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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꺽정 Jan 20. 2019

국민은행 파업은 정당한가?

국민은행 파업은 정당한가?

 

최근 이슈중의 하나가 국민은행의 파업이다. 나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를 둘러싼 언론의 보도행태, 그리고 일반국민들의 반응을 보게 되면서 각별하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사실 국민은행의 파업이 정당하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파업을 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이를 진행한다면 이에 대하여 다른 3자가 가타부타 간섭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국민은행의 파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들의 파업에 대하여 국민들이 무지하게 욕을 해대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과 관련된 언론기사의 댓글을 쭉 읽다 보니 완전히 국민은행 노조에 대한 성토로 도배되어 있었다. '귀족노조가 무엇이 부족하여 파업까지 하는가?'  '연봉 1억이 넘는 고소득자들이 파업을 한다니 말이 안 된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파업하는 직원들 다 잘라버리고 연봉 3천만원이라도 일할 사람 많으니 신입직원을 더 많이 채용해라.'  '한 명 자르면 3명이상을 채용할 수 있다.'  '국민들을 상대로 이자장사에서 번 돈으로 자기들 뱃속만 채운다.'  '그럴 돈 있으면 대출이자율 낮추라.'  이런 내용들이 댓글의 주요내용이었다.  이런 댓글을 쓴 사람의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인 것은 분명했다.  그들이 그런 댓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반응이 너무 감정적으로 쏠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댓글을 쓴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파업을 성토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는 건가?  그들이 파업에 대하여 욕을 해대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걸까?  만약에 파업이 실패한다는 그들이 얻는 것은 무얼까?  파업이 성공한다면 그들이 입게 되는 피해는 뭘까?

 

먼저,  나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 즉 국민은행 경영진, 국민은행 주주, 파업을 하고자 하는 국민은행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 문제에 언급하는 것에 대하여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견을 내는 것은 좋지만 감정적으로 욕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업을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파장을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에, 파업행위를 노조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은행 노조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파업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도 즐거운 일이 아니다.  파업을 하는 쪽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하는 것이다.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일단 당사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들의 쟁점에 대하여 그들만의 협의과정을 존중해 주고 지켜보아야 한다. 

 

어리저리 국민은행 파업에 대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중, 나는 국민은행 파업을 두고 귀족노조 파업이라고 욕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응원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번째,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에 성공하여 그들이 받는 급여가 늘어나게 되면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은행이 이익을 내면 거기에 법인세를 물린다.  법인세 과세표준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법인세율은 25%가 적용된다. (참고사항: 법인세는 25%가 최고세율이다. 법인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개인에게 적용되는 종합소득세율처럼 42%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은행에게 적용되는 법인세율는 25%가 상한이다.)  

 

만약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급여인상이 된다면 인건비가 늘어 국민은행이 이익이 줄어든다.  그러면 법인세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정부입장에서는 손해인 것 같지만 국민은행 직원 개개인에 대한 종합소득세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소득이 평균 1억원이 넘는다고 하면 이들에게 적용되는 한계종합소득세율은 24~35%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직원들에게 급여를 올려줄 때마다 법인세는 25%가 줄겠지만 종합소득세가 24~35%가 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세금은 아니지만 소득과 연동하여 강제로 징수되는 준조세 성격의 국민연금을 더 걷을 수가 있고 건강보험료도 더 받아낼 수 있고 고용보험료도 추가로 받아낼 수가 있다.  국민은행직원들은 급여가 오르더라도 그들의 호주머니에 실제로 들어가는 돈은 직원마다 다르겠지만 약 60~70% 내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정부의 이익은 국민의 이익이다. 정부가 종합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를 더 많이 걷으면 결국은 일반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가 있고,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을 늘릴 수가 있어 일반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세금도둑들로부터 소중한 세금을 잘 지켜내기만 한다면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파업이 성공한다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쪽은 국민은행 직원들이다. 그 이득이 금전적인 것이든 근무여건 개선 등 비금전적인 것이든 상관없다.  정부가 오른 급여에 종합소득세를 떼가더라도 그래봐야 최고세율이 42%이니 나머지는 그들의 통장에 입금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단순히 국민은행 직원만의 소득증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소득이 늘어난다면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그들의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를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은 저축을 늘릴지는 모르겠지만 소득이 늘어난 만큼 가족들과 외식을 예전보다 더 자주 할 것이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닐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들이 소비를 늘리면 자영업자들이나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이들이 해외여행하면서 돈을 쓴다면, 외제차를 사는데 돈을 쓴다면 국민경제의 소득증대효과는 반감은 되겠지만 국민은행직원들의 소비가 늘어나면 크든 작든 다른 사람들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파업을 통하여 근무여건이 개선되는 점도 국민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그들이 야근을 안하고 일찍 퇴근하게 된다면 이 또한 소비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남는 시간에 술을 마시든, 학원에 다니든, 취미활동을 하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든 야근할 때보다는 돈 쓸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은행 파업이 성공하면 크든 작든 국민들의 소득이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 않으므로 파업과 아무 상관이 없는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에 국민은행 파업에 실패하여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지 못하면 누가 이익을 볼까? 

 

국민은행 직원들이 파업을 통하여 급여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은행의 이익은 늘어날 것이고 이 이익에 대한 권리는 국민은행의 주주에게 돌아간다.  결론적으로 파업이 실패하면 이익을 보는 쪽은 국민은행 주주이다. 파업 성공시 이익을 보는 대상은 매우 넓었지만 파업 실패시 이익을 보는 대상은 오직 국민은행의 주주로 한정이 된다. 

 

국민은행의 주주의 구성은 나는 잘 모른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조회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몇 년전에 본 자료에 의하면 국민은행 주주의 약 70%정도가 외국인투자자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은행들의 주주구성도 국민은행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은행이익의 70%가 배당으로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파업실패는 파란눈을 가진 외국인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다. 외국인들이 배당금으로 받는 돈은 국민경제에 하등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국민은행이 매년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막대한 이익을 누가 가져가야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냐는 것이다.  직원들의 급여인상을 제한하여 국민은행의 영업이익을 늘려서 해외로 막대한 액수의 배당금이 유출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냐? 아니면 국민은행 직원들의 급여를 올려서라도 해외로 유출되는 배당금의 액수를 줄이고 그 돈이 대한민국내에서 돌도록 만들어 국민다수가 그 혜택을 누리게 할 것이냐?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국민은행 파업에 욕을 해댈 것인가?  아니면 응원을 보낼 것인가? 

 

나는 국민은행 파업이 성공해서 국민은행직원들이 더 높은 급여를 받아야 나에게 1원 한장이라도 혜택이 더 오고 국민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국민은행의 파업을 응원한다.  국민은행이 아닌 다른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다른 어떤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나는 그 파업을 지지할 것이다.  나는 3천만원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데 1억원을 받는 것들이 파업하는 꼴이 봐주기 진짜 힘들더라도 참아낼 줄 알아야 살벌한 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욕을 퍼부어야 할 대상은 소득을 숨겨 세금을 포탈하는 세력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곶감 빼먹듯 빼먹는 놈들, 물려받은 재산 많다고 주변생각 없이 지 맘대로 돈을 써대는 놈들, 공적인 지위를 통하여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놈들이지 우리와 같은 부류의 월급 받아 살아가는 노동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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