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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Apr 21. 2022

장래희망

어릴 때 누군가 내게 장래희망을 물어오면. 난 물어온 이가 되고 싶었던 것을 말했다. 엄마에겐 간호사, 아버지에겐 교사, 삼촌에겐 변호사, 이모에겐 발레리나.. 뭐 이런 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난 장래희망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몰랐던 거 같다. 그 질문을 해 온 사람을 만족시켜서 그냥 내가 좀 편해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러다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꽤 오랫동안 헤맨 적이 있다. 설령 그것을 내 맘대로 정한대도 내가 그럴 능력이 되는지도 자신이 없었고, 그게 정말 나의 길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얼마 전 편입을 포기한 조카에게 문자가 왔다. 그 녀석도 자신의 전공을 정하는 데 있어 부모의 입김이 컸던 모양이다. 두 군데 학교에 합격을 했다며 고민된다고 하더니. 결국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진로 쪽으로 좀 더 용기를 내었다.


그런 조카에게 굳이 내가 터득한 것에 대해 얘기해주진 않았다. 결국 살면서 해온 크고 작은 나의 선택들. 그것이 설령 온전히 내 주장대로였건. 부모나 진로 선생님의 주장대로였건간에. 모든 책임은 결국 내가 져야 했다. 그것만 기억하면. 나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거. 조카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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