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oney gets Mad
전 세계의 부는 상위 2% 정도의 계층이 5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위 50%는 전체 부의 1%만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20:80법칙과 비슷한 이야기이다. 20%의 계층이 80%를 차지한다는 법칙인데 이 법칙은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적용이 된다.
인사론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조직에 100명이 있다면 실제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인원은 20명이고 나머지 80명은 추종하는 인원이라고 한다. 어떤 회사에서 100억의 이익을 냈다면 그 이익의 80%에 대한 기여자는 그 조직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이라고 한다. 나머지 80%는 20억에 대해서만 기여를 한 셈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장은 80%에 해당하는 인원을 해고하면 더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한다. 20:80법칙은 일종의 자연의 법칙과 같은 것이다. 만약에 그 사장이 80%의 인원을 해고하면 그 조직은 와르르 무너져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조직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20%의 인원에서 다시 20%의 핵심인력과 80%의 추종인원으로 다시 나누어지게 된다. 인간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기에 인간사회의 부의 분포도 20:80법칙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일이 발생하여 편중된 부를 구성원 각자에게 균등하게 분배했다고 하자.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구성원 각자의 부는 예전과 같이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을까? 20:80법칙이 있기에 아마도 2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80%의 부를 장악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부가 편중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 중 하나의 부작용은 이거다.
‘Money gets Mad’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미치는 경우가 많듯이 돈이 한 곳에 많이 몰리면 밀도가 높아져 사람처럼 미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최초 사용시의 만족은 크지만 계속 사용할수록 그 만족의 크기는 줄어든다는 법칙이다. 돈에도 이 법칙이 적용을 받는다. 1달 수입이 3백만원인 4인 가족은 가정은 돈에 대한 한계효용이 크다. 그들이 쓰는 생활비는 빠듯하다. 만약에 추가적인 수입이 조금 생긴다면 그 자체로 큰 기쁨이 될 것이고 그 돈을 아마도 정말로 꼭 필요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던 일에 그런 곳에 사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못했던 가족과의 나들이도 계획할 수 있고 자녀의 성화에도 미루어 왔던 새 옷도 사줄 수 있을 것이다.
월수입이 1천만원 이상이 된다면 1달 수입이 3백만원인 가정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월수입이 3백만원일 때와 같이 소비하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돈을 쓰면서 충분한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음식을 먹더라도 좀 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꾸고, 막걸리 대신 와인도 즐기고, 외식도 호텔에서 해야만 만족을 할 것이다. 옷도 명품을 주로 입고 다니고, 자동차도 소형차가 아닌 고급차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돈을 쓰면서 효용을 느끼게 된다.
소득이나 자산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돈의 목적은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써 돈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뭔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되기도 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부 이상의 부를 획득하기 위하여 욕심을 내기도 한다.
강남에 소재하는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강남에 살고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강남에 살고 있다는 명예를 얻고 싶기에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다.
명품을 구입하는 것도 이들이다. 핸드백 하나에 1천만원이 넘는데 그 원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은 자기만족을 사는 것이다. 그런 식의 쇼핑을 해야 그들은 돈을 쓰는데 있어 추가적인 한계효용이 발생을 하는 것이다. 돈이 많아지면 그들은 관직도 구매한다. 또는 학위를 사기도 한다. 이런 단계가 돈이 미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돈이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아니하고 별도의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도이 시기가 된다.
커다란 뭉치가 된 돈은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먹잇거리가 생기면 맹수가 먹이를 잡아채듯이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그리고 스스로 증식을 한다. 대표적으로 헷지펀드가 전형적인 유형이다. 이 펀드는 모아진 자본을 이용하여 원유에 투자를 하기도 하고 부동산에 자금을 투입하기도 하고 금, 다이아몬드 그리고 만만한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도 한다. 이 펀드의 타깃이 된 대상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게 되는데 우리가 2005~6년도에 경험했던 고유가시대도 이러한 헷지펀드의 영향이 매우 컸다. 문제는 헷지펀드가 휩쓸고 간 곳은 쑥대밭이 된다는 것이다.
드넓은 농장에 메뚜기 떼가 덮치면 이삭 하나 남아 있지 않듯이 미치듯이 행동하는 자본은 일개 국가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영국도 당했고 우리 한국도 당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본의 자유를 인정하는 자본주의에 대하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고는 있지만 거대 자본의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끔찍하기만 하다.
자본이 미쳐가는 것은 결국은 사람들까지 미치게 한다. 자본의 소유주들도 미친 자본을 통제 못하게 되어 미치게 되고, 없는 사람들은 미친 자본에 휘둘리다가 미치게 된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자본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과연 자본주의는 칼 막스를 눌렀다고 자신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