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기대감을 가지기에 이렇게도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것일까?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들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배우자로 시선이 돌아갔다.
“배우자에게 ‘아쉬움’이란 감정을 가지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전혀! 문제가 아니에요. 모든 것이 좋은 대상이 오히려 문제가 있어요. 두 자아간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라 더 위험해요.“
“자연스러운 감정이겠네요.”
안도감이 생겼다. 짝꿍이 무언가 더 해줬으면 하는 마음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화들짝 놀라곤 했던 나의 마음이 아주 자연스러운 증상이었다니.
모든 관계는 내 감정을 기준으로
“제가 싫어하는 이야기를 동료가 자꾸 꺼내요. 예컨대 누군가의 험담 같은 거요. 이런 이야기가 지속되는 관계는 유지하기 너무 힘들어요.“
“싫다고 표현하면 되죠.”
“그게 어려워요. 싫다고 말하면 그다음의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해 보세요.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병법에 나오는 전술 중 하나예요. 피하는 것도 전략인 거죠. “
“늘 화제를 전환하기도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나방님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제3자의 험담이 아닌 너와 나의 이야기요.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라요. 정말 쉽지 않네요.“
”왜 모든 것을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나요?“
“제가 공격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가 나를 공격한다는 건 전쟁의 시작이죠. 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요? 도망을 가거나 맞서 싸워야겠죠? 공격이 아니라 질문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면 돼요.“
“제 직무의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게 의도를 숨기고 다가왔어요. 트로이 목마처럼요. 그럼에도 저는 가급적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고요.“
“사회심리학에서는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2명은 무조건 내 편, 6명은 이도 저도 아니고, 나머지 2명은 무조건 나를 싫어한다고 해요. 모두가 날 좋아할 수는 없어요.“
너무 어렵다. 무조건 2명은 나를 싫어한다니.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모든 관계에서 기준은 나방님의 마음이에요. 내가 괜찮다면 받아들이고 내가 힘들다면 밀어내도 돼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될까?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을 망쳐버리면 어쩌지?