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광고 길을 걷게 된 신문방송학도
신입사원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아마도 "왜 광고 회사에 오고 싶었어?" 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광고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다. 내가 지원한 50여 개의 회사 중 광고 회사가 유일하게 나를 구제해주었을 뿐.
광고는 언젠가부터 나의 고려 대상 밖이었다. 등록금에서 본전을 뽑고야 말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광고홍보학 복수전공을 신청한 것이 계기였다. 진로 교육에 소홀했던 7차 교육과정 마지막 세대의 한계상 매스컴에 노출된 직업을 선망했던 나의 주전공은 신문방송학이었고, 입학과 동시에 방송국 입사는 별나라 여행과도 같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그럼에도 콘텐츠 제작자라는 꿈을 놓지 않았던 시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학문에 가장 먼저 흥미가 생겼다. 사실 다른 학교라면 미디어학과, 언론정보학과, 언론홍보영상학과 등 다양한 탈을 쓴 커뮤니케이션 전공 안에서 광고 커리큘럼 수강의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신문방송학과 광고홍보학이 단과대부터 나뉘어 아예 성격이 다른 학문으로 구분된 학교 구조상, 외려 신문방송학 전공생이 구태여 광고홍보학을 공부하겠다는 것에 대해 진정성부터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막 2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 복수 전공생도 면접 과정을 통해 선발하는 광보과의 콧대 높은 전형에도 긴장이 없을 나이였다. 흥미와 열정 하나만 있으면 되리라 생각했던 착각은 면접과 동시에 깨졌다. 이미 외모부터 아트 디렉터의 면모를 갖춘 사진학과 학생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며 광고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어필했고, 그저 재미있어 보이는 분야라 신청한 신방과 학생은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자연히 '아, 광고도 방송국 시험과 같이 죽어라 꿈꾸는 사람들이 줄 서있고 나 같은 사람은 욕심내서는 안 되는 분야구나.'라고 생각해왔다.
본격적인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도전한 모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인턴 면접장에서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사실 글 쓰는 데에 자신이 있는 편이었고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서 나름 단막극 대본 하나를 완성했다는 점 또한 큰 메리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력을 내뱉음과 동시에 면접관이었던 CD님의 입 밖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작가 하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역시 광고는 나 같은 사람이 욕심내서는 안 되는 분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일 년의 고배를 마시고 철저하게 사기업 중 내가 붙을 만한 직무만을 골라 쓰던 현실적인 2016년도의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곳은 광고회사였다. 광고회사 내 현업 부서 중에서는 제법 사무직 노동자의 행세를 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래너'라는 생소한 직함이 내 커리어의 시작이 되었다. 꿈에서 미끄러진 줄 알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제 전공을 가장 잘 살린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광고 소재를 실어 나르는 미디어를 결정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캠페인의 결과에 죽고 사는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듯한 AE나 제작팀을 보면 신기한 마음이 인다. 하지만 가끔은 잘못된 소재가 게재되는 악몽에 시달리거나, 검수 일정을 맞추지 못해 라이브가 밀리지는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 이 치열한 분위기에 물들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