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12월 호
글, 사진 예브게니아 아르부가에바
러시아 북단의 기나긴 극야 기간 동안 삶의 방식과 이곳에 얽힌 전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듯하다.
사람들은 당신이 북극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언제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린 시절 툰드라를 뛰어다녔고 해가 뜨지 않는 극야에는 북극광을 보며 학교로 걸어갔다. 극야란 두 달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겨울철 극지의 밤뿐 아니라 이때 느끼는 기분을 가리키는 시적 표현이다. 나는 오래전 내 고향인 러시아 랍테프해 연안에 있는 외딴 항구 도시 틱시를 떠나 여러 대도시와 외국에서 살았다. 하지만 북극은 계속해서 나를 불러왔다. 나는 북극에서 느껴지는 고립감과 느린 일상이 사무치게 그립다. 북극의 얼어붙은 풍경 속에서 내 상상력은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나는 이곳에 있을 때만 진짜 내 모습으로 돌아간다.
내가 찍는 사진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나는 내 사진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각양각색의 꿈을 보여주지만 이 땅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돼 있어 마치 여러 장으로 이뤄진 한 권의 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꿈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다.
처음으로 들려줄 이야기는 뱌체슬라프 코롯키의 꿈에 관한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바렌츠해의 외딴 반도에 있는 호도바리하 기상관측소의 소장으로 근무했다. 코롯키에 따르면 그곳은 마치 배처럼 느껴지는 좁고 척박한 땅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입고 있는 방수포 재킷을 한눈에 알아봤다. 소련 시절 내 고향에서는 남자들이 누구나 그런 옷을 입었다. 그는 북극 전문가로 북극에서 평생 일했고 지금도 날씨를 보도하는 일을 돕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12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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