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밥을 포기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머리를 말리는데 아뿔싸. 낮잠을 자던 둘째가 깼다. 잠귀가 밝은 막둥이가 아니라, 방문을 안 닫은 내 자신이 그렇게나 원망스럽다. 이를 꽉 깨문다. 오늘 나의 자유시간은 딱 30분이었구나. 아니, 30분을 허락받았구나.
둘째는 소위 말하는 재접근기, 쉽게 말하면 엄마 껌딱지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무조건 옆에 붙어있으라고 안달복달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나는 기꺼이 있어준다. 안아주고 또 안아준다.
말간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부질없는 것들이 더 잘 떠오른다. 이 아이의 온전함 앞에서는 많은 것들이 부질없이, 힘 없이 넘어진다. 나는 어떤 날엔 설거지를 넘어뜨렸다가 또 어떤 날엔 비싼 소고기를 제압시켰다. 그리고 오늘은 나의 밥을 선택했다.
보통 밥과 샤워 중 하나는 필수 선택이다. 둘 다 하려면 내가 새벽에 일어나거나,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의식이 멀쩡해야 하는데. 나는 애석하게도 둘 다 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필수와 선택과목까지 모조리 해내는 엄마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언젠가 남편에게 "TV나 SNS 속 완벽한 엄마들은 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겠지"라는 질투를 해댔다. 남편은 묵직하게 한 방 날렸다. "니가 못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자기 밥이나 아이 밥도 그렇게 잘 챙겨 먹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들도 다 잘할 거야."
이 무슨. 인티제여...
안 그래도 못해서 속상한 건 난데 또 훅까지 맞았네. 내 매 내가 벌었다...
요즘 집안일을 어떻게든 해내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리가 따로 없다. 허둥지둥 뒤뚱뒤뚱. 밥도 굶어가며 하는데 결과가 부실하니 더 안쓰럽다. 이래 저래 고생스럽지만, 이 또한 금방 지나가겠지. 힘내자 나 자신.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