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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upreneur 크리스티나 Nov 11. 2023

의정부에서 망원으로

예상은 언제나 보기좋게 빗나가지

시작은 이랬다.


의정부 망월사역 앞 아파트에 신혼집을 얻었다.

신랑 직장은 홍대, 나는 휴직 기간 동안 포천으로 자주 교육봉사를 다닐 예정이라 이를 고려해 의정부로 결정한 것.

둘 다 큰 결정 앞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이를테면 신랑과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신랑이 1년간 스페인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된 적이 있는데 몇 개월 뒤 여름휴가 때, 우리는 지도에서 스페인과 한국의 중간에 위치해 있는 조지아에서 만났다. 이번도 그랬다. 의정부는 홍대, 포천의 중간 지역이었다. 게다가 서울보다 집값이 싼 편이고, 근처에 산과 물이 있어 자주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공인중개사 지인이 살고 있던 지역이라 쉽게 집을 알아봐 주실 수도 있었다.


다른 고민도 했을 수 있다.

- 1년 후에는 다시 복직을 해서 인천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의정부가 웬 말인가?

- 홍대에서 망월사는 왕복 3시간인데 정말 괜찮을까?

- 그럼, 포천으로 봉사를 다니지 말까?

그러나 당시 내게 포천으로 봉사는 굉장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위의 고민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하지도 않았다.(이렇게나 계획적이지 않다. 혹은 보이지 않는 미래까지 생각하며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물건들은 후기도 꼼꼼히 찾아보고, 정말 필요한 지 몇 개월이나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집을 알아보던 중 당초 예산을 넘는 금액이기는 했지만 집주인이 집을 빨리 내놓아야 했던 터라 시세보다는 3~4천만 원 싸게 아파트를 구했다. 사실 집주인이 집을 싸게 팔려고 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매매를 할까 고민하던 몇 시간 사이에 집주인의 친척이 집을 사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봐서는 샀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둘 다 아파트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부동산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돈에 대한 큰 욕망도 없고, 의정부에 계속 살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정부에 살면서 이 지역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정부집에서 즐겼던 유일한 낙- 베란다에서 책보거나 브런치먹기(아파트뷰는 덤이다)


<이사할 결심>

1. 출퇴근에 3시간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한 에너지 소모였다. 더군다나 매일 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집에 오면 11시, 12시가 되기 일쑤였다.

2. 독립서점이나 카페를 자주 가는 나는 집 근처에 갈만한 곳이 없어 의정부 생활이 꽤나 무료하게 느껴졌다. (나의 주된 활동 지역은 서촌)

3. 또한 몇 개월 후에는 인천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4.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24평으로, 앞 뒤로 광폭 베란다도 있어 둘이 살기에 넓은 편이었지만 모든 공간을 고루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3개의 방 중 한 방은 서재로 꾸몄는데 둘 다 서재에서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경우는 지난 1년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독서실은 갑갑해서 공부를 하지 못했던 나는 임용고시도 학교 도서관의 탁 트인 자리 나 스벅에서 준비했었고, 일도 주로 카페에서 하던 편이라 사방이 막힌 서재가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책을 보거나 일을 할 때는 캠핑의자를 둔 베란다나 거실 식탁에서 주로 했다. 그리하여 서재에 넓은 2인용 책상은 어느새 주인을 잃고 책만 우둑히 쌓이게 되었다. 

5. 위와 같은 이유들이 쌓이던 중 아파트 전세대출 이자의 고정금리가 1년 후 변동금리로 바뀌었고, 시장경제 악화로 60만 원이던 대출이자가 100만 원이 되었다.

'이사가 시급하다'라는 결정을 하고, 홍대 근처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을 찾는 조건은 이랬다.

1. 전세 예산 2억 8천만 원까지

2. 생각보다 넓은 평수가 필요하지 않음. 최소 15평이면 됨

3. 서로의 출퇴근을 고려해 합정 근처


<계획대로 되지 않는게 인생이지(1) -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이사>

생각보다 집이 빠지지 않았다. 집이 나가야 이사 갈 집도 알아보고 확정을 할 텐데 3개월간 속만 태웠다. 우리가 이사할 당시는 시세보다 싸게 계약을 했지만 어느새 집값이 하락했던 것이다. 5월에 내놓은 집은 8월에야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이 되었고 우리의 이사 날짜는 10월 27일로 확정되었다.

이사하기 전까지 2개월이 남아 있었고 부리나케 홍대에 전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세 예산을 2억 8천만 원으로 잡았지만 처음 홍대에 집가격을 알아보던 5월에 비해 그새 가격이 몇 천만 원 더 오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사 날짜가 넉넉하게 남지도 않아 선택지도 많이 없었다.


<집을 찾는 모험 feat. 전세에서 매매로>

3개의 부동산과 피터팬을 통해 집을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부동산

1. 신축 빌라로 3룸 매매가 6억, 2룸이 5억 2천만 원

위치는 신랑 회사 바로 근처였고 신축이었지만 매매를 하기에는 대출을 너무 많이 받아야 했다.


2.

신축 빌라로 첫 번째 집과 몇 천만 원 저렴하고, 그만큼 더 좁고, 자재로 저렴한 걸 사용한 듯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뭔가 우중충한 느낌이라 아예 배제.


3.

첫 번째 집과 비슷한 평수의 신축빌라인데 3룸 매매 가격은 4억 9천5백만 원.  

위치는 마포구청역이 가까운 망원이었다. 우리가 생각한 위치는 합정역과 성산동 쪽으로 생각한 위치보다는 조금 멀었다. 복직을 하면 인천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홍대나 합정역에서 타야 하는데, 그러려면 마을버스를 또 타고 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두 번째 부동산

1. 합정 근처 오래된 빌라 전세 - 2억 7천만 원

살 수는 있껬지만 거실 창문 앞은 벽이라 거의 창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빌라도 노후하여 청소를 해도 티가 잘 안 날 것 같아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서 불편했던 점은 청소해도 깨끗한 티가 잘 안 나고 올드해 보이는 체리몰딩이 굉장히 거슬린다는 점이었다. 자가가 아니기에 쉽게 고치지도 못해 완전히 나의 스타일로 꾸밀 수가 없었다. 이 빌라는 더 오래되어 보였다.


2. 신축 빌라 전세 3억 9천만 원. 15평 정도의 2룸


3. 오래되지는 않은 빌라 - 전세 3억 3천만 원, 관리비 12만 원. 투룸이지만 워시타워도 들어가지 않고 구조가 굉장히 답답했다.


4. 리모델링 한 빌라 전세 2억 9천5백만 원에 월 20만 원 추가, 10만 원 관리비, 7만 원 주차비 - 탁 틔인 창문의 뷰가 좋았고 리모델링한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월 추가로 내는 돈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5. 10년 된 빌라

2층 매매 4억, 4층 매매 3억 9천 오백만 원. 15평 3룸. 관리비 3만 원 이곳도 괜찮았다.


피터팬

전세 2천7백만 원 꽤 오래된 빌라였고 구조가 특이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 번째 부동산

두 곳의 집을 봤는데 둘 다 구축빌라 매매가 4억. 몇 년만 더 지나면 더 올드해 보일 것 같았다. 리모델링을 할 수는 있겠지만 4~5천만 원이 들 것 같았다. 그러면 신축 매매와 비교해서 별로 이점이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첫 번째 부동산에서 두 곳의 집을 더 봤다.

둘 다 전세였는데 평수도 12평 정도였고, 전세 가격 3억 정도


이렇게  약 13곳의 집을 직접 봤고 다음의 결론을 내렸다.

1. 많이 오래된 구축빌라 매매와 신축빌라의 매매는 1억 원 정도 차이. 리모델링을 고려하면 5천만 원 정도 차이. 그런데 주차나 외관도 고려한다면 구축빌라 매매의 이점은 없어 보였다.

2. 전세로 마음에 드는 곳은 두 번째 부동산의 리모델링을 한 집.

3. 처음에는 매매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집을 보다 보니, 전세의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첫 번째 부동산에서 본 망원 신축빌라가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여 매매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의 최종 선택지는 리모델링 전세와 망원 신축빌라 매매였다.

- 우리는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안에 해외로 나갈 생각이 있었다. 하나의 집을 매매한 후 해외로 나갈 때 전세를 주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집을 찾는 수고로움은 덜 수 있지 않을까?

- 신축 빌라 기준, 전세와 매매 차이가 1억 정도였고, 매매를 고려하는 집이 다른 신축 빌라의 전세보다 집 컨디션도 더 좋으니 매매가 더 낫지 않을까?

- 둘 다 (세상물정을 몰라서 인지 모르겠지만) 갭투자의 욕심은 없어 아파트 매매를 염두에 두지 않으니 빌라 매매도 괜찮지 않을까? 집값이 오르지는 않아도 떨어지지는 않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생각도 들었다.

- 합정과 홍대도 둘 다 좋아하는 곳이니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애당초 2억 8천만 원 아래의 전셋집을 찾으려던 우리는 어느새 5억 가 가운 빌라 매매를 고려하고 있었다. 둘 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금수저도 아니라 매매는 어쩌면 무리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좀 더 좋은 컨디션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이사가 한 달 반정도 남았을 때 매매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월 이자를 150 정도로 예상했다.


그리고 사람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


최종 대출심사는 이사 2일 전에야 승인이 났고, 그 과정에서 처음 예상한 이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 되어 있었다.

이미 계약금을 걸어놓은 상태라 포기하면 2천5백만 원을 돌려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집을 빼야 하는 날도 며칠 안 남았다.


이율이 예보다 치솟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나는 내 명의로 된 집이 하나 있어서 신랑이 대출을 받았다. 우와, 집이 있다고?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지만 10년 전 엄마가 나의 동의 없이 내 명의로 집을 구매했다.(물론 대출로) 그런데 인천의 좋지 않은 동네에 있는 빌라. 10년간 집값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경제에 빠삭하지 않은 엄마는 그저 딸 이름으로 집을 해놓으면 좋겠지 라는 생각이었고, 이 결정은 이후 두고두고 주택대출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금수저가 아니라면 함부로 집 사는 거 아닙니다.  

2. 재정관리를 꼼꼼히 하지 못하는 신랑은 카드값(100만 원도 안 되는..)이 며칠 연체된 적이 있었다.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은행의 메시지도 어쩐 일인지 누락이 되어 체크하지 못했고 신용등급에 바로 영향을 미쳤다. 대출심사를 받던 시기와 맞물려 이율이 상승했다. 어이없게도 신용이 안 좋은수록 대출이자는 높아진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여러분

3. 이래저래 어쩔 수 없이 리볼빙 경험이 있던 이력도 대출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 (나한테 말을 안 해서 혼났다.)


소시민 편이 절대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은 돈 없는 우리를 더 괴롭힌다.


우리는 정신승리를 위해 지금 비싼 이자를 어떻게든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 내가 복직을 하면 은행대출이자보다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교직원공제회에서 대출을 받아서(최고 1억일 테지만) 조금 갈음해야지

2. 신랑이 신용관리를 잘하면 이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경제악화로 전체적 이자가 더 비싸질 것 같은데 어쩌지...)

3. 에어비앤비를 돌리자...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이율을 감안하고 망원주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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