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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빛 Aug 17. 2021

아이스라떼 샷 추가 한 잔

취향으로 기억에 남는다는 것

회사 20층에는 전용 카페가 있다. 아침 단잠을 5분이라도 포기할 수 없어 회사에서 주는 조식을 거르는 대신 사내 카페에서 무조건 라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카페 알바로 진한 커피에 단련이 되어 있던 탓에 더블샷으로 일관했던 입맛은 현대인의 친구라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졌고, 이제부턴 샷 추가 정도는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차였다.

 

"아이스 라떼 한 잔이요."

"샷 추가하시는 거죠?"


아뿔싸. 몇백 명이나 되는 직원들을 상대해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나의 주문법이 카페 직원 분의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순간 잊고 있었던 것이 나도 포스기 앞에서 주문을 받는 입장이었을 때는 반복되는 단골손님의 주문 정도는 예측이 가능해 얼굴을 보면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메뉴를 입력해두곤 했었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대뜸 먼저 '이거 주문하시려는 것 맞으시죠?' 하는 상냥한 권유 멘트는 내뱉어본 적이 없다.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그 성의에 감사하며 그날만큼은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샷 추가한 커피를 손에 들고 사무실에 복귀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은 누군가가 나를 취향으로 기억한다는 일은 묘한 것이다. 몇 년을 비슷한 시간대에 와서 메뉴를 주문하는 과정의 짧은 몇 마디를 주고받아도 그분이 나에 대해 아는 정보는 이름 석 자와 사번 정도일 것이다. 길가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지인의 차이점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냐에서 나타난다고 보았을 때, 전체로 보았을 때는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의 사소한 한 부분만큼은 섬세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가 아닌 나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게 될 누군가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얼마  있었던 사내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인터뷰    카페 직원분의 이야기가 짧게 담겼다. 사내 카페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뮤지컬을 하고 있고 코로나가 끝나면  활발하게 본업을 하고 싶다는 . 짬을 내어하고 있는 커리어 외의 업무에도  사람  사람의 취향을 기억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본업은 얼마나 열정을 다할지 상상이 갔다. 언젠가 공연을 보러 갔을  '그때  사람이었어'라며 추억할  있는 배우로 마주할  기를 바라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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