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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빛 Oct 14. 2021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것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 조바심이 날 때마다

크면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두 뼘 남짓 커진 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생기는 남자친구, 

그리고 졸업과 함께 목에 걸게 되는 사원증 같은 것들.


인생이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 나의 키는 초등학교 졸업 때와 비교해 10센티도 늘어나지 않았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얻은 것은 매일 다른 주종을 자랑하는 술자리였다.


사실 이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비록 고속 성장은 이루지 못했을지언정 자세 교정을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로 161cm에 도달하는 나름의 쾌거를 이루었고, 첫 연애의 시작은 남들 기준에는 늦었지만 그만큼 남의 감정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았기에 후회는 없다. 유일한 실패라고 생각했던 취업준비생 기간도 이젠 조금이라도 직장 생활을 일찍 시작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따름인 걸 보니, 겪어볼 만한 일이었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마."

본가를 떠나 산 십 년 동안 나의 이리저리 데이던 이십 대를 매일 같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 듣던 엄마는 항상 말한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일들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았던 젊은 날을 먼저 겪었기 때문일지언데, 똑같은 날들을 겪은 사람의 딸이다 보니 마음처럼 고쳐지지 않을 밖에.


무엇이든 내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인생은 삼십 대가 되어도 변함은 없다. 통장 잔고가 또래 대비 너무 비어 있는 것은 아닐지, 다른 길을 찾아간 절반의 입사 동기들처럼 지금 회사를 떠나는 것이 정답은 아닐지 걱정은 계속된다. 어떤 결과를 가져다 붙여주어도 욕심을 버릴 사람이 못되지만 그렇기에 이만큼을 얻어냈다고, 노력하는 만큼 따라오지 않는 일들도 가끔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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