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엠 Jun 23. 2023

친구의 눈물

평소 자신을 차갑고 매몰차게 대하는 남편 때문에 눈물 마를 날이 없던 친구가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친구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돌연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자기 남편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경영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유 없이 집안을 얼어붙게 하는 그의 냉랭한 태도와 언어폭력으로 친구는 몹시 상처받고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함께 이 고통을 겪는 아이가 불쌍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직원과 불륜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모든 퍼즐이 한 번에 맞춰지자 친구는 그간에 복잡했던 머리가 오히려 시원해졌다고 했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얼마 전 상간녀 소송을 걸었고 소장이 상대에게 전달되었다고 했다. 그 소식에 친구 남편은 폭주했다고 한다. 나까지 두통이 왔다. 평소 먹을 일이 없던 진통제를 먹었다. 수화기 너머로 그 말을 덤덤히 전하는 순하디 착한 내 친구의 먹먹한 심정이 내게 고스란히 전달된 거 같다.


만나면

마음이 서늘하단 말을 자주 하던 친구라서. 장난 걸고 맛있는 거 나눠먹는 거 말고는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녀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실제로 나도 아팠다. 그래서 이기적으로 나를 위해서라도 친구와의 만남을 조금씩 자제하려고 했는데. 예상치도 않은 일이 발생했다. 그래도 그렇게 소송을 걸면 사과하고 가정으로 돌아오는 남자도 있다기에. 차라리 그렇게라도 사건이 종결된다면 어떨까. 솔직이 낮은 확률로나마 기대를 했었다. 그치만 여긴 내가 껴들 자리가 아니라는 거. 나도 잘 안다. 그래서 친구가 입을 떼기 전엔 나도 입을 떼지 않는다. 근데 더 이상 울지 않는 친구 마음이 내게 그대로 전해온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고 있지 않는 요즘이 더 쓰라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젊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