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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방 Aug 16. 2024

vol 4. 나의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올해 계획을 리뷰하다가 습관에 대한 항목을 발견했다. 보통 계획을 세울 때면 늘 좋은 걸 더하고자 하는데, 왜 나쁜 습관을 덜어내는 것에는 시선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제안한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다.



습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




우리 집은 도서관 15분 거리에 있었다. 정규교육 외 특별한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나는 틈이 나면 도서관에 달려가곤 했다. 방학이면 엄마는 9시부터 12시까지는 꼭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오게 했는데, 아마도 유년시절 이 경험 덕분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늘 책을 곁에 두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겨난 나의 좋은 습관이자 나쁜 습관은 바로 “활자중독”이다.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 스무 번을 넘게 읽은 책이 있는데, 바로 <신라왕조 1000년>. 신라에는 여왕도 있고 삼국을 통일한 이야기도, 알에서 깨어난 왕이라는 건국신화도 재미있었다. 책의 모서리가 뜯어지도록 열심히 읽었다. 그때 책을 열심히 읽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어려운 형편에도 꾸준히 책을 사주셨다. MBC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서 소개하는 책은 꼭 사주셨는데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여간해선 잘 울지 않는 나를 처음으로 울린 문학작품이다.

청소년기에 나는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무리의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배척하는 여학생들의 또래문화가 너무 힘들었고, 자연스레 무리와 멀어져 점심시간이면 학교 독서실에 앉아 책을 읽었다. 글자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편안했다. 어디서든 글자만 보이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다 읽어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늘 좋았다. 늘 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러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글씨를 읽어 내려간다는 행위에 집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활자중독

활자로 인쇄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읽어야
마음이 놓이는 심리상태



좋은 습관을 뒤집으니 나쁜 습관이 되었다.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줄을 서있는데 회사 동료가 이렇게 물었다. “너는 활자 중독이니?”

동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문진표에 있는 모든 항목들을 읽고 있었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그저 글자를 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글자를 다 읽어야 마음에 평안이 온다. 책을 다 읽었을 때 왔던 성취감이 다 읽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이르렀을 때 ‘나쁜 습관’이 되어버렸구나 하고 인지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서두르다 가방에 책을 넣어오지 못했다. 아침에 읽을 책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왜 회사에 책 여분을 가져다 두지 않았을까, 왜 서두르다 읽던 책을 두고 왔을까 하고 내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글을 읽는다는 건 좋은 습관인데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니. 나쁜 습관이 될 수 있겠구나.’

습관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들여다보며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이 다를 것이다 생각하여 제시한 주제였는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이었는지 창피한 마음이다. 나의 이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내어줄 친구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이번 글은 마쳐야겠다.




나방의 글을 읽은 다른 친구들의 생각


됴니 : 나방도 하나의 습관을 뒤집어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다 생각해 보았구나! 나도 습관을 생각하면서 내 습관이 좋은 습관의 범주에 들었다가, 나쁜 습관의 범주에 들었다가 하더라고. 항상 책을 열심히 읽는 너를 보면서 나도 책을 더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 좋은 영향을 주는 좋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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