붐비는 펍에 밴드를 보러 가자, 생일파티 초대, 갤러리 구경 가기 등. 안전한 상황 가정 하에,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함께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거절은 거절입니다요.
혹시 친구들이 먼저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친구들에게 먼저 제안해보자! 그들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느 날은 브라질 친구 한 명이 같이 놀자고 해서 재밌는 하루를 보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시안들은 먼저 제안하면 다 거절할 것 같아서.. 그동안 말 못하다가 이제야 말을 꺼냈다는 친구가 있었다. 아시안의 이미지가 되게 얌전하고 바른 이미지라서 헹아웃하자고 제안하기가 쉽지 않았단다. 우리도 노는 거 좋아하지 않나? 나만 그래? 같이 놀고 싶으면 주저 말고 제안하자!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제안을 되게 뺀다. 밤늦게는 위험해서 안돼(무리 지어가면 괜찮음/난 사실 혼자서도 잘 다니지만), 난 탁구를 잘 못하니까 안 해(못하면 몸개그라도 선사해서 사람들과 즐거움을 공유), 파티 가 봤자 아는 친구는 생일자 뿐이야, 바다 수영은 화장 지워지고 찝찝해라며 그 재밌는 추억 만들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뭐든 본인의 취향과 사정이 우선이겠지만, 색다른 환경에서 안 해본 재미난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 재밌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몸 사리지(?) 말고 좀 즐겨 보자.
외국인 친구들과 관계의 지속을 위해! 이렇게도 사소한 것들을 초반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벌써 친한 친구 한 명 만든 거다. 이제 그 친구를 한국에서 친했던 불R친구와 동등하게 취급해도 무방할 듯........^^
그 친구를 평생 친구로 만드는 것은 이제 당신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