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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일상: 인도네시아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11월 호

글 신시아 고니 l 사진 무함마드 파드리


세계적 유행병으로 몇몇 묘지들은 가득 채워지고 거리는 텅 비고 있다. 어느 정도는 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종교적인 기념일이나 무료 급식 등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


세계적 유행병은 ‘무딕’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명절 때 도시인들이 마을과 시골에 사는 가족을 보러 가기 위해 대이동을 하는 것을 무딕이라고 부른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도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으며 라마단 기간의 무딕은 대규모로 이뤄진다. 보통 때였으면 사진작가 무함마드 파드리는 금식 월이 끝나갈 때 아내와 딸을 밴에 태우고 교통체증을 참아내며 수도 자카르타를 떠났을 것이다. 파드리의 고향은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고 여객선을 타는 등 총 36시간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다.


자카르타의 간호사들은 항체검사소에서 일한다. 그곳에서 운전자들은 차에 탑승한 채로 채혈 검사를 받는다.


지난 4월 말,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라마단이 막 시작되려는 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6주 동안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자카르타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파드리는 일을 계속했다. 조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조용하고 텅 빈 거리들을 돌아다니다가 아침쯤 어느 모퉁이를 돌자 인파가 보였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서로를 밀치며 급하게 뭔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초상화 견본을 들고 있는 화가 시기트 파르완토는 인기 있는 자바섬의 파랑트리티스 해변에서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마스크를 올리고 서둘러 차 밖으로 나갔다. 파드리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사람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렇게 대답했다. “구호 물자예요.” 굳게 닫힌 문 반대편에서 제복을 입은 남성들이 쌀과 마스크, 콩 발효 식품을 나눠주고 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11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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