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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압둘라 Dec 16. 2018

지구를 부탁해! Stage. 2

살고 싶으면 비워라


살고 싶으면 비워라     

경기가 시작되고 2일째 되던 날 본격적인 무게와 전쟁이 되었다. 많은 참가자들 중 대부분 경력자였는데, 나처럼 하프마라톤 1번 뛰고 온 사람은 없는 듯했다.

   

한국 대행사에서도 팁 등 하나도 전달받지 못하고 참가하여, 아는 게 없었다. 사람들 가방을 보니 적게는 4킬로 많게는 13킬로 여기서 13킬로는 당연히 나였고 대부분 7~8킬로 가방을 만들고 참가했다.


트레일 러닝과 장비가 이렇게 전문화되어 있다는 걸 대회에 오고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내 가방 자체가 너무 무거웠다. 아침에 물을 2리터 보급받는데 그걸 더하면 15킬로..          

해외여행 갈 때 나는 캐리어를 들고 가지 않고 뒤로 매는 가방을 들고 다닌데 이번에도 그 가방을 가지고 왔는데 그게 잘못이었다.


      

잠시 동안은 버틸 수 있는데 하루에 40km씩 이동하니 어깨 끈 따라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첫날을 우여곡절 끝에 마치고 나는 탠트로 들어와 휴대용 칼을 가지고 가방 위에 덮게 부분을 잘라 내었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예전에 큰 만 먹고 호주에서 700불 정도 주고 구입한 가방이지만. 이걸 떼 낸다고 해도 사실 엄청나게 무거웠다.


그래서 여분 양말도 다 버리고 식량도 많이 먹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버리고 춥지만 핫 팩도 다 버렸다. 그렇게 가방 무게를 줄여 갔다. 추위가 무섭지만 잠을 안자더라더라도 꼭 완주하고 싶었다.


욕심은 오기 전 비우고 와야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아무것도 없는 사막 위에 나조차 아무것도 없어져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기서 후회는 빠르고 깨 달음은 늦다는 것을 뼈가 정말 저리고 나서 느끼게 되었다.  




먹고 또 먹고    

경기를 시작하고 제발 2일째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하루만 바라보면서 넘겼다. 오늘만 버티자 이 순간만 버티자

사람들도 이건 마라톤이 아니라 정신력을 시험하는 대회라고 하였다.     

2일째 3자리 수 참가자가 어느덧 부상과 포기 때문에 2자리 숫자까지 내려와 있었다.

     

나도 경기가 시작하고 하루하루 몸이 빠르게 망가져 가고 있었다.      

2일째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진통제를 먹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만 진통제를 먹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고, 그냥 계속 먹었다.





돌아가야 하는데


출발 시간이 다가와 나는 출발 선상에 섰고, 종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      


2일째 초반에 무리를 해서라도 뛰어 나갔다. 이유는 코스마다 제한 시간이 있는데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탈락이었고 빠르지 못한 나는 cp에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전진해야 했다. 탈락하지 않기 위해.


그러던 중 대회 중반 부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무릎을 접 지르고 말았다. 그래도 이까지 왔는데, 처음 생각한 것처럼 죽더라도 완주한다는 생각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해가지고 나서 그 날 꼴등으로 완주하였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메디컬 텐트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무릎 때문에 자세를 바르게 하지 못한 나는 발에 5백 원짜리 물집이 몇 개씩 잡혀있었다. 군대 행군 때도 잡히지 않은 물집이었는데 여기서 처음 잡혔다.


나는 물집을 터트리고 치료를 받았다. 물집이 터져 아픈 것보다 무릎을 다쳐 가리가 아픈 게 더 걱정이었다.      

의사한테 말씀을 드리는 일단 약을 먹고 내일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였다.


그렇게 약을 먹고 텐트에서 잠을 청했는데 몸을 틀 때마다 무릎 관전일 아파 몸을 제대로 눕지 못했다.     

그렇게 불편한 밤을 보내었고 추위는 오늘도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진통제는 의사 선생님이 준거랑 내가 가지고 있는 약을 두 개다 먹었다. 원래 그렇게 먹으면 안 되지만. 죽더라도 완주하고 싶어 일단 먹었다.


가만히 있으니 통증이 줄어든 거 같아 몸을 앞으로 숙이니 역시나 기적 같은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진통제를 한 번 더 먹고 텐트 메이트인 이탈리아에서 온 란 이 나를 부축해 주어 출발 지점으로 조심조심 이동하였다.


출발선에 도착하니 주최 측 관계자가 와서 다리 상태 어떠냐고 물어봤고 실격당할까 봐 웃으면서 괜찮다. 할 수 있다고 말하였고


나는 그런 나를 위해 스틱을 하나를 주면서 이걸로 완주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3일째 경기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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